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협, ‘트럼프 2기, 공급망 리스크’ 보고서 발표

美·中 모두 구조적 공급망 리스크 확산 짚어

수출 제조사 740개사 中 대응책 수립 2.4% 뿐

한산한 서울시내 한 음식점 [임세준 기자]
한산한 서울시내 한 음식점 [임세준 기자]

[헤럴드경제=김성우 기자] 미국의 첨단기술 대중 수출제한과 중국의 핵심 광물 수출통제로 공급망 리스크가 확대되는 가운데, 우리 기업의 피해를 줄이기 위한 대응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제언이 나왔다. 전략적 국제협력 확대, 실효성 있는 정책금융 추진, 기업 보호 장치 마련 등 종합적인 대응책 마련이 검토돼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무역협회(KITA, 회장 윤진식)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이 27일 발표한 ‘트럼프 2기, 미국과 중국의 수출통제에 따른 우리 기업의 공급망 리스크 인식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미·중 양국의 수출통제 범위의 국경 밖 확대로 우리 기업들이 수출 과정에서 공급망 리스크에 직면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실제로 미국은 해외직접생산규칙(FDPR)을 통해 자국 기술이 포함된 제품을 수출하는 제3국 기업까지 제재하고 있다. 중국 역시 지난 12월 제3국 기업을 통제하기 위한 ‘이중용도 품목’(Dual-Use Items)의 역외적용 관련 규정을 정비하고, 3월에는 외국 기업이 미국 제재에 협조 시 이를 제재할 수 있는 법적 근거도 마련하는 중이다.

해외직접생산규칙이란 미국 기술이나 소프트웨어, 장비를 활용해 외국에서 만든 제품이라도 미국이 지정한 특정 국가(예: 중국)로 수출할 경우, 미국 정부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 역외 적용 수출통제 규칙이다.

또한 이중용도 품목이란 민간용과 군사용으로 동시 사용 가능한 물품, 소프트웨어나 기술을 말하는데, 중국은 지난해 12월 이중용도 품목 수출통제조례 제49조를 발효하고, 지난 3월부터는 반외국제재법 시행규정도 제정했다.

이에 보고서는 “중국의 제3국 기업 제재가 우리 수출에 미치는 영향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면서 “단산업 활용도가 높은 핵심 광물의 경우 중국 의존도가 극히 높은 상황에서 대미 수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라고 조언했다.

이어서 “단기적으로는 민간과 공공의 비축 물량 확대를 통해 대응할 수 있지만, 수출허가 지연과 통제 강화가 반복된다면 구조적 공급망 리스크로 전이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산한 모습의 서울시내 한 대형마트 [헤럴드DB]
한산한 모습의 서울시내 한 대형마트 [헤럴드DB]

이번 보고서에서는 무역협회가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도 포함됐다. 이번 설문에서 응답기업의 절반 이상인 53.4%가 전년 대비 공급망 조달 여건이 악화될 것으로 예상했고, 여기에 적절한 대응책을 수립한 기업은 2.4%에 불과했다. 절반 이상(51.8%)은 특별한 대책이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기업들이 추진 중인 주요 대응 전략으로는 ‘수급처 다변화 모색(64.7%/복수응답)’, ‘공급망 모니터링 강화(42.6%/복수응답)’ 등인 것으로 나타났다. (2024년 수출실적 50만 달러 이상 제조기업 740개사)

우리 기업들은 양국의 무역제재에 대한 애로로 ‘환율 변동으로 인한 원자재 가격 상승(63.4%/복수응답)’을 가장 먼저 꼽았으며 ‘원자재/중간재 수급(42.4%/복수응답)’, ‘중국 수출통제에 따른 통관 지연(24.9%/복수응답)’ 등이 뒤를 이었다. 이에 가장 필요로 하는 지원정책으로는 ‘정책금융 확대(60.0%/복수응답)’, ‘수급처 다변화 지원(42.3%)’ 등인 것으로 조사됐다.

보고서는 공급망 불확실성 확대에 대해 ▷조달처·수출처 다변화 등 공급망 다변화 전략 강화 ▷핵심 광물의 안정적 확보를 위한 G2G 자원 협력 확대 ▷ 양국 제재 충돌 대비한 기업 보호 장치 마련 ▷리스크 기업에 대한 우선적 정책금융 확대 등 4가지 전략으로 대응할 것을 제안했다.

진실 한국무역협회 선임연구위원은 “트럼프 2기 행정부 이후 미중 갈등이 격화됨에 따라 우리 기업들은 원가 상승과 수급 단절 가능성이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면서 “기업들이 인도, 인도네시아 등 글로벌 사우스 국가로 수출처 및 공급망을 다변화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미·중 수출통제 충돌에 대비하여 외국 제재 준수에 대한 전문가 판단 등 가이드 라인 지원, 타국 제재 불이행 시 불이익에 대한 보상 체계 마련 등 우리 기업을 보호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zzz@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