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경내 커피숍서 1시간 생중계 협상

기존 주장 반복하며 평행선 달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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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김진 기자]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한덕수 무소속 대선 예비후보의 ‘2차 단일화 협상’이 약 1시간 만에 또 다시 결렬됐다. 두 후보는 생중계로 진행된 협상에서 입장차를 전혀 좁히지 못하고 평행선을 달렸다.

김 후보와 한 후보는 이날 오후 4시30분부터 서울 영등포구 국회 사랑재의 커피숍 야외 테이블에서 진행된 2차 단일화 협상에서 악수를 나눈 뒤 서로를 향해 엄지를 치켜세웠다. 한 후보는 “제가 제일 좋아하는 김문수 장관님 최고”라고 말했고, 김 후보도 “제가 제일 좋아하는”이라고 화답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이날 협상이 시작되기 전 ‘후보 등록 전 단일화’라 적힌 손팻말을 들고 두 후보에게 꽃다발을 증정했다. 신동욱 수석대변인은 “오늘 단일화 합의가 이뤄질 때까지 모든 의원이 경내를 떠나지 않겠다”고 했다. 하지만 두 후보의 협상은 약 1시간 만인 오후 5시30분쯤 한 후보가 “이만 하자”고 말하면서 소득 없이 마무리 됐다.

앉자마자 신경전…韓 “단일화 22번 말하더니” 金 “11일 이후 등록 안 한다고”

두 후보의 신경전은 자리에 앉자마자 시작됐다. 먼저 한 후보가 “김문수 후보께서 4월19일부터 5월6일까지 18일 동안 22번이나 단일화를 하겠다(라고 말했다)”라며 “오늘 김 후보님과 만남이 지금 저는 굉장히 중요하고, 만약 이거 제대로 못해내면, 솔직히 말씀을 드리면 후보님이나 저나 속된 말로 ‘바로 가버린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한 총리님은 이준석 후보보다 훨씬 우리 당원이나 국민이 더 가깝게 생각하기 때문에, 단일화의 첫 번째 대상은 당연히 총리님이라 생각한다”라며 “그런 점은 변함 없고, 제가 단일화를 늘 생각하고, 지금도 생각하고 한 번도 안 한다고 한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한 후보가) 긴급 기자회견에서 5월11일까지 만약 단일화가 안 되면 그때는 (대선 후보) 등록을 안 한다고 하셨다”라며 “저는 상당히 좀 놀라기도 하고 그랬는데, 원래 출마하시는 것으로 생각했다”고 꼬집었다.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후보(오른쪽)와 한덕수 무소속 대선 예비후보가 8일 서울 국회 사랑재에 위치한 커피숍에서 만나 기념 촬영하고 있다. [연합]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후보(오른쪽)와 한덕수 무소속 대선 예비후보가 8일 서울 국회 사랑재에 위치한 커피숍에서 만나 기념 촬영하고 있다. [연합]

金 “안 들어오고 왜 밖에”…韓 “왜 일주일 연기”

두 후보는 이날 협상에서도 기존 주장을 반복했다. 한 후보는 “오늘 내일 우리 결판 내자”라며 “모든 방법은 다 당에서 하라는 대로 다 받겠다”고 했다. 그러자 김 후보는 “한 후보님께서 출마를 결심했다면 당연히 국민의힘에 입당하시는 것이 여러 가지 성격으로 보나, 지향하시는 방향으로 보나 마땅할 것”이라며 “그런데 왜 안 들어오시고 밖에 계신가”라고 맞받았다.

한 후보는 “22번이나 (단일화를) 하겠다고 그러셨는데 왜 또 일주일을 연기하는가”라며 각자 선거운동을 진행한 뒤 오는 14일부터 단일화 절차를 밟자는 김 후보의 제안을 지적했다. 김 후보는 “그러면 후보님께서는 왜 지금 뒤늦게 나타나서”라며 “국민의힘의 경선을 다 거치고, 돈 다 내고, 저는 모든 절차를 다 따랐다. 그런데 난데 없이 나타나서 11일까지 경선 완료해라, 그 말씀 아닌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청구서’ 발언-‘지도부 교감’ 주장 실랑이

김 후보가 “약속을 22번 했는데 안 지키냐고 청구서를 내미는가”라고 말하자, 한 후보는 “청구서가 아니다. 제가 어떻게 청구서를 내밀겠나”라고 소리 높여 반박하기도 했다. 한 후보는 “단일화라는 것이 제가 된다고 보장되는 것도 없고, 우리 후보님이 반드시 단일화에서 이기신다는 것을 담보할 수 없는 그런 상황에서 한번 결정을 받는 것 아니겠나”라며 “제가 이렇게 (단일화 후보가) 됐다고 하면 저는 즉각 입당을 하겠다”고 했다.

김 후보는 “국가를 위기에서 구하기 위해 대통령 후보가 되겠다, 나라를 구하겠다고 하면 입당하시고, 아니면 무소속으로 출마해 등록하셔야 한다”라며 “저는 국민의힘 정당에 입당해 경선을 거쳐 공식적인 당 후보가 됐다”고 강조했다. 이어 “(한 후보는) 선거 운동도 안 하고, 등록도 안 한다고”라며 “단일화도 아니고 자리를 내놓으라는 것”이라고 했다.

또 한 후보는 “저는 지도부에 단일화 절차 일임했을 뿐”이라며 국민의힘 지도부로부터 물밑 지원을 받았다는 김 후보 측의 주장을 반박했다. 한 후보는 “저는 국민의힘 지도부와 논의해 본 적도 없다”라며 “사실이 아닌 걸 얘기하면 해당행위”라고 말했다.

한편 두 후보는 전날에도 서울 종로구의 한 식당에서 배석자 없이 1차 단일화 협상을 진행했으나 1시간 15분 만에 결렬됐다.


soho0902@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