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습라운드를 마친 후 팬들과 인사하는 호주 교포 이민우. [사진=USGA]
연습라운드를 마친 후 팬들과 인사하는 호주 교포 이민우. [사진=USGA]

[헤럴드경제 스포츠팀=이강래 기자] 12일 밤(한국시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 인근의 오크몬트 컨트리클럽에서 막을 올리는 제125회 US오픈은 전통적으로 가혹한 코스세팅으로 악명높다. 올해로 10번째 US오픈을 개최하는 오크몬트 컨트리클럽은 전 세계에서 가장 어렵다는 평가를 듣고 있는 골프장이다.

이번 US오픈을 관전하는 시청자들은 생소한 장면을 지켜봐야 한다. 프로들도 드라이버로 티샷해야 하는 파3 홀이 있기 때문이다. 300야드에 가까운 거리로 세팅되는 8번 홀로 세계에서 가장 긴 파3홀이다.

오크몬트 컨트리클럽의 홈페이지에 따르면 “8번 홀에서 파는 훌륭한 스코어”라고 적혀 있다. “조니 밀러는 1973년 US오픈에서 코스 레코드인 63타를 기록했는데 8번 홀에선 쓰리 퍼트로 보기를 범했다“는 소개 문구도 있다.

대회 개막 이틀 전 연습라운드를 실시한 콜린 모리카와(미국)는 303야드로 세팅된 8번 홀(파3)에서 드라이버로 티샷했다. 모리카와는 두 차례나 메이저 대회에서 우승한 선수지만 볼을 그린에 올리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드라이버를 잡아야 했다.

모리카와는 연습라운드를 마친 후 “이건 정말 말되 안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같은 조로 연습라운드를 한 잰더 셔플리(미국)는 “8번 홀에서 드라이버를 잡아야 해 자존심이 상하는 선수들도 있겠지만 그 선택이 가장 좋은 스코어를 기록할 방법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셔플리의 말처럼 8번 홀에서 드라이버를 선택한 선수는 모리카와 뿐이 아니었다. PGA투어 장타부문 8위에 올라 있는 호주 교포 이민우도 8번 홀에서 드라이버를 잡았다. 이민우는 코스를 세팅한 미국골프협회(USGA)를 조롱하듯 자신의 SNS에 “헤이 USGA! 누가 8번 홀에 4 대신 3을 적어놓았네요”라고 남겼다. 재미교포 마이클 김도 연습라운드를 돈 후 “우리 조에서 3번 우드로 8번 홀에서 티샷한 동반자는 없었다. 오늘은 특히 바람이 많이 불었다”고 했다.

8번 홀에서 어렵게 티샷을 그린에 올렸다고 해도 파가 보장되는 건 아니다. 당구대 위에서 퍼팅하는 것처럼 엄청난 그린 스피드를 견뎌야 하기 때문이다. 대회 기간 중 예상되는 그린 스피드는 스팀프 미터 기준 4.38에서 4.48이다. 볼이 핀을 지나쳐 멈출 경우 이런 살인적인 그린 스피드에서 내리막 퍼팅을 하는 선수들은 멀미를 할 수도 있을 것이란 예상이다.

이번 US오픈에 출전하는 한국선수는 안병훈과 김시우, 임성재, 김주형 등 4명이다. 이들이 괴물같은 파3 홀인 8번 홀에서 어떤 플레이를 펼칠지 관심이다. 브라이슨 디섐보(미국)는 타이틀 방어에 나서며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는 마스터스에 이어 메이저 2연승을 노린다. 가장 강력한 우승 후보인 세계랭킹 1위 스코티 셰플러(미국)는 생애 첫 US오픈 우승에 도전한다.


sports@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