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열흘 만에 15~17일 캐나다 앨버타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참석하는 것은 여러모로 의미가 크다. 6개월간 정상외교가 멈췄던 한국이 다시 국제무대에 복귀했음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동시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 등 주요 정상과 직접 얼굴을 맞대는 ‘외교 데뷔전’이라는 점에서 중요한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무엇보다 트럼프 대통령과 만남이 큰 관심사다. 지난 6일 첫 정상 통화에서는 관세 문제 등 주요 현안에 대해 긴밀한 협력을 약속했지만, 양국 간 온도 차도 감지된다. 대통령실은 “두 정상 모두 상대방의 리더십을 높이 평가하며 한·미 동맹 강화에 뜻을 모았다”고 평가했으나, 미 백악관과 트럼프 대통령의 공식 반응은 미지근하다. 미국 측이 이재명 정부의 실용외교 실체를 신중히 파악하는 모습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번 G7 정상회의는 이런 우려를 불식시키고 신뢰를 다지는 계기가 돼야 한다.

특히 관세 협상은 한·미 간 핵심 현안이다. 미국이 한국산 자동차에 25%, 철강과 알루미늄에 50%에 달하는 고율의 관세를 부과해 우리 경제에 큰 부담이 되고 있다. 협상 시한이 임박했지만, 이번 G7 정상회의에서 실질적인 논의를 기대하긴 어렵다. 다만 이번 회담이 협상의 물꼬를 트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의미 있는 성과다.

한·일 수교 60주년을 앞두고 이 대통령과 이시바 총리의 첫 공식 대면도 기대된다. 과거사 문제에 강경했던 이 대통령이 이시바 총리와 만나는 자리에서 어떤 태도를 보일지가 양국 관계의 향방을 가를 것이다. 최근 ‘현안을 뒤섞지 말자’는 발언에서 드러난 것처럼, 경제·안보 협력과 역사 문제를 분리해 실용적으로 접근하려는 시도는 긍정적 신호다. 양국이 민감한 현안을 협력과 대화로 풀어 동북아 안정에 기여해야 한다.

취임 초기 내각 구성이 마무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외교 데뷔가 다소 성급하다는 우려도 있다. 하지만 주요 7개국 정상들과 직접 소통할 기회를 놓칠 수 없다는 판단이 더 컸을 것이다. 이 대통령은 오는 24~25일 네덜란드에서 열리는 나토 정상회의 참석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나토는 우크라이나 전쟁에 러시아와 북한을 강도 높게 비판하는 자유 진영 핵심 안보 기구다. 이 대통령의 참석 여부는 자유 진영 내 한국의 입장을 가늠하는 바로미터가 될 것이다.

G7 참석을 시작으로 이 대통령은 국제무대에서의 리더십을 차근차근 쌓아야 한다. 그러려면 일관된 태도와 신뢰 구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차분하고 면밀하게 전략을 다듬어 실용외교 첫걸음이 경제·안보에 새로운 전환점이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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