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이 교과서가 되는 미래학교 풍경
테라스서 노래 부르고, 쌈지쉼터 사색
탈권위·민주·자율성 도모..공원같은 학교


[헤럴드경제=함영훈 기자] 학교가 소풍터가 된다면, 교정을 비추는 햇살과 학생들을 향해 웃어주는 꽃들이 교과서가 된다면..
즐거운 공부, 소풍처럼 가는 등굣길은 요즘 우리 아이들에겐 현실과 맞지 않는 얘기로 들릴지 모르겠지만, 경남 양산의 효암고(교장 이강식)가 학생들의 환호 속에 ‘행복한 학교’ 프레임을 구축해 화제를 모은다.
17일 효암고에 따르면, 봄꽃이 곳곳에 피어난 이 학교는 폴딩 도어를 통해 테라스로 연결한 1학년 교실과, 중앙 본관인 은목관에 마련한 중정 및 3층 옥상 야외 공원 등을 선보였다.
또 기존 건물의 계단실 등 틈새 공간도 모두 학생들의 휴식을 위한 쌈지 쉼터를, 도서관 앞에는 버스킹 등이 가능한 야외 소강당을 조성했다.
이와 함께 교실 외벽은 통창으로 대체해 교실간 개방성을 최대화하면서 학생 스스로 자율적인 학습과 일상을 주도하도록 배려했다.
물리적 환경 변화를 통해 교실과 자연, 사람 사이 소통의 벽을 최대한 낮춘다는 방침에 따른 것이다.
교실 문을 열면 ‘햇살이 교과서’가 되는 학교를 꿈꾸어 온 경남 양산의 효암고등학교가 최근 이런 모습의 그린스마트 미래학교 리모델링사업 개관식을 갖고 ‘학생 중심 공간 구성’의 출발을 알렸다.
효암고등학교는 ‘교실과 자연이 분리되지 않고, 대학 너머의 삶을 준비하는 학교’를 전면에 내건 공간재구조화를 마쳤다. 개관식은 박종훈 경상남도교육감을 비롯 관내 교장 등 2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했다.
학생들은 쉬는 시간에 교실을 나와 테라스에서 노래를 불렀고, 몇몇은 쌈지 쉼터에서 가벼운 산책과 사색을 했다.
한 학생은 “교실 문을 열면 야외 카페에 피크닉을 온 것 같다”면서 “학업과 놀이와 휴식이 한데 어우러진 느낌”이라고 말했다.
이강식 교장은 “교실문을 열면 테라스가 펼쳐지면서 쉬는 시간에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를 나누느라 학생들의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는다”며 “친구들과 호흡하면서 자율성과 소통의 민주성을 터득해 나가는 일은 학생들의 몫”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설계과정부터 교사와 학생이 참여해 수업과 자연, 배움과 삶은 서로 분리되지 않는다는 교육철학을 공간 재구성에 반영했다”고 덧붙였다.
효암고는 그린 스마트라는 외형 뿐 만 아니라, 휴머니즘과 탈권위에 기반한 다양한 교육혁신도 진행하고 있다.
효암고는 2025학년도부터 학생 스스로 이수과목을 선택하는 고교학점제의 특성을 반영, 권위와 통제를 상징하는 전통적인 공간 배치도 전면 해체했다.
본관인 은목관에 자리잡았던 교장실과 교무실, 행정실을 주변부인 매화관으로 모두 이전하고 학생회실을 건물의 정 중앙인 2층 한가운데 재배치했다. 학생들이 중심이며 그들의 ‘당당한 자율성’을 최대한 지원한다는 의미이다.
abc@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