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공장으론 가전 수요 대응 부족
생산능력 확대로 가전시장 1위 수성
구광모 “인도서 새로운 30년 도약”
LG전자가 약 20년 만에 인도에 세 번째 공장 건설을 결정한 배경에는 최근 현지에서 프리미엄 가전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점이 주효하게 작용했다.
LG전자는 1997년 북부 우타르프라데시주 노이다에 첫 공장을 세우며 인도 시장에 진출했다. 2006년에는 마하라슈트라주 푸네에 두 번째 공장을 지었다.
그러나 최근 인도 경제의 고속 성장과 맞물려 프리미엄 가전 수요가 늘어나면서 기존 노이다·푸네 공장만으로는 대응이 어렵다고 판단하고 세 번째 공장 건설에 나섰다.
중국을 제치고 세계에서 인구가 가장 많은 나라가 된 인도는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시장이기도 하다. 가전 보급률도 급격하게 성장하면서 다수의 글로벌 기업이 인도 시장에 공들이고 있다.
현재 인도 내 세탁기와 에어컨 보급률은 각각 30%, 10%로 낮은 수준이지만 LG전자는 인도 시장의 성장 잠재력을 높게 평가하고 현지 진출 이후 30여 년간 공들여왔다.
LG전자 관계자는 “인도 시장에서 ‘국민 브랜드’로 자리잡으려면 생산력 강화가 필수라고 판단하고 이번 투자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LG, 인도 가전시장 1위 석권…4년 새 매출 75% 증가=8일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레드시어리포트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기준 LG전자의 인도 시장 점유율(매출 기준)은 ▷냉장고 28.7% ▷세탁기 33.5% ▷에어컨 19.4% ▷TV 25.8% 등으로 모두 1위를 석권했다.
LG전자 인도법인의 매출도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2020년 2조1731억원 수준이던 인도법인의 매출은 2024년 3조7910억원으로, 4년 사이 74.5% 증가했다.
LG전자는 이 같은 성장세를 이어가기 위해 생산시설을 확장하고 현지 맞춤형 제품을 생산해 인도 시장에서의 위상을 공고히 하겠다는 계획이다.
스리시티 공장 건설은 LG전자가 내세운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 전략의 일환이기도 하다. LG전자는 아시아를 비롯해 중남미, 중동, 아프리카 등 ‘글로벌 사우스’로 불리는 신흥시장에서 성장 동력을 확보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조주완 LG전자 최고경영자(CEO)는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올해부터는 기존 성장 전략에 ‘지역’이라는 전략의 축을 더해 성장 잠재력이 높은 유망 지역에서의 성장 가속화를 추진할 것”이라며 “글로벌 사우스로 대표되는 신흥시장의 성장 잠재력과 사업 기회 발굴에 집중하겠다”고 밝한 바 있다.
특히 세계 1위 인구 대국인 인도는 글로벌 평균 대비 2배 이상의 경제 성장률을 기록 중인 만큼 글로벌 사우스의 핵심 국가로 꼽힌다.
조주완 CEO는 1월 설 연휴를 앞두고 인도 벵갈루루에 위치한 연구개발(R&D) 시설 ‘LG 소프트 인디아’를 찾은 데 이어 4월에도 다시 인도를 찾으며 글로벌 사우스 전략 실행에 집중하고 있다.
▶구광모 “인도서 새로운 30년 위한 도약 이뤄내자”=구광모 LG그룹 회장 역시 2월 취임 후 처음으로 인도를 방문해 노이다 가전 공장부터 유통매장, 연구소까지 모두 둘러봤다.
구 회장은 이 자리에서 “인도 시장에서 어떤 차별화를 통해 경쟁 기업들을 앞서 갈 것인지는 앞으로의 몇 년이 매우 중요하고, 우리가 어느 정도 앞서 있는 지금이 지속가능한 1등을 위한 골든타임”이라며 “그동안 쌓아온 고객에 대한 이해와 확고한 시장 지위를 기반으로 새로운 30년을 위한 도약을 이뤄내자”고 강조했다.
LG전자는 이번 신공장 건설로 확보한 생산능력을 바탕으로 현지 생활양식에 최적화한 제품 생산에도 속도를 낼 계획이다.
앞서 채식 위주 문화를 고려해 냉동실을 냉장실로 바꿀 수 있는 컨버터블 냉장고와 전통의상 사리의 부드러운 옷감 전용 코스를 탑재한 세탁기 등을 잇따라 선보여 인도 시장에서 호응을 얻고 있다.
한편, LG전자는 인도에서 생산시설뿐만 아니라 판매법인과 유지·보수 전문 자회사인 하이엠솔루텍의 인도법인까지 설립하며 현지에서 보다 밀착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사업 구조를 완성했다.
인도 전역에 브랜드숍 700여곳과 서비스센터 900여곳을 운영 중이며 12개 언어 전화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업계 최고 수준의 판매·서비스 인프라를 구축했다.
또 미래 먹거리로 육성 중인 가전 구독사업을 비롯해 전자칠판 및 에듀테크 등 다양한 신사업을 인도에서 전개하기 위해 움직이고 있다.
아울러 LG전자 인도법인 기업공개(IPO) 작업도 업계의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지난해 12월 인도 증권거래위원회(SEBI)에 예비심사서류(DRHP)를 제출하며 인도법인 상장을 공식화한 바 있다.
당초 이달 인도 증시에 상장이 예상됐으나 미국 행정부의 통상정책 변화 등으로 글로벌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속도조절에 들어갔다. 향후 기업가치를 제대로 평가받을 수 있는 시점에 맞춰 상장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김현일 기자
joze@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