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대선 공식선거운동 둘째날인 13일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에서 ‘성차별 발언’이 논란이 됐다.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는 전날 서울 가락시장을 찾아 상인들과 만난 자리에서 해당 지역구 배현진 의원을 가리켜 “미스 가락시장”으로 언급했다. 민주당에선 김문수 의원이 “출산가산점”을 거론한 책임으로 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 보직을 사임했다. 성인지 감수성은 물론이고 경제관마저 의심케 할 정도로 부적절한 발언들이다. 여성의 경제활동참가 확대와 노동생산성 향상이 향후 성장률 제고의 핵심 과제 중 하나로 꼽히기 때문이다.
김 후보는 상인들에게 “배 의원은 미스 가락시장 홍보대사로 임명장을 하나 (주면 어떻겠냐)”라고 했다. 민주당은 “여성을 장식품처럼 여기는 차별적 여성관”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민주당 김 의원 발언도 퇴행적이긴 마찬가지였다. 김 의원은 민주당 공약 중 ‘군 복무 경력 호봉 반영’에 대해 ‘‘여성 공약은 제시하지 않고 군 가산점제만 도입한다는 것이냐”며 항의하는 시민 문자메시지를 받고 “여성은 출산 가산점과 군 가산점이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대한민국 남성의 헌법상 의무인 병역과 여성의 출산을 같은 차원에서 논의한 것도 오류이고, 자칫 여성을 ‘출산의 도구’로서만 인식할 수 있도록 말한 것도 잘못됐다. 출산과 육아가 남녀 공동의 일이라는 사회적 합의에도 맞지 않는다.
이번 대선은 유독 ‘성평등’ 정책이 없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계엄과 탄핵으로 인한 국난과 경제 위기 극복이 먼저라는 시대적 요구에 따른 것이기도 하겠지만, 최근 들어 첨예해진 젠더 갈등으로 인해 주요 정당이 관련 대책 내놓길 꺼린 탓도 있다. 양당의 10대 공약 중엔 ‘성평등’이나 ‘여성정책’이 따로 없고, 하위 항목으로 일부 있을 뿐이다. 민주당은 ‘여성 소상공인 안전 강화’ ‘여성이 일하기 좋은 사회 조성’, 국민의힘은 ‘여성희망복무제로 양성평등 군 복무 시스템 도입’이 전부다.
한국은행은 우리 경제의 구조개혁이 성공적으로 이뤄지면 총요소생산성 향상, 출산율 제고, 여성·고령층 노동생산성 향상 등으로 2040년대 후반 잠재성장률이 기존 전망 대비 각각 0.7%포인트, 0.1~0.2%포인트, 0.1%포인트 정도 추가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글로벌 컨설팅업체 베인앤컴퍼니한국지사는 “한국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과 정규직 비율 및 남녀 임금 격차 수준이 주요 7개국(G7) 평균 수준에 도달하면 10년간 매년 0.7%포인트의 국내총생산 성장 효과를 얻을 것”이라는 자체 분석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성평등’은 국민 통합의 문제이자, 저성장 시대를 돌파할 경제의 핵심 과제라는 점을 대선 후보들이 명심하기 바란다.
suk@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