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겸 SK 회장은 4일 열린 ‘기업성장포럼 출범식’에서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으로, 중견기업이 대기업으로 성장할수록 규제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구조가 기업들의 성장을 가로막고 있다”고 했다. 이날 김영주 부산대 교수 연구팀은 경제 관련 12개 법안에 343개의 기업별 차등 규제가 있고, 경제형벌 관련조항은 6000개에 달한다는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최 회장은 이로 인해 계속 중소기업에 남아 있으려 하거나 기업을 쪼개 대응하는 회사들도 있다고 했다. 최 회장은 “상법에도 2조원의 허들이 하나 있다”고 했는데 실제 헤럴드경제가 만난 한 기업인은 “사업 일부를 팔아서라도 자산을 1조9999억원에 맞추겠다는 기업이 상당수 있다”고 했다.

대한상의·연구팀에 따르면 ‘자산 5000억원 이상~2조원 미만’의 중견기업은 중소기업(5000억원 미만)에는 적용되지 않는 94개의 규제를 새로 맞닥뜨린다. 차등 규제는 ‘2조원 이상~5조원 미만’의 중견기업엔 128개, ‘5조원 이상~11조6000억원 미만’ 대기업엔 329개, ‘11조6000억원 이상’ 대기업엔 343개로 늘어난다. 자산 11조6000억원(이상)은 명목 국내총생산(GDP)의 0.5%라는 공정거래법상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5조원은 같은 법률의 ‘공시대상기업집단’ 기준이다. ‘자산 2조원 이상 상장사’는 사외이사 3명·과반, 감사위원 분리선출, 집중투표제 등 상법의 규제 대상이다.

기업규모별 차등 규제는 성장을 회피하고 혁신을 포기하도록 한다. 기술 개발과 시장 개척으로 기업을 키워도 더 많고 더 강한 규제로 돌아오니, 도전하기보다 현상 유지에 급급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업계의 호소다. 대한상의에 따르면 2020~2023년 동안 중소기업의 중견기업 진입률은 평균 0.04%, 중견기업의 대기업 진입률은 1.4%에 그쳤다. 또 미국 10대 기업(시가총액 기준)은 2005년과 비교하면 9개가 바뀌었는데 한국(자산 기준)은 8곳이 같았다. 미국에 비해 혁신과 성장이 정체되고 역동성이 부족하다는 얘기다.

이재명 대통령은 양대 노총 위원장을 만나 “노동존중 사회, 기업 하기 좋은 나라는 양립할 수 있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기업에는 배임죄 완화와 규제 합리화도 거듭 약속해왔다. 대화와 균형을 강조한 것이지만 기업이 체감하는 강도와 속도는 한쪽으로 한참 기울어져 있다. 최 회장은 규제가 아닌 인센티브를 통한 성장 지원과 계단식 규제의 산업 영향도 평가, 첨단산업 분야에 대한 예외 등을 요청했다. 늘 정확한 현실 진단과 구체적인 문제 해결을 강조해온 이 대통령의 ‘경청’과 속도감 있는 ‘실행’이 기업 정책에도 긴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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