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광둥성 광저우 시내 초중심에 위치한 티몰(Teemall), 파크 센트럴(Parc Central), 그랜드뷰 몰(Grandview Mall) 등 지역 대표 쇼핑몰에는 주말이면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

쇼핑몰 주요 스팟에는 매주 다른 캐릭터 상품으로 구성된 ‘전시팝업 스토어’가 진행 중이며, 특히 젊은 소비자들은 2시간 넘게 기다리면서까지 인기 캐릭터 짱구 팝업 스토어 등을 구경하고 제품을 구매한다. 전시팝업은 이미 중국 다른 지역에서도 정착이 된 마케팅 기법인데, 광저우 소비자들이 이렇게 열정적인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

첫째, 광저우 현지 기후에 따라 형성된 ‘공간적 특성’에 기인한다. 중국 남방 지역은 1년에 절반 이상(3~10월)은 고온을 동반한 스콜성 기후를 갖고 있어 소나기가 불시에 오거나, 하루 종일 비가 내리는 경우도 잦다.

야외에서 거의 생활이 불가한 소비자들은 시원하고 쾌적한 대형 실내 쇼핑몰을 찾는다. 또한 10월 이후로는 한국의 초봄 날씨로 변화하는데, 광저우 전 지역에 난방 시설이 잘 갖추어지지 않아 패딩 점퍼를 입어야 할 정도로 으스스한 날이 많다. 추운 날씨에 소비자들은 일반적으로 외출을 잘하지 않는데, 누군가를 만난다면 실내 쇼핑몰에서 약속을 잡는 경우가 많다.

둘째, 중국 내수경기 부진에 따른 취업난 및 임금 감소로 인해 확립된 나 자신을 위한 ‘최적가 소비’ 성향도 한몫하고 있다. 쇼핑몰에 입점한 유명 프랜차이즈 맛집에서 식사와 음료 한잔을 마친 젊은 소비자들은 예쁘게 꾸며져 있는 전시팝업 스토어를 보게 된다.

실제로 팝업 스토어에 가보면 일반 매장에서 볼 수 없는 한정판 인기 캐릭터 제품을 판매 중이며, 가성비 있게 가격을 설정하여 소비자들이 구매할 수밖에 없게끔 만들고 있다. 한국에서 인기가 많은 ‘몰티즈&리트리버’ 캐릭터는 딤섬 메뉴 중 유명한 홍미창(紅米腸) 형태로 현지화되어 일일 구매 한도가 생길 정도로 동이 났다.

마지막으로 중국 오프라인 유통망 입장에서도 전시팝업은 고객 유입량을 높이는 ‘확실한 마케팅 수단’이다. 중국 유통망들은 집객을 늘릴 수 있는 전시팝업 스토어를 기획 후 샤오훙수(小紅書) 등 젊은 소비층이 자주 접속하는 소셜 미디어에 홍보한다. 우리 기업으로서는 이런 마케팅을 희망하여도 전시팝업 입점 문턱이 높다고 느낄 수 있지만, 중국 유통망에서 먼저 합리적 조건으로 협업을 제안한 사례도 있다. 전시팝업 마케팅으로 인지도를 높인 캐릭터 상품은 M&G SHOP(九木雜物社), OCE 등 현지 인기 잡화·소품점에도 입점이 쉬워진다.

최근 중국은 부진한 내수 경기 진작을 위해 1호점 경제(특정 지역 내 신제품 출시 및 첫 매장 오픈 장려), 이구환신(노후 제품에 대한 보상판매) 등 정책을 펼치고 있다. 해외 자본이 투입되었지만, 한국 감독이 만든 영화가 상영 중이며 한류 음반 상품의 오프라인 유통허가 취득 등 최근 콘텐츠 업계 진출 사례도 조금씩 감지되고 있다.

전시팝업 마케팅 또한 한국 콘텐츠 기업의 중국 시장 진입 및 수출 돌파구로 검토할 만하며, 특히 광저우에서 그 의미는 색다르다고 할 수 있겠다.

이정무 코트라 광저우 무역관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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