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선트 “한국, 최선의 제안” 긍정평가
군사지원비용 적시한 미일협상과 달라
트럼프, 관세협상에 “군사는 대상 아냐”
미국의 관세협상을 주도하는 스콧 베선트 재무부 장관은 24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열린 한미 관세협상에 대해 “한국이 최선의 제안서를 가져왔다”며 “이르면 내주 양해 관련 합의에 이를 것”이라는 긍정적인 메시지를 냈다.
특히 이날 협상에서 미국 측이 방위비 문제를 따로 거론하지 않은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지난주 미일협상에서와 달리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협상에 ‘깜짝 등판’도 하지 않은데다 미국 측은 ‘초미의 관심’이었던 방위비 등 안보관련 의제도 거론하지 않았다.
당초 트럼프 대통령 등장 여부에 관심이 쏠렸으나, 트럼프 대통령의 직접 개입은 없었다. 노르웨이 총리와의 정상회담 일정 등 다른 일정이 많았기에 회담 참석이 어려웠던 것으로 전해진다. 또 이미 일본을 본보기 삼아 미국과 협상을 앞둔 모든 나라를 잔뜩 긴장하게 만든 만큼 이전과 같은 ‘깜짝쇼’를 반복할 필요를 느끼지 못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베선트 장관은 이날 오전 백악관이 아닌 재무부 건물에서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무역대표(USTR)와 함께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을 만나 ‘한미 2+2 통상 협의’를 가졌다.
협의에서 한국의 방위비 분담 문제는 언급되지 않았다.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협상에 나섰던 일본과의 협상과는 달리 관련 질문은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미국 측의 방위비 분담금 재협상 요구가 있었느냐’는 질문에 “전혀 없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요나스 가르 스퇴르 노르웨이 총리와의 회담에서 어떤 거래라도 군사를 의제로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미국은 세계 역사상 가장 착취된 나라 중 하나로 45~50년 착취돼 왔다. 그로 인해 다른 나라들은 부유해졌다”며 “미국은 타국의 군대를 돌봐왔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사실상 미국이 그들의 군을 책임지고 있음에도, 무역에서는 우리를 공정하게 대하지 않는 나라들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군사 문제는 별도로 논의할 것”이라며 “어떠한 거래에서도 군사 문제를 포함시킬 생각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에 따라 한국과 미국 간 협상속도도 빨라질 가능성이 점쳐진다. 앞서 미국은 인도와는 양자 무역협정을 위한 협상운영세칙을 체결한 바 있다.
다만 한국 정부의 신중모드와 한국의 정치적 상황을 고려할 때 협상 타결까진 어려울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로이터통신은 “이번 무역 협상은 한국이 정치적 위기에 처한 가운데 진행됐다”며 6월 조기 대선 전까지 협상이 끝나긴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오석태 소시에테 제네랄 경제학자도 “기본적으로 한국과 미국 정부 간의 협상에 대한 구체적인 진전은 대통령 선거 이후에나 나올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망했다.
홍콩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전문가들은 한국이 권한대행 체제에서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에너지 프로젝트 등에 대해 확고한 약속을 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미국이 시간이 오래 걸리는 쟁점 논의를 뒤로 미루고 다른 나라와 큰 틀의 잠정 합의나 양해각서를 서둘러 체결하려고 한다”고 보도했다.
한편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과 관세 협상에 나서지 않는 국가에는 일방적 관세 통보가 이뤄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모든 무역 상대 국가들과 각각 상세한 협상을 진행하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며 협상에 나서지 않는 국가들에 대해서는 “미국이 공정하다고 판단하는 가격을 설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협상을 원하지 않는 국가는 단 한 곳도 없다”며 “모든 국가는 협상에 나서거나, 미국이 공정하다고 여기는 조건을 받아들이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이러한 일대일 협상 방식은 언젠가 종료될 것이라며, 이 문제를 이해하는 “극소수의 그룹”만이 협상에 남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빛나 기자
binna@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