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상승거래’ 비중 22개월만 최대
4월 거래건수·가격 급등…5월엔 매물 잠겨

[헤럴드경제(세종)=홍승희 기자] “99㎡(이하 전용면적)가 3월까지 9억 초반 팔리던건데… 집보러 갔더니 그 자리에서 5억, 6억씩 올려요. 어떤 이는 14억으로 올려달래요. 정치권에서 세종 얘기가 계속 나오니 지금 안 팔겠다는 거죠”(세종특별시 나성동 A공인중개사)
21일 찾은 세종시 나성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30평대 아파트값이 40평대를 단번에 뛰어넘었다”며 최근 세종의 부동산 거래 분위기를 전했다. 나성동은 다른 지역과 달리 고층 주상복합들이 모여 있어 ‘세종의 강남’이라고 불린다. 입주 3~4년차의 신축 아파트가 밀집돼 있어 고소득 젊은 세대가 몰리는 신흥 부촌에 해당한다.

일례로 나성동 나릿재마을6단지한신더휴리저브 84㎡는 지난 4월 10억5000만원(43층)에 거래돼 최고가를 경신했다. 10일 전 체결된 직전 최고가(9억3000만원·14층)보다 1억2000만원 비싼 가격이며, 더 넓은 99㎡의 직전 거래가(9억5000만원)보다도 1억원 더 높다. 거래가가 빠른 속도로 훌쩍 뛴 것이다.
A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10억5000만원에 팔린 매물은 앞에 강이 보이는 ‘금강뷰’”라며 “세종시 중에서도 나성동이 가장 많이 올랐다”고 설명했다.
대통령 집무실이 세종으로 이전한다는 ‘천도설’에 거래가 늘고 집값이 오르다가 이달부턴 아예 매물도 거뒀다. 세종시를 완전한 행정수도로 완성하겠다는 유력 대선 후보 공약이 발표되자, “아직 집값의 천장을 알 수 없다”며 집주인들이 호가를 수억원씩 올리거나 나중에 팔기로 마음을 고쳐먹은 것이다.
실제 나성동의 아파트 거래 건수는 3월까지 35건이었지만 4월 47건으로 급증했다. 그러다 5월에는 집주인들의 관망이 짙어지며 이날 기준 18건에 그쳤다.
B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집을 보러 가면 그 자리에서 수억원씩 집값을 올린다”며 “9억원대 거래되던 걸 집주인에 ‘11억원으로 올릴까요?’ 물었더니 ‘14억으로 올려달라’더라. 이러니 집을 보기만 하고, 거래는 안 된다”고 전했다.

세종시 내에서 가장 학원이 많은 새롬동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59㎡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은 새뜸10단지더샵힐스테이트의 경우 이전까지는 5억원대에 거래되던 26평 아파트가 이제는 6억원대에 팔린다. 매도자가 5000만원~1억원씩 가격을 올려도 이를 매수세가 따라잡고 있다는 게 인근 공인중개업소의 설명이다.
C 공인중개사는 “대통령 집무실 이전 이슈가 아니더라도 호가는 조금씩 오르던 상황”이라며 “하지만 5억6000만~5억8000만원에 거래되던 것들이 6억5000만원까지 체결됐으니 결과적으로 가격이 오른 건 맞다”고 말했다.
주목할 점은 오르는 곳만 오르는 서울과 달리 세종시는 자치구 전체가 들썩이고 있다는 점이다. 아파트가 많고 가격대가 상대적으로 더 저렴한 도담동, 고운동도 지난 4월 거래건수와 가격이 동시에 급등했다.
직방이 국토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을 분석한 결과 세종시의 4월 한 달간 아파트 매매 거래 총 1197건 중 631건이 직전 거래 대비 가격이 오른 금액에 거래됐다. 이에 따른 상승 거래 비중은 52.7%로, 22개월 중 가장 높은 수준(2023년 6월·53.2%)을 기록했다.
도담동에 거주하는 김모(30·남)씨는 “59㎡를 4억2000만원이면 살 수 있었는데 실시간으로 4억5000만~4억6000만원까지 올랐다”며 “옆 동네 어진동은 84㎡가 10억까지 간다는데, 그 돈이면 팔고 동탄이나 광교에 집을 사는 게 가능해지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갭투자(임대 끼고 매매)를 계획하는 외지 투자자 문의도 이어진다. A 대표는 “세종시의 전세가는 국민평형(84㎡) 기준으로 3억원대 분양가에 머물러있다”며 “아직 전세가가 매매가를 따라잡지 못해 갭투자 문의가 많은 편은 아니지만, 4월 이후 꾸준히 전화를 받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세종 천도론’을 두고 피로감을 나타내는 목소리도 나왔다. 매 선거때마다 나오는 행정수도 이전 공약이 신뢰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아울러 세종시는 이미 공무원들의 실거주 비중이 높고 자녀의 생애 주기에 따라 관내 갈아타기도 활발한 편인데, 정치인들의 말 한마디에 거래가 잠기는 현상이 주기적으로 반복되자 업계 관계자들의 불만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C 공인중개사는 “부동산 가격은 알아서 내버려두면 시장 원리에 따라 오를수 밖에 없다”며 “대통령의 말 한 마디에 또 들썩이니 피곤하다”고 호소했다. B 공인중개업소 대표 역시 “사실 행정수도 이전을 신뢰하는 공인중개업소는 별로 없다”며 “과거 브리핑까지 열었지만 결국은 똑같았다”고 회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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