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의 품격(言品)

사람에겐 인품이 있듯이 언어에는 ‘언품(言品)’이 있다. 일찍이 세계적 언어철학자 비트겐쉬타인(L. Wittgenstein)은 “언어의 한계는 그 삶의 한계다”라고 잘라 말했다. 한마디로 언어 수준이 그 사람의 수준이라는 거다. 주지하듯이 필화(筆禍)보다 치명적인 게 설화(舌禍)다. 서양에선 “곰은 쓸개 때문에 죽고, 사람은 혀 때문에 죽는다”고 했다. 선조들이 꼽은 조심해야 할 삼단(三端)은 붓끝ㆍ칼끝ㆍ혀끝이다. 특히 “말이 씨가 된다”는 것은 늘 회자되는 삶의 인과법칙이다. 일본인들은 내뱉은 말 하나하나에 ‘언령(言霊·ことだま)’이 있다고 믿는다. 그래서인지 현란하고 창의적인(?) 욕 잔치 한국어에 비해 일본어에는 욕이 거의 없다.
한편 요즘 우리 사회는 말은 많은데 언어는 없는 반지성의 사회로 치닫고 있다. 값싼 말(cheaptalk)이나 막말 대잔치(word salad)는 그나마 양반이다. 악플에선 이미 세계를 제패한 한국이다. 중요한 것은 세월이 지나고 보면 사람은 자기가 한 말 그대로 된다는 점이다. 결국 말이란 자신에게 하는 예언[言讖·언참]이다.
칼럼니스트/법무법인 클라스한결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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