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층의 자영업 진출이 빠르게 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60세 이상 자영업자는 210만명으로, 2015년보다 70만명 증가했다. 오는 2032년에는 248만명, 전체 취업자의 9%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은퇴 이후 생계를 잇기 위한 창업이 급증하고 있다는 뜻이다.
2023년 기준 우리나라 자영업자 비중은 23.2%(무급 가족 종사자 포함 기준)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16.6%를 크게 웃돈다. 고령 자영업자가 크게 늘어난 때문이다. 1차 베이비붐 세대(1955∼63년생)의 은퇴가 본격화하며 2015년 142만 명이던 고령 자영업자가 지난해 210만 명까지 불었다. 앞으로 2차 베이비붐 세대(1964∼74년생)까지 은퇴 대열에 합류하면 자영업자는 더 늘 수밖에 없다.
문제는 이들의 창업이 충분한 준비 없이 시작되는 ‘생계형 창업’이라는 점이다. 통계에 따르면 60대 자영업자의 연 평균 매출은 3000만원, 70대는 2000만원으로 40대(4600만원)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특히 60대 신규 창업자 중 35%는 연간 영업이익이 1000만원에도 미치지 못한다. 수익은 턱없이 낮고 실패 위험은 크다. 정보 부족 등으로 시장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결국 노후 빈곤으로 이어지고, 한국 경제의 생산성과 내수 회복을 가로막는다는 우려가 나온다.
고령층이 자영업에 내몰리는 건 길어진 수명에 비해 안정적인 노후 소득원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은퇴 후 일자리를 구하기 어렵고, 얻더라도 소득이 충분치 않다 보니 진입 장벽이 낮은 자영업으로 몰리는 것이다. 창업 외에도 노후를 안정적으로 꾸릴 수 있는 선택지가 절실하다. 이런 점에서 한국은행과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제안한 ‘주택연금 활성화’는 주목할 만하다. 주택연금 가입률이 높아질수록 실질 GDP가 최대 0.7%포인트 증가하고, 노인 빈곤율은 최대 5%포인트 줄어든다고 한다. 그런데 현재 가입률은 1.89%에 그친다. 제도에 대한 정보 부족, 상속에 불리한 조건, 경직된 상품 설계가 가입을 꺼리게 하는 요인으로 보인다.
한은이 전국 55∼79세 주택 보유자 3820명을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35.3%가 주택연금 가입에 관심이 있다고 밝혔다.특히 상품 설계를 손보면 가입 의향은 41.4%로 높아졌다. 상품 다변화, 상속 요건 완화, 주택가격 변동 반영 등 실효성 있는 제도 정비가 시급하다. 집은 있으나 소득이 없는 고령층이 무리한 창업에 내몰리지 않도록 다른 선택지가 있어야 한다. 임금체계를 개편해 기업이 고용을 이어갈 수 있도록 정년 연장에 대한 사회적 합의도 서둘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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