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재부, 그린북 5월호 발표
“소비·건설투자 등 내수회복 지연
추경 신속집행, 일자리·건설 지원”
정부가 5개월째 ‘우리 경제에 하방 압력이 더해지고 있다’는 경기 진단을 이어갔다. 특히 내수 부진 속에 우리 경제를 지탱했던 수출마저 미국 관세부과 여파로 둔화하고 있다는 표현을 추가했다.
기획재정부는 16일 발표한 ‘최근 경제동향(그린북)’ 5월호에서 “최근 우리 경제는 소비·건설투자 등 내수 회복이 지연되고 취약부문 중심 고용애로가 지속되는 가운데 미국 관세부과에 따른 대외여건 악화로 수출 둔화 등 경기 하방압력 증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지난달 그린북과 크게 다른 점은 없지만 ‘수출 둔화’라는 표현이 새롭게 등장했다. 정부는 두 달 전 ‘수출 증가세 둔화’라는 표현을 넣었다가 수출이 소폭 반등하자 이 표현을 삭제한 바 있다. 그러나 이번 달은 수출에 대해 부정적인 수위를 높여 다시 반영했다.
4월 수출액은 582억1000만달러로 작년 같은 달과 비교해 3.7% 증가했으나, 관세 영향 등으로 대미 수출이 6.8% 감소했다. 미국은 지난 3월 철강·알루미늄 제품에 대해 25%의 품목 관세를 부과한 것을 시작으로 지난달 수입 자동차에 대해서도 25%의 관세를 부과하고, 한국의 전체 대미 수출품에 25% 상호관세 부과를 예고한 상태다.
조성중 기재부 경제분석과장은 “경기 하방압력이 증가하고 있다는 건 연간 국내총생산(GDP)을 봤을 때 당초 전망(1.8%)했던 것보다 낮은 수준이 나올 수 있는 압력이 늘어났다는 의미”라며 “관세 영향은 이미 수출에 나타나고 있으나, 4월 수출은 우려했던 것보다는 선방했다고 평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산업활동동향 3대 지표 역시 불확실한 대내외여건 탓에 매달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3월 전산업생산이 전달보다 0.9% 증가하며 2개월 연속 증가 흐름을 이어간 가운데 건설업(-2.7%)은 회복세를 이어가지 못하고 감소 전환했다. 서비스업 생산(-0.3%)이 줄어들고 소매 판매(-0.3%)와 설비투자(-0.9%), 건설투자(-2.7%)가 감소하는 등 내수 부진이 지속됐다.
정부는 4월 소매판매에는 카드승인액과 소비자심리지수 개선 등이 긍정적 요인, 백화점·할인점 카드승인액 감소 등은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했다.
고용에 대한 우려도 계속됐다. 지난 1월 ‘고용 둔화’로 표현한 데 이어 2월부터는 ‘취약부문 중심 고용 애로’를 지속적으로 언급했다. 4월 취업자수는 19만4000명 증가하면서 넉 달째 두 자릿수 증가세를 유지했지만 질 좋은 일자리로 평가받는 제조업(-12만4000명), 건설업(-15만명) 등에서 취업자가 크게 줄었다. 이상기온 영향으로 농림어업(-13만4000명) 고용도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정부는 글로벌 경제와 관련해서는 “주요국 관세부과에 따른 통상환경 악화 등으로 국제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지속되고 교역·성장 둔화가 우려가 있다”고 진단했다. 미국 경제는 고용이 양호한 증가세를 유지했으나 소비심리 하락이 지속되고 1분기에는 3년 만에 역성장하는 등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기재부는 “미국 관세 부과에 따른 우리 기업 피해지원, 산업경쟁력 강화 등을 위한 13조8000억원 규모 필수 추가경정예산을 신속 집행하는 등 통상 리스크 대응에 총력을 다하는 가운데 일자리·건설·소상공인 지원 등 민생경제 회복 지속·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양영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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