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오전 10시부터 전국서 교체 지원

유심 100만개 보유, 내달 500만개 확보

2500만명 고객 대비하기엔 턱없이 부족

가입자 이탈 ‘꿈틀’…집단 소송 움직임도

사이버 침해 피해가 발생한 SK텔레콤이 28일 전국 T월드 매장 2600여 곳에서 무료 유심 교체 서비스를 시작했다. 교체 대상자는 SK텔레콤 가입자 2300만명과 이 회사 망을 사용하는 알뜰폰 가입자 187만명을 합해 2500만 명에 이른다. 이날 오전 서울 마포구 SK텔레콤 홍대역점에 유심칩을 교체받기 위해 한 시민이 방문하고 있다.  임세준 기자
사이버 침해 피해가 발생한 SK텔레콤이 28일 전국 T월드 매장 2600여 곳에서 무료 유심 교체 서비스를 시작했다. 교체 대상자는 SK텔레콤 가입자 2300만명과 이 회사 망을 사용하는 알뜰폰 가입자 187만명을 합해 2500만 명에 이른다. 이날 오전 서울 마포구 SK텔레콤 홍대역점에 유심칩을 교체받기 위해 한 시민이 방문하고 있다. 임세준 기자

초유의 해킹 사태로 고객 유심(USIM) 정보가 탈취된 SK텔레콤이 유심 무상 교체 지원을 시작한 가운데, 재고 부족으로 대리점 곳곳에서 대혼란을 빚고 있다.

2500만명에 달하는 전 고객을 대상으로 유심 교체가 진행되고 있지만, 정작 다음달까지 확보할 수 있는 유심 물량이 500만개에 그치고 있기 때문이다. 2차 피해를 막기 위해선 유심 교체가 가장 확실한 방법이지만, 이마저도 물량 확보까지 수개월이 소요될 수 있어 가입자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SKT의 고객 대응이 뭇매를 맞을 위기에 놓이면서, 다른 통신사로 번호이동을 하는 움직임까지 본격화되고 있다.

▶바닥난 유심, 교체까지 수개월 걸릴 수도…‘대응 뭇매’=SKT는 28일 오전 10시부터 유심 무상 교체를 시작했다. 지난 19~27일 자비로 유심을 교체한 가입자에게도 소급 적용해 비용을 환급하고 있다.

SKT는 현재 100만개의 유심을 보유한 상태로, 다음달 말까지 500만개를 확보하겠다는 입장이다. 알뜰폰을 포함해 2500만명에 달하는 가입자들이 모두 유심을 교체하기까지 수개월이 소요될 수 있다.

정식 무상 교체 전에 이미 유심을 교체하려는 가입자가 몰려 이미 대리점 곳곳에서 물량이 소진된 상태다. 일부 대리점에서는 유심 교체를 위해 몰려든 가입자들로 긴 줄이 늘어서기도 했다. 이 중 상당수는 물량 소진으로 유심을 교체하지 못하고 되돌아가는 경우도 많았다. ‘재고 소진’ 안내 문구가 붙은 대리점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당장 유심 교체 서비스를 받지 못한 가입자의 불만이 속출하자, 급기야 SKT는 “피해 발생 시 100% 보장하겠다”는 대고객 발표문을 냈다.

SKT는 “유심보호서비스로 해킹 피해 막겠다. 믿고 가입해 달라”며 “유심 교체도 철저히 준비할 테니온라인 예약 신청 후 방문해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밝히고 고객 달래기에 나서고 있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은 모습이다.

SKT는 이날 오전 8시30분부터 ‘유심 무료 교체 예약 시스템’을 운영을 시작했다. 예약 웹·애플리케이션 페이지에서 본인 인증을 거쳐 교체 희망 매장을 선택해 신청하는 방식이다. 신청 완료 시 예약 매장 번호로 예약 확인 문자와 상세 안내 문자가 발송될 예정이다. 이마저도 운영 직후 접속자가 몰리면서, 티월드 앱 내 대리점 찾기 서비스 대기 시간이 20분이나 소요되는 등 고객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

▶SKT 가입자 이탈 움직임 ‘꿈틀’…가입자 집단 소송 움직임도=급기야 SKT 가입자 이탈 움직임도 본격화되고 있다.

실제로 통신업계에 따르면 지난 26일 기준 SKT의 번호이동 가입자가 1666명 빠졌다. 통신 3사 중 유일한 감소세다. SKT 감소 분은 KT와 LG유플러스가 흡수했다. KT와 LG유플러스의 번호이동 가입자는 각각 1221명, 445명 순증했다.

해킹 사태에 유심 교체까지 지연되면서, 불안해진 소비자들이 주말 사이 다른 통신사를 택한 것으로 보인다.

경쟁사의 일부 대리점에서는 파격적인 프로모션을 내걸고 적극적인 고객 유치에 나서는 모습도 나타나고 있다. 유통 현장에서는 번호이동 가입자에게 대규모 지원금을 살포, 삼성전자 최신 스마트폰 갤럭시S25가 공짜폰으로 판매되는 사례도 등장했다.

가입자의 집단 소송 움직임도 이어졌다. ‘SKT 유심 해킹 공동대응 공식 홈페이지’가 개설되고 국회 국민동의 청원 등에 나서고 있다.

운영진은 언론사에 보낸 메일을 통해 “유출된 정보는 휴대전화 번호 인증을 통해 제공되는 다양한 금융,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서 중대한 2차 피해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데 SK텔레콤의 대응은 매우 미흡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명확한 피해 범위나 규모도 제대로 밝혀지지 않고 있어 이용자의 불안감과 혼란이 증폭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통신업계에서는 이번 SKT의 해킹 사고를 계기로 오랫동안 자리 잡았던 이통 3사의 점유율 변화까지 영향을 미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SKT는 5G 서비스 등장 이후에도 45~50%의 점유율을 유지하고 업계 선두를 지켜왔지만 이번 해킹 사고 대응에 따라 가입자 이탈이 줄을 이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업계 관계자는 “수십년간 이어졌던 이른바 5대3대2(SKT-KT-LG유플러스)의 통신사 점유율 판도가 확 달라지는 계기가 될 수 있다”며 “SKT 입장에서는 단순히 사태 수습을 넘어 가입자 기반이 약해지는 악순환으로 파장이 일파만파 커질 수도 있다”라고 언급했다.

앞서 지난 19일 오후 11시 악성코드로 인해 SKT 고객 유심 관련 일부 정보가 유출됐다. 유심 복제를 통한 2차 피해 우려도 가라앉지 않으면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은 지난 23일 민관합동조사단을 꾸리고 SKT 사고 현황 파악을 위한 조사에 들어갔다. 조사단은 보안업계 등 민간 전문가 10여 명으로 구성됐다. 박세정 기자


sjpark@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