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8회 대한민국 아름다운찻자리 최고대회
지난 5월4일 하동에서 85팀 참여 속 개최
하승철 하동군수 “차의 글로벌화에 도전 중”
이준 황손 참석 “차 계승발전이 후손 역할”
문체부장관상 향산다회 한우선ㆍ김정민 씨
경남도지사상 양승호ㆍ이한나/ 이종현 2팀
김애숙 원장 “전통 차문화 대대로 계승”

[헤럴드경제=김영상 기자] “친구여 차 따르게~ 차는 칠(七)만 따르고 삼(三)은 그대의 정을 채우게~나는 차와 그대의 정을 함께 마시리~”(칠차삼정)/ “차 시배지 하동 녹차 한움큼~ 이 잔에 넣어~한잔의 감로수를 기다립니다~”(모정)/ “따스한 햇살~늘 곁에 있어 더 소중했습니다~고운 잎에 마음을 실어 이 차 한잔 드립니다~”(사랑)/ “찻잔과 손이 포개져 하나의 점이 되면 용과 봉황의 기운이 당신에게 깃들 것입니다~기운 내십시오~당신은 대한민국의 기틀입니다~”(다시 일상의 봄 힘내라 대한민국).
차 시배지이자 왕(王)의 녹차로 유명한 하동에서 지난 5월4일 열린 ‘제28회 대한민국 아름다운 찻자리 최고대회’의 한 장면. ‘너 F야? 난 Tea야, Tea는 하동’이란 주제로 경상남도 하동군 화개면 하동야생차치유관ㆍ박물관 일원에서 개최된 이 최고대회에서 한복을 입은 수많은 다인(茶人)들이 정성껏 빚은 찻자리가 황홀할만큼 아름답다. 찻잔 등 오색찬란한 다기(茶器), 오묘한 빛과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는 다식(茶食)이 5월 햇살을 한몸에 받으며 행사장은 온통 차향(茶香)이 진동한다. 이날 각자의 독특한 색깔과 철학으로 찻자리 경연대회에 참석한 다인들의 출사표는 위 출품작을 대변하는 글귀들과 함께 품격 있고 위풍당당하다. 경연대회 심사위원이나 일반 손님들 앞에서 찻자리 주인들은 고고한 자태를 뽐내며 저마다 차를 내어준다. 혀 끝을 맴도는 차 향기가 싱그럽고도 싱그럽다.
이날 행사는 하동군과 하동야생차문화축제조직위원회가 주최한 하동야생차문화축제(5월2일~5일) 중 메인 프로그램으로 진행된 것이다. 대한민국 아름다운 찻자리 최고대회는 하동야생차문화축제조직위원회가 주최했고 대렴차문화원과 코리아헤럴드, 보주박물관, 더클라우드가 공동주관했다. 하동야생차문화축제는 대한민국 아름다운 찻자리 최고대회 외에도 4일간 14개 정도의 킬러콘텐츠로 운영됐다. 구체적인 프로그램으로 ▷5월2일 티 블렌딩 대회, 시배지 헌다례, 개막식 ▷3일 전국 미술대상전, 대한민국다례대회, ‘차북차북’ 북토크, 멋자랑 어울림 한마당 ▷4일 김근기 셰프 푸드쇼, 대한민국 아름다운 찻자리 최고대회, ‘화개차 이야기’공연 ▷5일 어린이날 기념식 및 공연(어린이날 공연), 청소년 K팝 댄스 경연대회, 보물찾기 페스타, 폐막식 등의 순서로 행사를 소화했다. 야생차에 관한한 최고의 장터로, 5월 연휴를 즐기는 관람객들이 함께 참여하면서 행사장은 차향 물결의 인파로 북적였다.

단연 하이라이트는 제28회를 맞은 ‘대한민국 아름다운 찻자리 최고대회’였다. 국내에서 ‘아름다운 찻자리’라는 이름으로 열리는 축제는 많지만, ‘최고대회’라고 이름붙은 찻자리 축제는 이 대회가 유일하다. 그만큼 ‘차의 시배지’ 하동에서 열리는 찻자리 대회여서 자긍심이 대단하다.
제2회부터 28회까지 아름다운 찻자리 최고대회를 연 김애숙 대렴차문화원장은 “우리 전통 차의 시배지 하동에서 최고대회를 매년 열어 매우 기쁘다”며 “우리 차문화를 대대로 계승해 더욱더 발전시키고, 우리의 귀중한 정신문화를 지키는 게 문화원이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찻자리 성지인 하동에서 올해도 찻자리 최고대회를 열었는데, 전통 차문화 체험을 하는 이 행사를 앞으로도 더욱 발전시키고 키우고 싶다”고 했다.
찻자리 최고대회에는 하승철 하동군수, 장주익 하동야생차문화축제조직위원회 부위원장, 김애숙 대렴차문화원장, 김영상 코리아헤럴드 사장, 한영용 보주박물관장, 양원찬 더클라우드 대표, 김종년 피케이테크 대표, 이상구 태평서울병원 원장 등이 참석했다. 이날 행사에는 특별히 ‘황손’이자 의친왕기념사업회 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이준 회장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이준 회장은 대한제국 황실의 후손으로, 고종의 증손이며 고종의 아들 의친왕의 손자로 대한황실 후손단체 의친왕기념사업회를 맡고 있다.
행사는 장주익 조직위 부위원장의 개회 선언으로 시작됐다. 이어 하승철 하동군수는 축사를 통해 “차의 시배지 하동의 전통문화 계승발전과 함께 국내 각지는 물론 해외까지 하동차 브랜드를 널리 알리고 싶다”며 “하동의 보배인 차 문화를 전파하는 데 힘쓰겠다”고 했다. 김영상 코리아헤럴드 사장은 “72년 전통의 코리아헤럴드는 언론 고유의 사명 실천 외에도 우리 전통문화의 글로벌화에 항상 노력해왔다”며 “차의 시배지 하동의 차문화를 글로벌로 확산시키는데 일조하겠다”고 했다.
이준 의친왕기념사업회 회장은 “하동 차는 왕(王)의 녹차라 불리는데, 그만큼 왕실과도 떼레야 뗄 수 없는 교감과 문화적 정신적 교류를 이뤄온 우리의 보물”이라며 “많은 이들이 함께 즐겨운 차 문화를 우리 전통문화로 한단계 업그레이드 하는 복원 작업과 우리 고유 브랜드 강화를 함께 이루는 게 우리 후손들의 역할이라고 본다”고 했다.

대렴차문화원에 따르면, 하동을 필두로 한 전통차는 우리 역사와 함께 해왔다. 조선왕조실록에 따르면, 1895년 창덕궁 후원에서 대략 1000명에서 2000명이 참여하는 서양식 대규모 파티 모임(원유회)이 생겼고, 이후 창덕궁은 물론 경복궁, 남산동 등으로 확대되면서 우리 전통의 다례문화가 계승 발전됐다. 원유회 멤버는 고종황제, 순종황제, 순정효황후를 비롯해 통감 부통감, 각국 영사 공사 등 신분이 높은 고위층 인사들로 주로 이뤄졌다고 한다. 이 점을 이준 회장 역시 그 배경과 의미를 짚어준 것이다.
이날 최고의 찻자리 경연을 펼친 대회(대한민국다례경연대회)에는 전국 각지의 다인들이 참여했다. 하동의 많은 다례원은 물론 서울 대구 울진 부산 양산 김해 구미 칠곡 경산 대전 진주 해남 광주 광양 등지에서 온 85개팀의 다인들이 저마다의 솜씨로 빚은 찻자리를 마련했다. 부산대학교, 원광디지털대학교, 경상국립대학교 등의 차문화학과 다도인들도 참여했다. 박희준 심사위원장을 비롯한 20여명의 심사위원들은 일일이 개별 찻자리를 찾아 차의 맛과 향, 다기와 다식 차림 등을 종합평가했다.
대상인 문체부장관상에는 향산다회 소속의 한우선ㆍ김정민 다인이 차지했다. 두 사람은 지치고 힘든 시대의 건강과 힐링, 소통을 콘셉트화한 ‘다시 일상의 봄 힘내라 대한민국!’ 제목의 찻자리를 마련, 심사위원과 관객들로부터 후한 평가를 받았다. 이 팀은 녹차를 쪄서 발효한 황차와 계수나무 콜라보로 차의 품격을 높였고, 봉황과 용의 이미지를 상징화한 찻자리로 호응을 얻었다. 회복력이 좋은 녹두로 다식을 장식한 것도 눈길을 끌었다. 한우선ㆍ김정민 팀은 “봉황과 용의 이미지는 ‘다시 일어나라’는 뜻이 담겼고, 녹두는 일상의 회복력을 상징한다는 점에서 오늘날 우리 사회에 절실한 이런 콘셉트 키워드가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며 “앞으로도 전통 차의 ‘강한 회복력’에 일조하는 다인이 되고 싶다”고 했다.

최우수상인 경남도지사상에는 청명다례원(수상자 이종현, 제목: 차향백리)과 보주박물관(수상자 양승호ㆍ이한나, 제목: 사랑하기 좋은날 차향기 속으로) 2개팀이 받았다.
다음은 대한민국 아름다운 찻자리 최고대회 수상자 명단.
▷대상(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 △제목: 다시 일상의 봄 힘내라 대한민국! △소속: 서울향산다회 △수상자: 한우선ㆍ김정민
▷최우수상(경남도지사상) △제목: 사랑하기 좋은날 차향기 속으로 △소속: 보주박물관 △수상자: 양승호ㆍ이한나
▷최우수상(경남도지사상) △제목: 차향백리 △소속: 청명다례원 △수상자: 이종현
▷우수상(하동군수상) △제목: 하동녹차밭 길따라 △소속: 행복나눔차회 △수상자: 김득복
▷우수상(하동군수상) △제목: 꽃향기머무는 곳 △소속: 행복나눔차회 △수상자: 손경주
▷우수상(하동군수상) △제목: 차향에 취하다 △소속: 묘선 다례원 △수상자: 박정아ㆍ이형채
▷우수상(하동군수상) △제목: 봄나들이 △소속: 영남차회 △수상자: 주경숙 박명희
▷우수상(하동군수상) △제목: 다반향초 △소속: 나정다례원 △수상자: 전경희ㆍ안성실
▷우수상(하동군수상) △제목: 성차 △소속: 홍익차문화원 △수상자: 이재윤
▷우수상(하동군수상) △제목: 연꽃에 피어난 천년의 차향 △소속: 신라차 문화원 △수상자: 한경애
▷우수상(하동군수상) △제목: 하동차의 만남 △소속: 남산 예술촌 △수상자: 손병효
▷우수상(하동군수상) △제목: 천생연분 △소속: 원명 다례원 △수상자: 김명동ㆍ김애자
▷우수상(하동군수상) △제목: 소단차향 △소속: 한국차인회 △수상자: 정홍준

▶왜 하동 차(茶)인가
‘야생차’ 하면 떠오르는 하동. 그 출발점은 신라시대다. 828년(흥덕왕3년) 당나라 사신으로 간 대렴이 차나무 종자를 가져왔고 그때부터 차 문화가 시작됐다. 대렴은 차나무 종자를 들여왔고, 왕은 그 씨를 지리산 화개동(경남 하동 위치) 일대에 심으라고 명했다. 화개동 일대는 차나무 생육에 매우 적합한 기후 조건을 가졌다. 화개동 깊은 골짜기와 바위들 사이에서 자라는 하동 야생차는 맛과 향이 뛰어났고, 이는 고려와 조선을 거쳐 임금에게 계속 진상품으로 바쳐졌다. 하동의 야생차는 그래서 ‘왕의 차’라 불렸다. 맛만 좋은 게 아니라, 화개동에서 뭉개 구름처럼 군락화한 차나무들은 매우 이국적인 풍경을 만들었다. 오늘날 관광객이 많이 찾는 명소가 된 이유다.
지리산 화개동은 그래서 ‘차의 시배지’로 불렸고, 천년을 이어온 차의 본고장이자 성지로 이름을 날렸다. 다성 초의선사는 일찍이 하동 화개골 야생녹차의 탁월함을 ‘동다송’에서 노래한 바 있다. 오랜 세월 이어온 명인들의 손끝에서 전통적인 제다방법으로 만든 차의 맛과 향은 글로벌 넘버원(No 1)으로서 그 지위가 손색이 없다는 평가가 많다.
ys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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