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 방어주 차익실현 흐름

하이닉스·한미반도체 매수세

한미 관세 협상이 본격적으로 물꼬를 트면서 국내 기관들이 관세 무풍지대로 꼽혔던 ‘경기방어주’를 팔고 반도체주 수집에 나섰다. 최근 주가가 급상승한 종목을 중심으로 매도 우위 보이며 차익 실현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28일 한국거래소 정보데이터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18~25일 기관은 경기방어주로 꼽히는 전력주, 식품·바이오주를 대거 매도했다. 기관 순매도액 상위 10위 안에는 HD현대일렉트릭, 크래프톤, 셀트리온, 에이비엘바이오, 삼양식품 등이 이름을 올렸다.

기관이 가장 많이 팔아치운 종목은 HD현대일렉트릭으로 한 주 동안 698억원을 매도했다. HD현대일렉트릭뿐 아니라 산일 전기도 148억원, 일진 전기도 67억원 순매도 우위를 보였다. 그동안 전력기기 업종 주요 종목 대부분 1~2년 간 상승한 데다가 관세 변동성 방어주로 선호된 만큼 이익 실현 측면에서 조정이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로 HD현대일렉트릭은 지난 1분기 처음으로 사상 최대 매출을 달성했음에도 주가 하향 조정에 들어갔다. 지난 22일 HD현대일렉트릭은 분기 매출 1조원을 돌파하며 컨센서스를 11% 상회한 실적을 발표했다. 영업이익은 2182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9.4% 증가했지만 실적 발표 당일 주가는 9.75% 하락했다. 수주 실적이 꺾이면서 피크아웃(정점 통과) 우려가 제기됐기 때문이다.

증권사는 HD현대일렉트릭의 목표주가를 40만원 선으로 줄하향했다. 실적 발표 다음날 증권사 12곳 중 절반이 목표주가를 하향했다. NH투자증권은 기존 50만원이던 HD현대일렉트릭의 주가 목표치를 44만원으로 낮췄다. 미래에셋증권도 목표치를 51만원에서 45만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식품주도 기관 매도 상위권을 차지했다. ‘황제주’로 꼽히는 삼양식품도 194억원 매도 우위를 보였으며 농심은 97억원, 오리온은 40억원 매도세였다. 삼양식품은 주가가 100만원을 넘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자 기관들이 차익 실현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식품주는 대표적인 경기 방어주로 꼽히는 데다가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사정권에서도 벗어나 있는 만큼 이달 관세 부과 발표로 시장 변동성이 커지자 투심이 쏠린 종목 중 하나다. 실제로 지난달 10만원 선에 머물렀던 오리온 주가는 11만원을 넘기며 12만원 선 돌파를 눈 앞에 두고 있다.

반면, 기관은 SK하이닉스, 한미반도체를 사들이면서 ‘반도체 저가 매수’ 움직임을 보이는 상태다. 같은 기간 기관은 SK하이닉스, 한미반도체 주식을 각각 1781억원, 599억원을 사들였다. 관세 충격으로 반도체주가 하락하자 저가 매수 기회로 판단했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이번 주부터 산업부가 미국 무역대표부와 실무 협의에 들어간 만큼 정부가 반도체 부문 관세 폐지 및 최소화에 대한 협상카드를 제시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반영됐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이 미국산 반도체(메모리 제외) 수입 관세를 철회하고 의료 장비와 항공기 등에 대한 추가 면제를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로 미중 갈등의 완화 가능성도 부각됐다”며 “가장 큰 문제였던 관세 리스크가 그래도 정점을 지났다는 측면에서 시장은 반등을 모색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신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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