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9일까지 새 정부의 경제 정책을 이끌 대통령실 실장·수석급 주요 인사와 조직 개편을 발표했다. 정책실장에는 김용범 전 기획재정부 1차관을 임명했다. 기존 경제수석에서 개칭한 경제성장수석엔 하준경 한양대 교수를 발탁했다. 또 수석급 재정기획보좌관을 새로 만들고 류덕현 중앙대 교수를 기용했다. AI(인공지능)미래기획 수석도 신설했으나 이날까지 인선은 발표는 이뤄지지 않았다. 이 대통령의 첫 경제 참모 인선엔 방향성이 뚜렷하다. 글로벌 통상질서·금융시장 변화 등에 따른 거시적 대응과 적극적인 재정 정책, AI를 필두로 하는 성장전략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까지 단행한 취임 첫 대통령실 인사에서 상징성이나 명망도보다는 전문성과 기능성, 안정성을 우선하는 ‘실용주의’를 택했고 이는 경제 참모진 구성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김 실장은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 등에서 두루 요직을 지낸 거시 경제 및 금융 분야 전문 관료다. 특히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글로벌 금융위기, 코로나19 팬데믹 등 경제 관료로서 위기 대응 경험이 풍부한 것이 대통령실이 밝힌 중용의 이유다. 김 실장은 재정의 역할과 금융의 생산적·포용적 기능을 강조해왔는데, 이 기조는 하 수석과 류 보좌관의 기용과도 맥이 닿는다. 하 수석은 이 대통령의 성장 담론과 산업정책 등 공약 설계에 참여한 경제 책사이고, 류 보좌관은 적극 재정을 강조해온 전문가다.
이 대통령은 기획재정부에서 예산 기능을 떼내고 재정운용에 대한 대통령실의 권한을 강화하는 방향의 정부조직개편을 시사해왔다. 경제팀 구성도 이를 염두에 둔 것으로 분석된다. 대내외적으로 통상질서와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큰 만큼 정책 기획에서 집행까지 신속성과 효율성을 달성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인식이 배경에 깔린 것으로 보인다. 당장 대규모 추가경정예산이나 민생 지원금으로 내수 진작과 민생 회복을 도모하고, AI를 비롯한 첨단 분야와 제조·건설업 등을 지원해 성장률을 극복하기 위해선 예산 및 재정운용에 있어서 대통령실의 주도권이 확대되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실행의 효율성과 속도 뿐 아니라, ‘균형’의 달성 또한 매우 중요하다는 점을 새 정부는 명심해야 한다. 건전재정이 전제되지 않는 무조건적인 예산 동원은 국가 채무·부채의 증가로 이어져 국가신인도를 떨어뜨리고 장기적인 위기 대응에 여력을 위축시킬 수 있다. 민생 회복과 내수 진작, 산업 지원 정책에는 재원 마련과 세수 확보 대책이 동반돼야 한다. 거대여당의 ‘일방 통행’도, 소수야당의 ‘발목잡기’도 금물이다. 여야가 머리를 맞대야 한다. 비상한 경제 위기 상황에 맞는 비상한 ‘협치’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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