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양영경 기자] 안전자산의 대명사인 금(金)이 위험자산인 주식과 동반 강세를 보이며 ‘어색한 동거’ 양상을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그 이유를 ‘마이너스 금리 시대’에 부각되는 금의 투자 매력에서 찾고 있다. 이와 맞물려 늘어나는 보유ㆍ투자 수요도 금의 가치를 달리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 들어 국제 금값은 28% 올랐다.

연초부터 이어진 중국 리스크, 브렉시트(Brexitㆍ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등 대내외 악재에 따라 위험자산 회피심리가 작용한 데 따른 결과다.

이처럼 일반적으로 금값이 치솟는 시기는 시장이 불안할 때다. 위험에 대한 헤지수단이 되는 금 고유의 역할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금값은 위험자산 선호심리에 불이 붙은 이후에도 강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달 이후 금값은 2.75% 올랐다.

이 기간 증시는 활활 타올랐다. 다우존스산업,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나스닥 등 뉴욕 증시 주요 지수는 지난달부터 하나 둘 사상 최고가를 경신하는 등 랠리를 보이다 이달 12일(현지시간)과 15일에는 3대 지수가 동시에 사상 최고점을 찍었다. 이들 지수가 나란히 최고치로 거래를 마친 건 2000년대 들어 처음이다.

증시지수와는 반대로 움직여 ‘공포지수’로도 불리는 변동성(VIX)지수는 지난달 초 14.77에서 이달 15일엔 연중 최저 수준인 11.81로 내려앉았다.

그만큼 증시가 안정적인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는 걸 증명하는 대목이다.

전문가들은 금과 주식의 이례적인 ‘동반 강세’의 배경엔 마이너스 금리가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양적완화(QE) 정책에도 경기 반응 속도가 느리자 선진국 중앙은행은 속속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했다.

최근 영란은행이 실시한 기준금리 인하와 700억파운드(약 100조원)의 QE는 타국의 채권 금리까지 끌어내렸다.

채권 수요가 높은 기관들은 채권을 보유할수록 손실이 늘어나는 딜레마에 빠지게 됐다. 투자관점에서 본다면 이율(일드) 매력이 낮아진 선진국 채권은 다른 자산과 비교해 투자 매력이 높다고 보기 어려워진 것이다.

오재영 현대증권 연구원은 “주요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에 대한 의문이 확대되고 있는 상황에서 기존의 전통적인 안전자산을 대체할 수 있는 자산인 금으로 투자 수요가 유입되는 결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수급 측면에서 외환보유 목적의 중앙은행 직매입과 투자 수요 회복 등도 금값을 밀어올리는 데 힘을 보태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전 세계 금 보유량은 지난해보다 2.83% 늘었다. 특히 중국은 전년대비 보유량을 71.4% 늘리며 전 세계 금보유고의 증가를 주도했다. 타 중앙은행 역시 외화자산 다변화 차원에서 금에 대한 보유 비중을 늘릴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와 함께 SPDR 골드트러스트 등 글로벌 금 상장지수펀드(ETF)의 금 보유량은 올 들어 상승곡선을 타는 반면, 전 세계 금광 생산량은 2014년을 고점으로 하락 반전하고 있다.

관련 업계에서는 위험관리와 자산배분 차원에서 금의 중요도가 커진 시점이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금은 올 들어 가격이 30% 가까이 상승했지만 여전히 포트폴리오 리스크를 낮추는 수단으로 자리 매김하고 있다는 점에서다.

오온수 현대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저성장이 고착화된 가운데 가까운 장래에 마이너스 금리 기조가 변경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며 “반면 화폐가치가 하락할수록 금의 투자 매력은 높아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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