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소수자인권위 “연단 설 자격 없다” 비판
학생들 찬반 의견 엇갈려…학내 갈등으로 비화
선거철마다 대학 찾는 정치인들로 시끌시끌
![개혁신당 이준석 대선 후보가 13일 대구 중구 2.28기념중앙공원에서 집중 유세를 하고 있다. [연합]](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5/05/14/rcv.YNA.20250513.PYH2025051320540001300_P1.jpg)
[헤럴드경제=박지영 기자]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후보가 강연 차 경희대를 방문한 사실을 두고 학내에서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소수자 혐오 발언을 한 전력이 있는 후보자를 초청해 강연을 하는 것이 옳냐는 비판이 나오면서다. 이런 비판은 학생 자치기구의 ‘존폐 논의’로 확장됐다.
이 후보는 지난 9일 경희대 정경대 학생회 초청으로 ‘정경인을 부탁해’ 강연을 진행했다. 강연이 시작되기 1시간 전 경희대 학생·소수자인권위원회(학소위)가 ‘이준석은 경희대의 연단에 설 자격이 있는가’라는 대자보를 게시하면서 갈등이 시작됐다.
학소위는 대자보에서 “이준석은 소수자에 대한 혐오를 정치적 자산으로 삼고 있는 인물”이라며 “20대 대선에서 여성가족부 폐지를 주요 공약으로 내세우고 성별 임금 격차를 부정했다. 젠더 갈등을 조장하고 혐오를 유머로 삼는 것이 자칭 청년 정치인으로서 보일 수 있는 적절한 행보인가”고 꼬집었다.
이들은 작년 동덕여대 사태와 전국장애인철폐연대(전장연)의 지하철 탑승 투쟁을 두고 이 후보가 했던 발언을 ‘차별적 태도’로 규정하면서 “소수자 혐오를 일삼는 정치인의 말을 학습하는 장을 만드는 격”이라고 초청강연을 비판했다.
이 대자보에 정경대학 학생회장이 “수치스럽고 불쾌하다”며 “(학소위가) 소수자 인권을 위해 한게 뭐가 있느냐. 확대운영위원회(단과대 학생회장 등이 모이는 회의)에서 학소위의 역할이 무엇인지 묻겠다”며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글을 올리면서 논쟁이 학내 자치기구 존폐 논쟁으로 번졌다.
정경대 학생회장은 이후 단과대 학생회장 등이 모인 중앙운영위원회에서 “이준석 후보만 초청한 것이 아니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 국민의힘 김문수·한동훈·홍준표 후보, 무소속 한덕수 후보에 대해 초청강연을 기획했는데, 이준석 후보만 가능하다고 해서 진행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 5개월간 (학소위의 활동은) 윤석열 전 대통령 규탄, 탄핵 피크닉 등 특정 정치적 의사 표현만 가득했다. 5월 내에 전체학생대표자 회의를 열어 학소위의 존폐를 논하고 필요하다면 대안기구의 설립을 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학생들은 “올해 초에 장애학생휴게실을 만드는 등 포용적이고 인권적인 학교를 만드는데 학소위가 필요하다”는 의견과 “이런 활동을 왜 내 등록금으로 해야 하냐. 폐지해라”는 의견을 보이고 있다.
대통령 선거 등을 앞두고 후보자를 비롯한 정치인들이 대학을 찾곤 한다. 젊은층 표심을 겨냥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특정 정치인의 과거 발언 등을 학생들이 문제 삼으며 논란이 되는 경우도 많다.
지난 3월 서울대 사회과학대 학생회는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과 홍준표 당시 대구시장을 강연자로 초청했는데, 학낸 구성원들의 비판 여론이 거셌다. 2023년 5월에는 오세훈 서울시장이 특강을 위해 동국대를 찾았을 땐 퀴어퍼레이드 서울광장 사용 불허, 이태원참사 시청분향소 철거 위협 등 오 시장의 결정을 언급하며 학생들이 비판 인쇄물을 뿌렸다. 2012년 박근혜 전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 부산대에서 특강을 진행하려하자 부산대 학생들은 “부마항쟁이 시작된 부산대에서 역사관 세탁을 위해 특강을 진행하면 안 된다”며 반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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