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위주 경제, 관세불확실성 회피
“생산거점 위한 인프라 구축 필요”

글로벌 증시가 ‘트럼프 관세’ 불확실성에 휩싸인 가운데 인도 증시가 빠르게 투자자들의 관심을 회복하고 있다. 올해 들어 제조업 성장 둔화 우려 등으로 지지부진했지만 미·중 무역분쟁이 격화하자 ‘넥스트 차이나’로서 인도의 매력이 다시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다.
23일 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한 달 사이 MSCI 인도 지수는 3.5% 올랐다. 이 기간 주요국 지수 가운데 플러스를 기록한 건 인도가 유일하다. 12개월 선행 주당순이익(EPS) 추정치는 같은 기간 0.4% 올랐다. 한국(1.6%)과 대만(2.0%) 등과 함께 인도는 이익 기대가 올라간 몇 안되는 나라 중 하나다.
인도 증시는 2025년 들어 2월 중순까지 5% 이상, 지난해 9월 고점 대비로는 15% 가량 하락할 정도로 고전했다.
2024년 하반기부터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 등 관련 지표가 둔화되고 소비경기 지표까지 부진하게 나오자 인도 고성장에 물음표가 붙었기 때문이다. 같은 기간 중국 증시가 ‘딥시크발(發) 기술주 랠리’를 바탕으로 외국인 투자자들을 불러 모은 것도 인도 증시의 약세로 작용했다.
다행히 2024년 정치적 혼란으로 지지부진했던 적극적인 인프라 개발 계획이 2월 들어 구체화되고 기준금리 인하 등 정책 지원이 추가 하락을 막았다.
분위기는 이달 들어 한층 급격히 좋아졌다. 막대한 인구를 바탕으로 내수 위주의 경제구조를 가진 인도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전방위적 관세 압력에 골머리를 앓던 글로벌 투자자들에게 피난처로 여겨졌다.
금융정보업체 CEIC에 따르면 2024년 인도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상품 수출 비중은 11.5%로 전세계 평균 (23%)는 물론 중국(19%)보다 낮다. 중국의 또 다른 대체 생산기지로 꼽히는 베트남은 무려 85%에 달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 관세 발표 이후 인도 커뮤니케이션업종과 금융업종은 8% 이상 급등했다. 유틸리티와 필수소비재 등의 상승세도 두드러졌다. 모두 인도의 강한 내수 효과 덕분이다.
여기에 미국과 관세 협상이 순조롭게 흘러가는 것도 인도 증시 상승 동력이 되고 있다. 인도는 미국이 제시한 최우선 협상 대상국 5개국 중 하나다. 앞서 미국의 JD 밴스 부통령은 지난 21일 인도를 찾아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 회담했다. 인도 총리실은 “무역 협정 협상이 상당한 진전을 거두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중장기적으로 인도 주식시장이 매력을 더하려면 글로벌 공급망 재편 과정에서 제조업 발전이 뒷받침돼야 한다. 본질적으로 수출이 아닌 내수에 크게 의존하는 경제 구조로는 한 차원 높은 도약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특히 글로벌 기업들이 중국을 대체할 생산거점으로 인도를 선택하기 위해선 관련 인프라 구축이 대거 신속히 이뤄져야 한다. 앞서 트럼프 1기 행정부 기간 미·중 갈등으로 인도가 부각됐지만 이후 글로벌 기업의 행동은 기대만큼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인도에 신규 진출하는 글로벌 기업은 2018년 240개에 달했지만 지난해엔 62개에 불과했다. 애플의 경우 2017년 인도에서 아이폰 생산을 시작했지만 내수용 저가 모델 위주였으며 2024년 기준 전체 생산량의 약 14%만이 인도에서 조달하고 있을 뿐이다. 김우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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