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서실장·공보실장 곧 캠프로”

1·2일 대권 도전 공식화 가능성

29일 국무회의서 메시지 나올듯

출마 관련 법률 자문 등 마친 듯

또 최상목 권한대행 체제 불가피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24일 오전 2025년도 제1회 추가경정예산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위해 서울 여의도 국회를 방문하고 있다.  이상섭 기자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24일 오전 2025년도 제1회 추가경정예산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위해 서울 여의도 국회를 방문하고 있다. 이상섭 기자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가 다음 달 1일이나 2일 대권 도전을 공식화할 것으로 보인다. 국무총리비서실 1급 공무원들을 중심으로 소수 정예 캠프도 구성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대행이 대선 출마를 위해 사퇴할 경우,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아 6·3대선까지 약 5주간 국정을 책임져야 한다. 헌정사상 최초인 ‘권한대행 부총리’를 두차례 맡는 극히 이례적인 일이 현실화하는 것이다.

28일 정부 및 정치권 관계자들에 따르면 손영택 총리 비서실장 등 한 대행을 가까이서 수행해 온 총리실 ‘어공(어쩌다 공무원)’들이 조만간 사직하고 대선 캠프에 합류할 것으로 알려졌다.

손 실장은 이날 사직서를 내고 오전 10시 국회 정무위 전체회의에 참석하지 않았다. 변호사 출신인 손 실장은 2019년 정치권에 입문해 국민의힘 전신인 자유한국당과 미래통합당 서울 양천을 당원협의회 조직위원장을 맡았다. 지난 대선에서 윤석열 후보 캠프에 정책 소통 실장으로 합류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기획위원을 맡고 2022년 7월 총리 민정실장으로 발탁된 후 2023년12월부터는 비서실장으로 재직해 왔다.

총리실 관계자는 “한 대행이 대권 캠프를 꾸릴 경우 비서실장 외에 공보실장도 사직하고 들어갈 것으로 안다”면서 “원래 소수 어공들은 모시던 총리가 나갈 경우 같이 나갔다”고 설명했다.

한 대행을 모셨던 전직 관료는 “한 대행이 노무현 정부에 이어 윤석열 정부에서도 마지막 총리를 수행하게 됐다”면서 “이 점이 대권 출마를 결정한 이유 중 하나라고 본다”고 말했다. 차기 정부에서 비상계엄관련 특검이 발동되면 한 대행은수사 우선 순위로 꼽히기 때문이라는 뜻으로 해석된다.

정치권 한 인사는 “한 대행의 대권 출마를 강하게 반대했던 한 대행의 부인이 최근 마음을 돌린 것으로 안다”면서 “주변 사람들이 한 대행의 부인을 설득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총리실에 따르면 한 대행은 전날 공개 일정 없이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으로부터 지난 24일 ‘한미 2+2 통상 협의’ 관련 보고를 비공개로 받았다. 28일에는 공식 일정 없이 각 부처로부터 보고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29일에는 국무회의를 주재한다. 국무회의에서 대국민 메시지를 내거나 국무위원 간담회를 통해 입장을 밝힐 수도 있다. 한 권한대행은 이번 국무회의에서 대통령 권한대행이 대통령 몫의 헌법재판소 재판관 후보자 지명을 못하게 하는 내용의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당일 사퇴할 경우엔 국무회의 결정의 법적 효력이 사라지게 된다.

30일에는 방한하는 존 펠란 미국 해군성 장관을 만나 한·미 조선 협력 등에 관해 이야기 나눌 것이란 전망도 나오면서 한 권한대행의 출마일이 이번 주 후반인 5월 초가 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한 권한대행은 이미 대통령 권한대행직 수행 중 사퇴할 경우 법적인 효력에 관한 법률 자문도 마친 것으로 전해졌다.

한 대행의 사퇴가 이뤄질 경우 최상목 부총리가 한 달여 만에 다시 ‘대통령 권한대행 바통’을 이어받는다. 최 부총리로서는 1분기 -0.2%의 역성장을 기록할 정도로 어려운 경기에 대응하고 ‘리더십 바통터치’를 준비해야 하는 시점에 경제수장에 대행·총리직까지 ‘1인 3역’을 다시 맡는 것이다.

당장 다음 주 예정된 ‘경제 외교’부터 중단될 처지에 놓였다. 최 부총리는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리는 한중일 및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3’ 재무장관 회의, 아시아개발은행(ADB) 연차총회에 참석하기 위해 다음 달 3일께 출국할 예정이다.

최 부총리가 권한대행직을 넘겨받는다면 현실적으로 밀라노 재무장관 일정에는 참석이 어려워진다.

무엇보다 미 워싱턴DC에서 열린 ‘2+2 협의’를 기점으로 한미 통상 현안에 집중해야 하는 최 부총리로서는 권한대행 지위에서 대선 국면의 각종 정치적 파고에서도 자유롭지 못 하게 된다. 헌법재판소의 ‘한덕수 탄핵안’ 기각결정으로, 최 부총리가 87일 만에 권한대행 타이틀을 내려놓으면서 해산시켰던 범부처 ‘권한대행 업무지원단’도 다시 꾸려야 한다. 기재부를 비롯해 부처별로 인사이동이 이뤄진 곳도 적지 않는 터라, 또 다른 혼선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배문숙 기자


oskymoo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