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9년 삼양설탕 TV광고. [삼양그룹 유튜브 채널 갈무리]](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5/06/09/news-p.v1.20250609.47cde6800b854cd384b8c50d183ebd93_P1.png)
[헤럴드경제=최은지 기자] “더 많은 사람들이 건강했으면 해서 유전자 치료제까지 개발했다. 필요한 것 부터 필요하게 될 때까지.”
최근 공개된 삼양그룹 TV광고 ‘키우고 또 키운다’편의 문구다. 1924년 창립 후 지난 100년간 대한민국의 ‘의식주’를 책임져온 삼양그룹이 향후 100년 미래먹거리 산업인 ‘바이오’ 산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삼양라면’의 삼양식품과는 완전 다른 회사다. 오히려 삼양식품보다 훨씬 오래 전 설립된 회사다. 식품 브랜드 ‘큐원’이나 숙취해소제 ‘상쾌환’ 등이 대표 상품이다.
이젠 바이오 산업을 한층 강화한다. 30년 전부터 준비해 온 의약·바이오 사업의 중심축을 기존 생분해성 봉합사(녹는 실) 및 항암제 중심에서 위탁개발생산(CDMO) 및 신약개발로 옮긴다.
삼양그룹의 지주회사인 삼양홀딩스는 최근 삼양바이오팜을 신설하고, 현재 삼양홀딩스 내 바이오팜그룹을 별도의 사업회사로 분할하기로 결정했다. 이번 분할은 삼양홀딩스 주주가 기존법인과 신설법인의 주식을 지분율에 비례해 나눠 갖는 인적 분할 방식으로 진행된다.
삼양바이오팜은 오는 11월1일 독립법인을 공식 출범하고, 같은 달 24일 유가증권시장(코스피)에 상장할 예정이다. 신주 배정 기준일 전날인 10월30일부터 변경상장 및 재상장일 전날까지 삼양홀딩스의 주식거래는 일시 정지된다.
삼양바이오팜은 현 삼양홀딩스의 김경진 공동대표가 맡아 의약·바이오사업을 전담하게 된다. 엄태웅 삼양홀딩스 공동대표는 분할 이후 지주회사의 역할만 담당한다.
이번 의약·바이오사업 분리에 대해 삼양홀딩스는 “바이오팜부문에 대해 가치를 재평가받고, 전문 경영인의 독립경영을 통해 급변하는 제약·바이오 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양그룹 유튜브 채널 갈무리]](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5/06/09/news-p.v1.20250609.87b8b2c44ed8494eb1736624ded7c405_P1.png)
“저희 라면 안팔아요”…‘삼양설탕’ 회사, 국민 ‘의식주’ 책임졌다
삼양그룹 유튜브 채널 프로필에는 “저희 라면 안팔아요!!”라는 문구가 적혀있다. ‘삼양라면’의 ‘삼양식품’과는 완전히 다른 회사로, 1961년 설립된 ‘삼양식품’보다 무려 37살이나 많은 형님이다.
하필이면 삼양그룹의 대표적인 브랜드 ‘삼양설탕’이 ‘삼양식품’의 제품으로 혼동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이에 삼양그룹은 2002년 식품 통합 브랜드 ‘큐원’을 론칭했다. 설탕, 밀가루, 알룰로스 등 소비자들이 시중에서 접하는 ‘큐원’ 브랜드의 회사가 바로 ‘삼양그룹’이다. 숙취해소제 ‘상쾌환’도 삼양그룹의 대표 상품이다.
삼양그룹은 일제강점기인 1924년 경성방직 사장인 수당 김연수가 세운 ‘삼수사’를 시작으로 대한민국 근현대사를 지나며 의식주 등 주요 산업의 국산화를 이끈 기업이다.
창업 초기 기업형 농장을 운영하며 근대산업을 태동했고, 국내 최초의 민영염전을 운영하며 ‘삼양소금’을 생산했다. 한국전쟁 후 국가 재건 사업에서 필수적인 ‘먹거리’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수입에 의존하던 설탕의 국산화를 이뤄 ‘삼양설탕’을 선보이며 국내 최대 설탕 생산 기업으로 도약, 가공식품 발전의 토대를 만들었다.
![삼양그룹 통합 식품 브랜드 ‘큐원’ 제품. [삼양그룹 홈페이지 갈무리]](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5/06/09/news-p.v1.20250609.0397cb20f9664ca988f2f2484fa35dcb_P1.png)
1960년대 산업화 시기에는 화학섬유 사업에 뛰어들었다. 1970년 폴리에스테르 섬유의 기본 형태인 스테이플 파이버와 필라멘트 생산에 성공, 혼방섬유, 패딩, 기능성 의료 소재 등에 사용되는 폴리에스테르 섬유 국산화를 이뤘다.
삼양그룹은 폴리에스테르 생산을 통해 쌓은 고분자 화학소재 기술로 새 산업에 뛰어들었다. 이온교환수지 생산을 통해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산업 발전, 의류, 포장재, 산업용 재료가 되는 엔지니어링 플라스틱 국산화로 첨단산업 발전에 기여했다.
대한민국 의식주를 책임져온 삼양그룹의 오랜 꿈은 의약·바이오 사업이었다. 삼양그룹이 보유한 핵심 기술인 고분자화학, 유기합성 등 기술과 생명공학 분야가 접목하면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1980년대 말 화학사업 고도화의 한 축으로 의약·바이오 사업을 시작한 삼양그룹은 1993년 국내 최초로 생분해성 수술용 봉합사 개발에 성공했다. 생분해성 봉합사는 시간이 지나면 체내에서 분해되는 수술용 실로 장기, 점막 등 실밥 제거가 어려운 수술 부위의 봉합에 주로 사용된다. 지난해에는 약 45개국 190개 이상의 기업에 5000만달러 규모의 원사를 공급하며 글로벌 봉합원사 시장 점유율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삼양그룹 본사. [삼양그룹 제공]](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5/06/09/news-p.v1.20250609.8b0e1cfca6fe4565987b921394f2e83c_P1.jpg)
봉합사 원사뿐만 아니라 감염 위험을 줄여주는 향군 봉합사 ‘네오소브 플러스’, 매듭이 필요 없어 편의성을 향상시킨 미늘 봉합사 ‘모노픽스’, 흡수성 지혈제 ‘써지가드’, 유착방지제 ‘인터가드’ 등 봉합사 완제품, 차별화된 바이오서저리(수술용 바이오 소재)도 개발해 공급하고 있다.
또한 미용성형 시장에도 진출해 리프팅 실 ‘크로키’와 생분해성 고분자 필러 ‘라풀렌’을 출시하고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2011년 삼양그룹 지주회사 체제가 출범하며 삼양바이오팜이 분할됐고, 봉합사와 함께 항암제 사업이 자리를 잡았다. 삼양그룹은 폐암, 유방암, 난소암 치료에 쓰이는 ‘제넥솔’을 중심으로 고형암 7종, 혈액암 5종의 항암제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고 있다. ‘페메드에스주’, ‘레날리드정’, ‘아자리드주’, ‘데시리드주’, ‘벤다리즈주’ 등이 독자적 기술을 이용해 조제편의성, 복용편의성, 용량 등을 차별화한 대표적인 의약품이다.
2021년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비상자사였던 삼양바이오팜은 삼양홀딩스에 흡수합병되며 안정화를 노렸고, 4년 만에 다시 별도 법인으로 독립하게 됐다. 이는 삼양그룹이 지난해 창립 100주년을 맞아 새로운 기업소명(Purpose)로 ‘생활의 잠재력을 깨웁니다. 인류의 미래를 바꿉니다’를 제시한 것과 궤를 같이 한다.
국민 건강까지 책임진다…CDMO·신약 개발 나서
![삼양디스커버리센터 전경. [삼양그룹 제공]](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5/06/09/news-p.v1.20250609.3efdb79fa4114520990772c93806b897_P1.jpg)
이번 인적분할은 단순한 독립을 넘어 향후 글로벌 의약바이오시장 내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초석을 마련한다는 의미가 강하다. 그동안 삼양바이오팜은 삼양홀딩스의 내부 사업부문으로 운영되면서 시장의 주목을 받기 어려웠다는 평가가 있었다. 이번 인적분할을 통해 전통적인 제약사와 마찬가지로 기술적 진보와 사업적 성과가 기업가치에 직접 반영될 수 있다. 바이오기업의 가치평가는 파이프라인과 기술력에 따라 급변하는 만큼, 독립 상장사는 그 자체로 시장의 전략적 관심 대상이 된다.
새롭게 출발하는 삼양바이오팜은 기존 봉합사와 항암제 중심의 바이오사업의 중심축을 글로벌 항암제 CDMO(위탁개발생산) 사업과 신약 개발로 옮긴다는 방침이다.
삼양그룹은 글로벌 항암제 CDMO 사업 확대를 위한 준비는 마쳤다. 연간 90만 바이알 규모의 생산능력을 가진 대전 의약 공장을 액상주사제, 동결건조주사제를 합쳐 총 500만바이알을 생산할 수 있는 세포독성 항암주사제 전용 공장으로 증설했다. 이 공장은 미국 우수 의약품 제조 및 품질관리 기준(cGMP)에 맞춰 증설했으며, 국내 항암주사제 공장 중 유일하게 유럽연합(EU) GMP((우수의약품 제조 및 품질관리기준)와 일본 GMP를 획득했다.
현재 유럽, 동남아, 일본, 중동, 남미 등에 수출 중이며, 장기적으로는 중동과 북아프리카, CIS(옛 소련에서 독립한 국가 연합) 등을 포함해 수출 국가를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삼양그룹은 생체 흡수성 고분자 기술과 독자적 특허 기술을 바탕으로 약물을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인체 내에 전달해 주는 ‘약물전달 시스템(DDS)’을 기반으로 신약 플랫폼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포부다.
삼양그룹이 개발 중인 유전자 전달체 ‘SENS’는 siRNA(짧은 간섭 리보핵산), mRNA(메신저 리보핵산)와 같은 핵산 기반 치료제 및 유전자 교정약물을 간, 폐, 비장 등의 다양한 조직의 특정 세포에 선택적으로 전달 가능하게 하는 약물 전달 기술 플랫폼이다. 원하는 조직으로 약물을 효율적으로 전달해 원하는 효과를 일으키기 때문에 비표적(Off target)으로 인한 부작용은 최소화한 것이 장점이다. 또한 기존에 mRNA 전달체로 잘 알려진 지질나노입자(LNP)와 달리 생분해성 고분자를 기반으로 디자인되어 유효성과 안전성이 우수하고 반복투여가 가능한 것이 특징이다.
엄태웅 삼양홀딩스 대표는 “이번 삼양바이오팜의 신설 및 분할로 삼양홀딩스는 순수 지주회사로서 자회사관리 등에 집중하게 되며, 삼양바이오팜은 독립·책임경영을 통해 경영효율성을 제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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