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바겐 수주 딴 SK온, 非중국 시장서 점유율 상승

中 CATL, 글로벌 주요 OEM 고객사 확보 나서

“시장 활성화 위해 경쟁력 있는 신차 계속 나와야”

폭스바겐 ID.4(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테슬라 모델 Y, 기아 EV6, 현대차 아이오닉 5 [각사 제공]
폭스바겐 ID.4(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테슬라 모델 Y, 기아 EV6, 현대차 아이오닉 5 [각사 제공]

[헤럴드경제=서재근 기자] 국내외 완성차 업체(OEM)가 내놓은 전기차의 판매량과 맞물려 전기차용 배터리를 공급하는 글로벌 배터리사의 성적 희비가 엇갈리는 모양새다.

전기차 캐즘(대중화 전 일시적 수요정체) 상황에서 주요 OEM별 점유율 격차가 더욱 뚜렷해지면서 경쟁력을 갖춘 전기차에 배터리를 공급하기 위한 글로벌 기업들의 물밑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 배터리 제조사 CATL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 1분기(1~3월) 글로벌 전기차용 배터리 사용량 시장 점유율에서 38.3%(총사용량 84.9GWh)를 기록하며 전체 점유율 1위에 올랐다. CATL은 중국을 제외한 시장에서도 전년 동기 대비 35.5% 성장한 29.0GWh으로 29.5%의 시장 점유율을 차지하며 글로벌 1위를 공고히 했다.

이는 중국은 물론 전 세계 주요 OEM과 배터리 공급계약을 체결한 것이 CATL의 가파른 성장세를 주도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지커와 샤오미 등 주요 OEM들이 CATL의 배터리를 채택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미국의 테슬라를 비롯해 독일의 BMW, 메르세데스-벤츠, 폭스바겐 등과 같은 다수의 전 세계 주요 OEM 역시 CATL의 배터리를 채택하고 있다.

폭스바겐 그룹과 BMW 등 주요 고객사들은 올해 전년 대비 전기차 판매량에서 두 자릿수대 성장률을 기록하며 뚜렷한 성장세를 보였다. 폭스바겐 그룹의 경우 올해 1분기 29만7000대(판매량 4위)의 전기차를 판매, 전년 동기 대비 42.6%의 증가율을 보였고, BMW그룹(8위)도 같은 기간 21.1% 늘어난 14만3000대의 전기차를 판매했다.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등 국내 대표 배터리 3사도 배터리를 공급하는 주요 OEM이 받아든 성적에 희비가 엇갈렸다는 분석이다.

이들 3사의 올해 1분기 글로벌 전기차용 배터리 사용량 시장 점유율은 같은 기간 4.6%p 하락한 18.7%를 기록했다. 다만, 같은 기간 중국을 제외한 시장에서는 SK온이 총 배터리 사용량 10.4GWh로 국내 3사 중 가장 높은 성장률(35.5%)을 보이면서 시장 점유율을 9.9%에서 10.6%로 끌어올렸다. 배터리를 공급하는 폭스바겐그룹과 현대자동차그룹 등 주요 고객사의 판매 호조가 실적에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했다.

에너지 전문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분기 폭스바겐 그룹은 전년 대비 72.8% 늘어난 27만6000대의 전기차를 판매, 테슬라를 제치고 1위에 올랐다. 폭스바겐 그룹의 주력 모델인 폭스바겐 ID.3, ID.4, ID.7, 아우디 Q4 이트론 등 MEB 플랫폼 탑재 차량들의 판매 호조가 실적을 견인했다.

SK온은 미국 생산법인 SK배터리아메리카(SKBA)를 통해 폭스바겐의 북미 ID.4 모델에 탑재되는 82㎾h 배터리를 생산하고 있다. 특히, 이 모델은 지난 1월 미국 시장에서 전년 동기 대비 653%가 늘어난 4979대가 팔렸다. 이는 미국에서 세 번째로 많은 판매량이다. 업계에서는 올해 ID.4의 미국 판매량이 전년 대비 두 배 수준인 약 6만대에 이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현대차·기아의 성장세도 호재 요인으로 꼽힌다. 양사는 올해 1분기 중국을 제외한 글로벌 시장에서 전년 동기 대비 11.7% 늘어난 약 13만7000대의 전기차를 판매하며 3위에 이름을 올렸다. 특히, 북미 시장에서는 스텔란티스와 포드, 제너럴모터스(GM)의 전기차 인도량을 제치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SK온은 SKBA를 통해 미국 조지아주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에서 제작되는 현대차 아이오닉 5와 조지아주 웨스트포인트에 위치한 기아 공장에서 생산되는 EV6 등에 배터리를 공급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도 글로벌 OEM 수주 확보를 위해 분주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김동명 LG에너지솔루션 대표이사 사장은 지난 3월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최근 애리조나 법인에서 주요 고객과 다년간 연 10GWh 규모로 46시리즈를 공급하는 계약을 맺는 성과가 있었고, 원통형 배터리를 많이 써오지 않은 레거시 업체에서 배터리를 쓰게 될 것”이라고 깜짝 발표해 눈길을 끈 바 있다.

공급 업체 및 수주 규모는 언급되지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이번 계약이 수조원 규모가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계약 대상으로는 GM과 스텔란티스 등이 거론된다.

삼성SDI 역시 미국 내 스텔란티스와의 합작법인 가동을 조기에 마쳤고, 오는 2027년 양산을 목표로 GM과의 합작법인 건설 공사도 시작하는 등 본격적인 수주 확대를 위한 물밑 작업에 나서고 있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캐즘에도 경쟁력을 갖춘 전기차들은 전 세계 시장에서 견조한 판매량을 이어가고 있다”며 “무엇보다 독일과 미국 등 주요 시장 내 OEM들이 경쟁력을 갖춘 전기차를 적극적으로 개발·출시하는 것이 중요하다. 업체 간 배터리 수주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겠지만, 그만큼 선택의 폭도 넓어지면 글로벌 전기차 시장도 활기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likehyo85@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