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 오후 6시까지 23만 명 유심 교체 완료

전날 이어 이날 오전에도 T월드 앞 ‘오픈런’

가입자 불안감 겨냥한 유심 ‘되팔이’·사이버 범죄 기승

28일 오전 서울 마포구 SK텔레콤 홍대역점에서 시민들이 유심칩을 교체 받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임세준 기자]
28일 오전 서울 마포구 SK텔레콤 홍대역점에서 시민들이 유심칩을 교체 받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임세준 기자]

[헤럴드경제=박혜림 기자] 해킹 사태로 고객 유심(USIM) 정보가 탈취된 SK텔레콤이 유심 무상 교체 지원을 시작했지만 교체율이 1%에 그치고 있다.

2500만 가입자 대비 턱없이 부족한 유심 물량으로 ‘유심 대란’으로까지 번지는 양상이다. 급기야 중고 시장에서는 SKT의 유심을 고가에 되파는 글까지 등장했다. 다음달까지 확보가능한 유심 물량이 500만개에 그쳐, 당분간 유심 확보를 위한 대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29일 SK텔레콤에 따르면 전날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전국 T월드 매장 2600여 곳에서 진행된 유심 무료 교체 서비스를 통해 유심 교체를 완료한 가입자는 23만 명이다. 이는 전체 SK텔레콤 가입자(2300만 명)의 1%, SK텔레콤의 통신망을 사용하는 알뜰폰 가입자(187만 명)까지 아우르면 1%도 채 미치지 못하는 수치다. ▶관련 기사 2면.

이에 전날에 이어 이날 오전에도 전국 T월드 매장 앞은 유심을 교체하고자 하는 가입자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부모님이 SK텔레콤 가입자라는 직장인 박모(33) 씨는 “전날 직장 동료가 오픈런으로 6시간 만에 부모님 유심을 교체해드렸단 얘기를 듣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연차를 내고 왔다”며 “사측의 해명에도 언제 어떤 피해가 나올지 불안해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대학생은 “오전 8시 반부터 줄을 섰는데 오픈 시간 다 돼서 입고가 10개 밖에 안 됐다더라”며 “내일도 줄을 서란 말이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28일 오전 서울 마포구 SK텔레콤 홍대역점에 유심칩을 교체 받기 위해 한 시민이 방문하고 있다. [임세준 기자]
28일 오전 서울 마포구 SK텔레콤 홍대역점에 유심칩을 교체 받기 위해 한 시민이 방문하고 있다. [임세준 기자]

문제는 가입자들의 불안감 확산에도 불구하고 확보된 유심 재고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앞서 SK텔레콤은 해킹으로 이용자 유심 관련 일부 정보가 유출된 정황을 확인하자, 28일부터 유심 무상 교체 서비스를 개시했다. 하지만 확보한 유심 물량이 전체 가입자의 4%인 100만개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전날 오후 6시까지 온라인을 통해 유심 교체를 신청한 예약자(263만 명)의 절반도 안 되는 수준이다. SK텔레콤은 다음달까지 500만개의 유심칩을 추가로 확보한다는 방침이지만, 업계에서는 교체 작업에 수개월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유심 물량 부족 소식이 전해지며, 일부 유통채널에서는 가입자들의 불안감을 겨냥한 오픈런 줄서기 알바와 되팔이 등이 등장했다. 전날 중고거래 플랫폼 당근에는 개당 7700원에 불과한 유심을 1장에 15만원에 판다는 거래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해당글은 발견 즉시 미노출 처리 됐으나, 유심 ‘대란’으로 인한 소비자들의 혼란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로 꼽힌다.

이번 해킹 사태를 악용한 피싱·스미싱 등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은 “최근 유심 무상 교체나 유심보호 서비스를 사칭한 피싱 사이트가 발견되고 있다”며 사용자 주의를 당부했다.

한편 SK텔레콤은 유심 대란 사태가 벌어짐에 따라, 유심 교체 전까지 ‘유심보호서비스’를 가입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 SK텔레콤은 “유심보호서비스는 유심 교체와 동일한 피해 예방 효과를 가지고 있다”며 가입한 상태에서 교체를 기다려달라고 호소했다. 또 “이 서비스로 해킹 피해를 막을 수 있으니 믿고 가입해달라”며 “피해가 발생하면 SK텔레콤이 100% 책임지겠다”고 강조했다.


rim@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