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무 한양대 교수 분석

통계조작 논란이어 실효성 도마위

조사법에 조사원 주관 개입 여지

매주 집값 동향 발표 한국 ‘유일’

“정책 오판 불러…발표 말아야”

이창무 교수가 연구한 부동산원 주간지수와 실거래가지수의 차이. 주간지수가 실제 거래사례들보다 후행해 발표되며 제대로 중계하지 못하는 모습이 눈에 띈다. [이창무 교수 제공]
이창무 교수가 연구한 부동산원 주간지수와 실거래가지수의 차이. 주간지수가 실제 거래사례들보다 후행해 발표되며 제대로 중계하지 못하는 모습이 눈에 띈다. [이창무 교수 제공]

부동산 시장 상황을 빠르게 파악해 정책 대응 속도를 끌어올리고자 만들어진 한국부동산원 주간통계가 실제 시장 상황을 수개월 뒤늦게 반영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과거 문재인 정부 시절 통계 조작이 있었다는 감사원의 최근 발표와 함께 실제 거래 상황을 후행해 알려준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면서, 주간통계의 실효성이 또다시 도마 위에 오를 것으로 전망이다.

이창무 한양대학교 도시공학과 교수는 한국부동산원 주간통계와 실거래가 지수를 비교 분석한 결과를 25일 내놨다. 이 교수는 주간통계의 정확도를 살피기 위해 실제 거래사례를 전부 집계해 발표하는 부동산원 실거래가격지수와 비교했다.

부동산원 주간통계는 직전 주 화요일부터 그 주 월요일의 동향을 조사해 목요일 공표한다. 반면 실거래가격지수는 부동산 거래 신고를 마친 뒤 이를 전부 집계해 약 두 달 후 발표한다. 예를 들어 올해 2월 전체 실거래가격 통계가 4월 중순에 발표되는 셈이다.

이 교수가 분석한 결과 조사시점 대비 공표시점 차이가 거의 없는 주간 통계도 가격 변동이 실제보다 축소돼 나타나거나 실거래가지수처럼 늦게 반영됐다.

이 교수는 “금리가 급격히 상승하며 가격 변동이 심하던 2023년 연말에는 주간통계와 실거래가격지수의 차이가 더욱 컸다” 고 말했다.

부동산원 주간통계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지수(2021년 6월28일=100으로 산정)에 따르면 2023년 9월부터 11월까지는 93.7에서 94.5로 꾸준히 상승하다가 12월부터 내리막길을 나타내는 것으로 집계된다. 또 2024년 3월 94까지 내려갔던 지수는 다시 반등하기 시작해 9월에는 98까지 올랐다.

하지만 실거래가는 그보다 3개월 앞서 움직였다. 이 교수가 2023년 9월부터 1년간 매달 아파트 매매 실거래가격지수(2011년 11월=100으로 산정)를 조사한 바에 따르면 2023년 9월 162.3이었던 지수는 급격히 내려 12월 157.8를 나타냈다가 반등하기 시작해 2024년 9월에는 170.8까지 치솟았다.

이 교수는 부동산원의 주간통계 조사 방법부터 오류가 발생할 요소가 있다고 지적한다.

주간통계는 서울시 내 5008호의 표본을 사전에 정해놓고 조사대상의 실거래를 분석한다. 표본의 실제 거래가 있을 경우 정확도가 보장되지만, 실거래가가 없을 경우 인근 주택 실거래가 체결 내역, 호가 등 주변 공인중개사무소 매물정보를 참조한다.

이 과정에서 조사원의 주관이 개입될 수 있고, 호가는 급등기에는 빠르게 반응하고 반대의 경우 천천히 움직이는 경향이 있어 조사에 반영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있다.

또 실거래 내역이 없을 시 과거 평가자료를 참고하게 되면서 지수가 뒤늦게 움직이고 가격 변동성이 실제보다 낮게 나타나는 한계도 발생한다.

업계에선 꾸준히 주간아파트가격 동향의 폐지론이 나오곤 했다. 시의성 있는 정책 대응을 위해 시작됐지만, 단기간 사고팔 수 있는 재화가 아닌 아파트를 실거래가와 호가 그 사이 자의적 가격으로 매주 중계하듯 가격을 발표하는 게 시장 혼란을 부추긴단 지적이다.

실제 주요 국가 중 매주 부동산 가격 통계를 발표하는 곳은 한국이 유일하다. 미국 ‘케이스-실러’ 지수는 20개 대도시를 대상으로 월 단위로 발표하는데 거래 후 약 2개월의 시차가 발생한다. 영국 ‘하우스프라이스 인덱스’ 역시 매달 간격으로 발표하고, 일본 ‘부동산가격지수’도 월별로 공표를 하는데 거래 후 3개월의 시차가 발생한다. 우리처럼 전국을 주간 단위로 조사해 발표하는 곳은 없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잘못된 정보를 시의성이 있는 것처럼 주간지수로 발표하다 보니 정부가 정책을 만들 때도 오판할 수 있다”면서 “지난 2월 서울시의 잠실 등 토지거래허가제 해제 역시 현 상황에서 실거래가지수를 확인하면 지난해 12월부터 오르고 있는 상황이었는데도 불구하고 주간동향에서는 안정기에 있다고 발표돼 해제한 경향이 있다”고 했다.

이어 “시세지수에 익숙해져 진실로 받아들이고 이를 토대로 (매수·매도를) 판단하지만 거기서 만들어질 수 있는 사회적 비용이 너무 크다”면서 “주간동향을 오히려 발표하지 않는 것이 이런 혼란을 줄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지적에 대하 한국부동산원 관계자는 “실거래지수는 거래시장만을 대표하는 통계로 후행 공표되고, 주간통계는 전체 재고주택을 대표해 조사원들이 신고전 계약사례, 매물, 시세 중개업소 탐문 등을 종합조사 판단하는 지표”라며 “두 지수는 산정목적과 방법이 달라 단순비교하는 것이 적절치 못하다”고 답했다.

서영상 기자


san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