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부산시교육청에서 열린 협약형 특성화고등학교 육성을 위한 업무협약식. [부산시교육청 제공]
지난 14일 부산시교육청에서 열린 협약형 특성화고등학교 육성을 위한 업무협약식. [부산시교육청 제공]

[헤럴드경제(부산)=조아서 기자] 요즘 부산 교육계와 관(官)계는 새 교육감과 부산시장의 ‘조화로운 동거’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자체와 교육청은 각종 예산과 사업에서 서로 얽힐 수밖에 없는 만큼 진보 성향 김석준 부산교육감과 보수 성향 박형준 부산시장의 미스매치가 자칫 정책 추진의 갈등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간 부산교육청과 부산시는 시정과 교육 정책의 정합성(整合性)을 맞춰오며 찰떡 호흡을 자랑해 왔다.

하윤수 전임 교육감은 박 시장의 최우선 시책 중 하나인 일자리 정책, 지역산업 발전과 연계해 마이스터고와 같은 특성화고등학교를 고도화하고, 산업 현장과 연계된 직업 교육의 강화를 중요시했다. 또 시와 전국 최초로 ‘직업교육 혁신지구 지원센터’를 열어 핵심 산업 인재 양성 체계를 구축하는 데 힘 쏟아왔다. 특히 두 기관은 손발을 맞춰 ‘돌봄’과 ‘교육’ 사이 정책적 간극을 정비, 전국에서 처음으로 영유아와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출생부터 돌봄, 교육까지 책임지는 ‘통합 늘봄 정책’을 선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김 교육감 체제에서는 이러한 일체감이 다소 약화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 교육감은 취임 직후 조직 개편과 인사 조치를 단행하며 교육청 운영 기조 전환을 암시했다. 또 전임 교육감의 역점 사업인 ‘늘봄학교‘와 ‘아침체인지’에 대한 대대적인 재검토를 예고했으며, 지난 17일 국장단 회의를 열고 그간 전임 교육감의 소통 부재를 지적해 온 교원 노조의 현장 애로사항을 각 부서 실무진과 공유했다.

보수정권 아래 ‘세월호 지우기’ 논란이 일었던 4월의 분위기도 180도 바뀌었다. 3년 만에 청사에는 세월호 추모 현수막이 걸렸고, 참사 당일엔 공식 추모 행사가 재개됐다. 앞서 지난 4일에는 교육감의 지시에 따라 시교육청은 ‘민주시민교육’의 일환으로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탄핵 선고를 각급 학교에서 자율적으로 생중계 시청하도록 권고하기도 했다.

취임 보름 만에 교육청 내 강력한 변화의 바람이 불자 일부에선 전임 교육감의 공약 사업이 무산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김형찬 강서구청장과 강서구 시·구의원은 지난 16일 ‘글로벌 K-POP스쿨’ 설립 이행을 강력히 요구하기 위해 기자회견을 계획했다가 잠정 중단했다.

케이팝 전문 인재를 양성하기 위한 글로벌 K-POP스쿨은 강서구 죽림동 가락중(폐교) 부지에 비수도권에선 처음 개교를 앞두고 있다. 예정보다 개교 시점을 2년 앞당겨 내년 3월 개교를 목표로 하는 등 하 전 교육감이 적극적인 의지를 보인 사업이다. 기자회견 개최 전 성사된 강서구청장·의원과 교육감의 면담을 통해 표면적인 갈등의 불씨는 잠재웠지만, 원론적인 검토 의견만 주고받은 상태라 추후 사업 이행 여부에 따른 갈등 여지는 여전히 남아있다.

다만 교육계에서는 김 교육감이 전 교육감의 무리한 흔적 지우기로 정쟁을 만들기보다 협치(協治)의 지혜를 발휘할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선거 기간 중 내세운 입학준비금 지원 등 교육 복지 공약을 1년 2개월의 짧은 임기 동안 실현하기 위해서는 예산 확보가 필수라 그 어느 때보다 시는 물론 시의회와의 유기적 협력이 필요한 상황이다.

실제 김 교육감은 지난 8년간 서병수·오거돈·박형준 등 시장의 정파 변화 속에서 부산교육을 이끈 경험이 있으며, 당시 보수시장과 진보교육감의 대표적인 불협화음 사업이었던 무상급식 확대 사안을 유연하게 풀어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 교육감과 박 시장 모두 교수 출신 행정가답게 합리적인 실용주의 노선을 지켜온 면도 두 수장의 협치에 대한 기대감을 뒷받침한다.

지난 14일 김 교육감 취임 이후 첫 공식 석상을 가진 두 사람은 협약형 특성화고등학교 육성을 위해 손잡았다. 이는 지역 산업에 필요한 인재를 키우기 위해 산업체와 연계한 맞춤형 교육을 제공하는 학교로, 교육부 특별교부금 지원 공모사업이다. 지난해 공모에서는 고배를 마셨지만, 올해 두 기관이 합심해 사업 선정을 이뤄낸다면 ‘산업 혁신’과 ‘학생 중심 교육’이 결합한 형태의 교육 모델이 실현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부산 교육계의 한 관계자는 “남은 임기가 짧아 김 교육감의 정책이 부산교육에 미치는 영향은 다소 제한적일 수 있으나, 김 교육감은 이번 당선이 3선 연임이 아님을 분명히 하며 재임을 염두에 두고 있다”며 “박 시장 역시 3선에 도전할 가능성이 높아 남은 임기 동안 두 사람은 부산 교육 혁신과 지역 발전을 위해 조화를 이룰 가능성이 높을 것”이라고 말했다.


good4u@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