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 이후 35년 만 미 주식·채권·달러 동반 약세

[로이터]
[로이터]

[헤럴드경제=김우영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의장을 “중대한 실패자(major loser)”라고 정면 공격하자 주식시장이 중앙은행 독립성을 우려하며 하락했다. 미 달러화와 미국 국채도 동반 급락했다.

이날 뉴욕증시에서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2.48% 떨어진 3만8170.41를 기록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와 나스닥 종합지수 역시 각각 2.36%, 2.55% 하락했다. S&P500의 10개 업종 모두가 일제히 하락했다.

관세 불확실성에 계속되는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파월 의장 비판 발언이 시장을 뒤흔들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SNS에 “많은 사람들이 ‘선제적 금리 인하’를 요구하고 있다”며 파월 의장을 겨냥했다. 그는 “유럽은 이미 금리를 7번이나 인하했다”며 파월 의장이 항상 너무 늦다고 비판했다.

심지어 파월 의장을 ‘미스터 투 레이트(Mr. Too Late)’, ‘중대한 실패자’라고 표현하며 “금리를 내리지 않으면 경기가 둔화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러면서 “에너지와 식량 가격이 하락했다”며 “인플레이션은 거의 없다”고 강조했다.

앞서 지난 17일 “내가 사임을 원하면 파월 의장은 매우 빨리 물러날 것”이라며 사퇴 압력을 가한데 이어 노골적으로 또 다시 통화정책 압력을 넣은 것이다. 파월 의장은 법적으로 해임될 수 없으며 2026년 5월까지인 임기를 마칠 것이라고 강조했지만 케빈 해셋 백악관 경제고문은 파월 의장 해임이 가능한지 들여다보고 있다고 말해 논란을 부추겼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은 곧 중앙은행 독립성에 대한 시장의 의문으로 이어져 또 하나의 거대한 불확실성 요인이 되고 있다. 단순한 금리 인하의 문제가 아니라 미국 통화정책 신뢰성이 흔들릴 수 있는 중대한 변수로, 글로벌 금융시장에도 큰 혼란을 주고 있다.

이날 미국 주식시장이 대거 하락한 것과 동시에 미국 국채와 달러 역시 동반 하락한 것은 이 같은 우려를 보여준다.

미 국채 2년물 금리는 6베이시스포인트(bp), 30년물 금리는 10bp 급등했다. 이는 미 국채 가격이 그만큼 떨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달러화 역시 하락해 주요 6개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 인덱스는 이날 장중 97.9까지 떨어졌다. 이는 2022년 3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리솔츠자산운용의 칼리 콕스는 로이터통신에 “미국 주식, 채권, 달러가 동시 하락한 건 1990년 8월이 마지막”이라며 “미국 시장은 지난 35년간 보지 못했던 전방위적 자산 매도에 직면해 있다”고 밝혔다.

반면 안전자산인 금은 계속해서 상승하고 있다. 6월 인도분 금 선물 가격은 온스당 34225.3달러로 전거래일보다 2.9% 올라 또 다시 최고치를 경신했다. 한때는 지나치게 낙관적인 전망이라던 3500선 돌파도 머지 않았다.

국제유가는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면서 뉴욕상업거래소에서 5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배럴당 63.08달러로 2.47% 하락했다.


kwy@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