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韓 양자대결…“탄핵 찬반 승부”

‘김덕수 대 자강론’ 韓단일화 갈림길

국민의힘 대선 경선 결선 대진표가 확정된 가운데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 후보자 포스터가 붙어 있다. 국민의힘이 지난 29일 제21대 대통령선거 후보자 선출을 위한 결선에 김문수·한동훈 후보(가나다순)가 진출했다고 발표했다.  이상섭 기자
국민의힘 대선 경선 결선 대진표가 확정된 가운데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 후보자 포스터가 붙어 있다. 국민의힘이 지난 29일 제21대 대통령선거 후보자 선출을 위한 결선에 김문수·한동훈 후보(가나다순)가 진출했다고 발표했다. 이상섭 기자

국민의힘 6·3 대선 후보를 결정하는 결선 무대에 김문수·한동훈 후보가 올랐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과 관련해 찬성(한동훈), 반대(김문수)로 충돌했던 두 후보는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와 단일화를 놓고서도 다른 전략을 취하고 있다. 엇갈린 입장은 최종 후보를 뽑는 5월3일 전당대회에서 두 사람의 운명을 가를 전망으로, 탈락한 홍준표 전 대구시장을 지지했던 표심의 향방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30일 헤럴드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두 후보는 ▷12·3 비상계엄 사태로 인한 윤 전 대통령 탄핵 ▷한 권한대행과 국민의힘 최종 후보 간 단일화 ▷당내 지지 세력 ▷정치 행보 등 경선 표심을 좌우할 여러 척도에서 상반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우선 윤 전 대통령 탄핵에 대한 찬반 입장은 앞선 두 차례 여론조사에서 이미 표심을 가른 주요 어젠다다.

김 후보는 비상계엄 사태 직후 더불어민주당이 요구한 ‘국무위원 기립 사과’ 요구를 홀로 거부하며 탄핵 반대의 아이콘이 된 인물이다. 반면 한 후보는 친한(친한동훈)계 의원들과 계엄 해제 및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을 이끌어 보수 진영 내 탄핵 찬성의 축이 됐다. 두 사람의 결선 진출을 보수 진영 내 탄핵 찬반 민심의 갈등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이번 양자대결은 (진영 내) 탄핵 찬반 세력의 구도를 드러낼 진검승부가 될 것”이라고 했다.

한 권한대행과 단일화 문제는 결선 여론조사를 흔들 요소로 꼽힌다. 김 후보는 한 권한대행을 포함한 반이재명 빅텐트를 원하는 보수 진영 표심을 흡수하는 ‘김덕수(김문수+한덕수)’ 전략을 내세우고 있다. 반대로 한 후보는 결선 과정에서 ‘자강론’을 주장할 것으로 전해졌다. 한 후보는 앞서 “(나와 한 대행은) 생각이 완전히 같다”고 한 바 있지만, 명시적으로 단일화에 찬성한 적이 없다.

한 후보 측 인사는 “단일화를 왜 해야 하는가. 최종 후보가 되면 여론 지형이 달라지기 때문에 현재 (한덕수 대행의) 지지율은 의미가 없다”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대선 후보로 선출되면 ‘당무우선권’을 쥐고 단일화 실시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 두 후보가 입장차를 보이는 만큼, 누가 최종 후보가 되느냐에 따라 단일화도 갈림길에 놓이는 셈이다.

당원 표심을 움직일 현역 의원 및 원외 당협위원장의 지지세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한 후보는 2023년 말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정계에 입문, 2024년 22대 총선을 지휘하는 과정에서 20여명의 현역 의원과 세를 형성했다. 현역 의원 중 6선 조경태 의원과 3선 김성원·송석준 의원, 재선 박정하·배현진·서범수 의원과 초선 고동진·박정훈·우재준 의원 등은 당원 접점을 지닌 지역구 의원이다. 영남 중심 당에 비판적인 수도권 지역의 원외 당협위원장들도 힘을 보태고 있다.

김 후보는 15~17대 국회 경기 3선 국회의원, 재선 경기도지사, 윤석열 정부의 경제사회노동위원장, 고용노동부 장관을 지냈지만 야인 시절이 길었던 만큼 당내 세력은 없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당내 충청권을 중심으로 한 권한대행과 단일화를 지지하는 의원들과, 당의 주류인 구(舊) 친윤계가 지원에 나섰다. 5선 윤상현 의원과 재선 김선교·박수영·엄태영·장동혁 의원, 초선 인요한 의원 등 친윤 색채가 강한 이들이 캠프 초반 합류했다.

홍 전 시장을 도왔던 재선 백종헌·유상범 의원과 초선 김대식·김위상 의원, 보수 외곽 포럼 새미준(새로운 미래를 준비하는 모임)의 이영수 회장 등은 김 후보에 힘을 싣기로 했다. 전날 경선 탈락 직후 정계 은퇴를 선언한 홍 전 시장은 최측근 인사들에게 “이재명을 상대로 당을 위해 싸울 수 있는 곳이라면 당신들이라도 힘을 보태 달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한다.

캠프 인사들과 별개로 홍 전 시장을 향했던 청년 표심을 얼마나 흡수하느냐가 영향을 미칠 것이란 분석도 존재한다. 한국갤럽이 지난 25일 발표한 장래 정치 지도자 선호도 조사(응답률 16.5%,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에 따르면, 홍 전 시장은 18~29세 남성에서 이재명 민주당 후보(12%)보다 높은 18%의 지지율을 얻었다. 김·한 후보는 2~3%대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를 참조하면 된다.

김진·주소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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