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13일 공연 수익금 모두 기부
청년 연극인 지원해 연극계 활기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 특별 기부 공연을 하는 배우 신구(왼쪽)와 박근형이 지난 23일 서울 종로구 예술가의집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연합]](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5/04/25/rcv.YNA.20250423.PYH2025042308830001300_P1.jpg)
“온 나라가 튼튼해야 바로 서듯이 연극계도 바탕이 튼튼해야 무언가를 이뤄내는 데 앞장서서 나설 수 있지 않겠나 싶었어요. 정신적으로나 신체적으로 노년을 걷는 지금, 하고 싶은 일입니다.”(배우 박근형)
티켓 오픈과 동시에 매진을 기록했다. 두 원로 배우 신구와 박근형의 ‘고도를 기다리며’다. 2023년 초연 이후 두 사람이 함께할 마지막 ‘고도를 기다리며’(5월 9~25일·국립극장 달오름)에서는 보다 특별한 무대가 마련됐다.
신구와 박근형은 지난 23일 서울 종로구 예술가의집에서 기자들과 만나 “우리 연극은 너무 열악해 (인적 자원이) 고갈되다시피 한 상황이다. 우리의 자원이 다시 풍성해지기를 기대한다”며 “‘고도를 기다리며’의 기부공연을 연다”고 밝혔다. 다음달 13일 올리는 무대는 두 배우가 출연료 없이 선보이는 공연으로, 수익금 전액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아르코)가 청년 연극인을 지원하기 위해 조성한 ‘연극내일기금’으로 쓰인다. 앞서 두 배우의 ‘고도를 기다리며’는 2023년 12월 서울 국립극장을 시작으로, 이듬해 앙코르 공연과 전국 21개 도시 투어까지 총 102회 공연이 전석 매진을 기록했다.
박근형은 “매회 매진 기록을 보며 이 사랑을 어떻게 돌려드려야 할지 많은 생각을 했다”며 “관객에게 좋은 작품을 돌려드리는 것은 물론 젊은 배우들에게도 작은 힘이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기부 공연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신구도 “열악하기 짝이 없는 우리 연극계에서 청년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어서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고자 기부 공연에 참여하게 됐다”고 했다.
두 배우가 마음을 모은 ‘기부 공연’의 수익금은 아르코와 문화체육관광부가 함께 추진 중인 ‘청년문화패스’ 사업과 연계해 꾸준히 이어갈 계획이다. 정병국 아르코 위원장은 “기부공연에서 모인 성금을 씨앗으로 더 많은 모금이 이뤄질 수 있도록 캠페인을 진행할 계획”이라며 “신구·박근형. 두 선생님과 논의해서 젊은 연극배우들의 재교육 프로그램 과정을 마련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고도를 기다리며’는 두 원로 배우의 ‘티키타카’를 통해 삶의 부조리를 그리며 각자의 고도를 기다리는 날들을 곱씹는 연극이다. 신구는 에스트라공, 박근형은 블라디미르를 가각 맡았다. 특별 기부 공연은 다음달 13일, 19~34세의 청년 관객을 위한 자리로 마련됐다. 연극은 앞서 102회의 공연 동안에도 MZ세대 관객들의 호응이 특히 높았다. 공연 이후에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를 기다리며’에 출연했던 그룹 샤이니 멤버 민호가 사회를 맡아 신구·박근형, 오경택 연출가와 함께 관객과 대화를 진행한다.
신구는 “우리 사회 곳곳에서 일어나는 불합리하고 부적절한 일들이 연극 속 인물들이 만들어내는 상황과 유사하다는 데에서 젊은 친구들이 공감을 해준 것 같다”며 “자신만의 고도를 찾아 나서는 청년들을 응원하고 싶다”고 말했다. 박근형도 “‘부조리 연극’ 형식인 이 작품은 실체가 없는 무언가를 기다리는 우리의 삶과 너무나 비슷하다. 그래서 젊은층에 공감도가 아주 높다고 느꼈다”고 귀띔했다. 이어 “청년에게 희망을 보여주고 싶었고, 청년과 소통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기부공연도 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티켓 수익만으로는 손익분기점도 맞추기 어려운 국내 연극계는 정부 예산 의존도가 다른 나라에 비해 유달리 높다. 아르코에 따르면 미국과 영국 연극계는 정부 예산이 10%인 반면 한국은 98%나 된다. 또 영미 국가들은 30%가 사회적 후원, 60%는 자체 수입으로 공연이 제작된다. 두 배우는 이번 기부공연을 계기로 공연계 전반에서 지속가능한 연극계를 위한 기부문화가 활발해지길 바란다고 했다. 고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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