쑥싯 태국 총리실 부사무총장 등 주제발표
말레이반도 관통 복합운송로 건설 사업
美 관세리스크 속 ‘해상운송 비용’ 절감
에너지 인프라·물관리산업 등 투자가치


“태국 정부는 랜드브리지 사업을 통해 아세안 교역의 중심지로 거듭날 것입니다. 한국을 비롯한 글로벌 투자자와 함께 나아갈 준비가 돼 있고, 향후 유의미한 교역의 기회와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합니다.”
쑥싯 시촘끄완 태국 총리실 부사무총장은 22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2025 이그나이트 한·태 비즈니스 포럼’에서 주제발표를 통해 “해외 투자를 희망하는 기업이 포진돼 있는 한국에서 태국 정부가 추진하는 초대형 인프라 사업인 ‘랜드브리지’ 프로젝트를 소개하기 위해 이 자리에 섰다”며 이 같이 밝혔다.
태국 정부가 추진 중인 랜드브리지 프로젝트는 말레이반도를 관통해 인도양과 태평양을 연결하는 대규모 복합운송로 건설 사업이다. 믈라카해협 우회 경로보다 운송 시간을 대폭 단축하게 하는 사업비 약 40조원 규모의 대형 프로젝트로 태국은 2036년까지 춤폰과 안다만에 항구를 건설하고, 약 100㎞ 구간을 고속도로와 철도 등으로 연결한다는 구상이다.
쑥싯 시촘끄완 부사무총장은 “믈라카해협은 연간 8만5000척 이상의 선박이 통과하는 해상 운송로로, 연평균 선박 통과량이 2% 이상 늘어나고 있다”며 “늘어나는 수요만큼 매년 크고 작은 사고도 발생하고, 2030년이면 이곳의 수용한도가 초과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이 해협을 대체할 수 있는 지점이 필요하다는 판단 아래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쑥싯 시촘끄완 부사무총은 랜드브리지 프로젝트의 핵심 기능으로 ▷아센안 교역의 관문 ▷환적(換積)지 역할 ▷항만산업 육성을 제시했다. 이어 구체적인 실행 방안에 관해서는 “사업 초기 단계에서는 컨테이너 비즈니스가 주가 될 것으로 예상되며, 이후 비(非)컨테이너 영역을 점차 넓혀 향후 전체 점유율의 60% 수준까지 이끌어 가고자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울러 랜드브리지를 통해 태국 남부지방의 농업 생산물과 중부지역의 해산물 수출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으며 더 나아가 정부에서 주요 산업으로 육성 중인 할랄푸드 산업은 물론 인공지능(AI) 등 스마트산업 및 관광지 활성화에도 매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쑥싯 시촘끄완 부사무총장은 또 랜드브리지 프로젝트의 기대효과로 ‘시간 단축’과 ‘비용절감’을 꼽았다. 그는 “랜드브리지는 수출·입 부분에서 인도양과 태평양으로 수출하는 경로, 통로로 활용할 수 있다.
또 태국 내에서는 동부경제회랑(EEC)에서 물류를 보내 수출할 수 있고, 남중국해와 메콩강 지역까지 아우르는 허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랜드브리지를 통하면, 기존 믈라카해협을 활용하는 것과 비교해 시간은 4일, 비용은 약 15%가량 절감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이 같은 이점을 통해 글로벌 투자 기업들에 해상운송 시간과 비용을 엄청나게 절감하는 대안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덧붙였다. 또 “현재 (랜드브리지 프로젝트) 컨소시엄을 어떻게 구성할지 구체적인 단계에서 논의가 이뤄지고 있고, 법제화 절차도 점진적으로 추진 중”이라며 “특히, 다른 지역보다 더 빠르게 개발을 할 수 있는 특별법 제정 및 규제 완화 등의 조치도 준비돼 있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태국 정부는 많은 해외 투자자를 유치하기 위해 랜드브리지를 비롯해 에너지 산업 관련 인프라 구축, 물관리 산업 등 180여개의 메가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라며 “미국발 관세 리스크 등 글로벌 변동성이 크게 높아지고 있지만, 태국은 이런 메가프로젝트를 통해 많은 기회를 창출할 것이다. 동부·남부경제해랑들과 연계할 수 있는 프로젝트도 활발히 추진 중인 만큼 태국 투자에 많은 관심을 보여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날 포럼에는 쭐라 쑥마놉 태국 EEC 사무총장과 소라폰 뚤라야사틴 태국증권거래소(SET) 수석부사장, 부린 아둔왓따나 카시콘 리서치센터 대표이사, 차이야릿 아누싯워라웡 태국 방콕은행 수석부사장이 연사로 참여했다.
쭐라 쑥마놉 사무총장은 EEC가 유치하고자 하는 핵심 5대 타깃 산업으로 ▷의료 및 건강 ▷디지털 ▷전기차 등 미래 모빌리티 ▷BCG(바이오·순환·녹색경제) ▷서비스를 꼽으며 “EEC는 각 산업 분야의 대태국 투자자의 니즈를 적극 반영, 가장 좋은 인센티브 혜택을 받으실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소라폰 뚤라야사틴 수석부사장은 태국 주식시장 현황을 소개하면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정책 발표 이후 태국 주식시장 역시 타격을 받았지만, 웰니스와 투어리즘 같은 영역들은 크게 타격받지 않았고, 여전히 견조한 거시경제 펜더멘털을 보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태국 주식시장은 기업공개(IPO) 시장에서 최고 성적을 거두고 있다. 아세안에서 1위, 아시아에서는 2위다. 외국인 보유지분 비율은 33%로, 개인투자자 비중도 지속 증가하고 있다”며 “다양한 글로벌 기업이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글로벌 시장 신뢰도를 높여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부린 아둔왓따나 대표는 태국의 탄소중립 정책이 한국 기업에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태국은 현재 탄소중립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며 “전기차 시장도 덩달아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데 현재 태국에서 중국 전기차가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태국 소비자는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고, 우수한 제품을 선호한다. 이는 곧 한국 기업이 시장 판도를 바꿀 수 있는 기회를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차이야릿 아누싯워라웡 수석 부사장은 방콕은행의 역사와 더불어 태국 투자 기업에게 제공하는 다양한 금융서비스에 관해 설명했다. 특히, 이날 그는 생성형 인공지능(AI) 서비스 쳇GPT와 나눴던 대화를 소개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최근 쳇GPT에 한국과 태국의 금융상품의 차이를 물었고, ‘한국은 디지털 서비스가 굉장히 우수하다. 태국은 해외 투자자에게 친화적이다’라는 답변을 들을 수 있었다”며 “이는 곧 양국이 가진 강점이라고 생각한다. 태국에 투자하신다면, 태국의 강점을 느끼실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재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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