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분교환 5년만에 1081만여주 처분
“SKB 자회사 편입 재원 마련 차원”
SKT·카카오 ‘혈맹관계’ 사실상 종료
SK텔레콤이 보유하고 있던 약 4000억원 규모의 카카오 주식 전량을 매각한다. SK브로드밴드를 완전 자회사로 편입하기 위한 지분 인수 ‘실탄’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이로써 SKT와 카카오가 지분 맞교환으로 파트너십을 맺은 지 5년 만에 ‘혈맹 관계’가 사실상 종료됐다. 두 회사는 협력 관계를 지속적으로 이어갈 계획이지만, 지분으로 얽힌 끈끈한 관계가 끊어진 만큼 시너지가 약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25일 SKT는 보유 중인 1081만8510주의 카카오 지분 전량을 시간 외 대량 매매(블록딜) 방식으로 매각한다고 공시했다. 장부가액 기준으로 4132억6708만원 규모다.
SKT는 카카오 지분 매각을 통해 SK브로드밴드 자회사 편입을 위해 필요한 약 1조2000억원 재원을 마련할 계획이다.
SKT는 지난해 11월 태광그룹, 미래에셋그룹 등이 보유한 SK브로드밴드 지분 24.8% 전량을 인수하는 주식양수도 계약을 체결했다.
SKT는 다음 달까지 이들 지분을 주당 1만1511원으로 평가해 총 1조1500억원에 매수할 계획이다. 지분 인수가 완료되면 SK브로드밴드는 실질적으로 SK텔레콤의 완전 자회사로 편입된다.
SKT 측은 “태광산업과 미래에셋이 보유한 SKB 지분 24.8%를 인수하기 위한 재원 확보 차원”이라며 “이외에도 인공지능(AI) 등 미래 성장에 필요한 투자를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SKT가 5년 만에 카카오 주식 전량을 처분하면서 지분으로 얽혔던 전략적 협력관계가 약해지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있다.
두 회사는 앞서 지난 2019년 말 정보통신기술(ICT) 사업 협력을 위해 약 3000억원 규모의 주식을 교환하면서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지분 교환은 유영상 SKT 대표가 사업부장이던 시절 이뤄졌다. 당시 SKT는 자사주 1.6%를 카카오에 매각하고, 카카오는 유상증자를 통해 SKT에 2.5%를 배정하는 식으로 약 3000억원 규모의 주식을 교환했다.
내비게이션, 택시호출 서비스, 인공지능(AI) 서비스 등 거의 모든 사업 영역에서 치열하게 싸워온 두 회사가 전격 지분 교환에 나서면서, 당시 ICT 업계에서도 유례없는 협력이라는 평가가 적지 않았다.
하지만 협력 시너지가 기대만큼 크지 않았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AI 분야에선 각각 글로벌 빅테크와 협력에 경쟁적으로 나섰고 모빌리티 분야에서 경쟁은 되레 심화됐다는 분석이다.
한편, 카카오는 당장 SKT 지분을 매각할 계획을 없다고 밝혔다.
양사 지분 교환 이후 SKT의 액면 및 물적 분할로 현재 카카오는 카카오인베스트먼트를 통해 SKT 384만6487주, SK스퀘어 248만6612주 등을 보유하고 있다.
카카오 관계자는 “당시 양사에서 출자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공동펀드를 만들어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다”며 “SKT T우주 구독상품 내 페이지 및 웹툰, 클라우드 쪽에서도 협력하고 있는 만큼, 당장 제휴가 종료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고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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