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정환 기자]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의 옆에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경영권 분쟁을 주도했던 민유성 SDJ코퍼레이션 고문. 하지만 10개월간 100억원이 넘는 거액을 쏟아 부으면서도 아무런 성과도 못 내고 되레 짐이 된 모양새다.

16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신 전 부회장은 지난해 10월 신동빈 회장을 상대로 ‘경영권 다툼’을 공식 선언한 이후 SDJ에 8차례에 걸쳐 11억6500만원을 빌려준 것으로 확인됐다. 또 이날 공시를 통해 SDJ코퍼레이션은 지난달 26일 이 회사 회장인 신 전 부회장으로부터 15억월 추가로 차입했다.

명목은 회사 운영자금으로 이자율은 0%이며 상환기일은 2018년 11월 9일까지다.

지난해 10월 8일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서울 소공동 조선호텔에서 기자회견에서 민유성 고문(왼쪽)과 귓속말을 나누고 있다.
이상섭 기자/babtong@heraldcorp.com
지난해 10월 8일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서울 소공동 조선호텔에서 기자회견에서 민유성 고문(왼쪽)과 귓속말을 나누고 있다. 이상섭 기자/babtong@heraldcorp.com

작년 11월 9일 SDJ이사회가 3억원의 차입을 의결한 이후 지금까지 9개월여 동안 SDJ는 수 차례 걸쳐 신 전 부회장으로부터 무려 102억4600만원의 운영자금을 빌렸다.

SDJ는 등기상 전자ㆍ생활제품 무역업ㆍ도소매 등이지만 실제 경영권 분쟁을 대비 목적으로 신 전 부회장이 설립한 회사로 전적으로 신 전 부회장 개인 재산에 의존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즉, 신 전 부회장의 개인 돈으로 마련된 운영비의 대부분은 민유성 고문과 민유성 사단으로 불리는 측근들에게 흘러들어 갔다.

SDJ는 현재 사모투자펀드 회사 ‘나무코프’와 계약을 맺고 경영권 관련 자문을 받고 있다. 이 나무코프 회장이 민유성 고문이다.

막대한 자금을 민유성 사단에 쏟아부었지만 신 전 부회장은 일본 롯데홀딩스 주주총회에서 올해 3월, 6월 두 차례에 걸쳐 동생 신동빈 회장에게 패했다. 그렇다고 소송에서도 유리한 상황은 아니다. 신격호 총괄회장 성년후견인 개시 관련 법정 심리에서 그 동안 민유성 사단의 김수창, 조문현 변호사는 줄곧 “신 총괄회장의 정신 건강에 문제가 없고 성년후견인 논의 자체에 매우 불쾌해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지난 6월 신 총괄회장의 치매약 복용 사실을 공개하면서 후견인 지정 가능성이 커졌다.

법원에서 후견인 지정을 결정하면 신 전 부회장이 강조해 온 “신동주 전 부회장의 그룹 경영권 승계가 아버지 신격호 총괄회장의 뜻이고 신 총괄회장과 신 전 부회장이 경영일선에 동반 복귀해야 한다”는 명분과 논리가 흔들릴 것이다.

이 뿐만 아니라 민 고문의 대우조선해양 비리 의혹까지 겹쳤다.

검찰은 최근 남상태 전 대우조선해양 사장의 연임 로비 의혹과 관련, 대우조선과 2008년말~2009년초 20억원대 계약을 맺은 모 홍보대행사를 압수수색했다. 이 홍보대행사의 박 모 대표는 민 고문과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검찰은 당시 연임을 앞둔 남 전 사장이 대우조선해양 대주주 산업은행의 행장이었던 민 고문의 부탁을 받고 박 모 대표에 ‘3년간 20억원’이라는 이례적 특혜를 줬을 가능성이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또 검찰은 그 대가로 남 전 사장은 연임되고 홍보대행사와의 거래액 일부는 민 고문이나 남 전 사장에게 흘러가지 않았나 살펴보고 있다. 대우조선 자금이 민 고문 부부와 두 딸이 전현직 등기이사로 등재된 부동산 거래 회사로도 유입됐을 개연성에 대해 수사하고 있는 것으로도 알려졌다.

꼬리에 꼬리를 문 의혹들로 인해 민 고문은 출국금지 상태다. 더 이상 신동주 전 부회장과 일본을 오가며 롯데홀딩스 주요 주주들을 만나 지지를 호소할 수 없는 입장이 됐다.

이런 상황에서도 여전히 민 고문은 “신동빈 회장이 실형만 받으면 경영권을 확보할 수 있다”고 신동주 전 부회장의 부인 조은주씨를 설득하고 있지만 최근엔 조 씨의 호응이 예전같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또 SDJ의 입이었던 정혜원 상무도 홍보업무에서 거의 손을 놓은 것으로 보인다. SDJ측 입장을 홍보하기 위해 만든 페이스북 계장을 폐쇄됐다.

최근에는 신격호 총괄회장이 40일만에 퇴원해 소공동 롯데호텔로 돌아왔을 때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지난해 11월 이후 지근에서 보필했던 것과 완전히 다른 상황이다.

재계 관계자는 “어차피 신 전 부회장의 재력을 보고 조직된 조력자 그룹이기 때문에, 탄탄한 신뢰 관계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며 “민 고문 등의 개인 비리 의혹 탓에 신 전 부회장의 재정 지원이 끊어질 수 있고, 경영권 분쟁의 승산이 더 낮아질 경우에는 민유성 사단의 이탈 움직임은 더 뚜렷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