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유가 4년 만에 60달러선 밑으로
“유가 10달러 하락시 러시아 매년 35조원 손해”
WSJ “러시아도 트럼프 무역전쟁에 위태롭게 노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 16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에 있는 바우만 모스크바 국립 공과대학교를 방문한 모습. [AP]](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5/04/21/news-p.v1.20250421.449d93e0516a45a4a3a60faccd2665e5_P1.jpg)
[헤럴드경제=김영철 기자] 우크라이나의 종전 협상에 시간을 끌고 있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최근 국제유가가 떨어져 진퇴양난에 처했다. 러시아 경제에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석유 사업이 국제 유가 급락으로 타격을 받으면서 전쟁 자금이 부족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다.
20일(현지시간)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 대통령의 무역전쟁으로 촉발된 국제유가 급락 여파로 러시아가 위태롭게 노출돼 있다고 보도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도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위한 협상의 일환으로 러시아와 경제적 관계 회복을 약속하는 등 관계 개선을 시도하고 있지만, 그의 관세 전쟁은 간접적으로 러시아 경제를 해치고 있다”고 최근 전했다.
지난 8일 뉴욕상업거래소에서 5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은 전 거래일보다 1.34달러(2.22%) 하락한 배럴당 59.10달러에 마감했다. WTI 선물 가격이 배럴당 60달러선 밑으로 떨어진 것은 2021년 4월 이후 4년 만이다.
러시아 경제의 원동력인 석유 산업은 국가 예산 수입의 약 3분의 1을 차지하는 만큼 유가 하락은 국가 안보 위협으로 간주되고 있다. 러시아의 기준 유가인 우랄산 원유는 배럴당 55달러 아래로 맴돌고 있는데, 이는 올해 예산안 목표치인 약 70달러를 크게 밑도는 수준이라고 WSJ는 전했다.
독일 싱크탱크 카네기 러시아 유라시아 센터의 세르게이 바쿨렌코 선임연구원은 “유가가 10달러 하락할 때마다 러시아가 매년 약 250억달러(약 35조4700억원)의 손실을 입을 것으로 추산한다”면서 “이는 세입에 영향을 미치고 경제 전체에 자금 부족을 초래한다고 설명했다” 말했다.
이와 관련 트럼프 대통령도 우크라이나 전쟁 휴전 합의에 소극적인 러시아를 겨냥해 러시아 원유에 25%의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지난달 30일 트럼프 대통령은 미 NBC방송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러시아가 휴전을 지연시키고 있는 데 대해) 화가 났다”며 “러시아가 한 달 내로 휴전에 합의하지 않으면 러시아산 원유를 구매하는 국가들에도 25%에서 최대 50%까지 ‘2차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고 엄포를 놨다.
분석가들은 유가가 계속 낮게 유지될 경우 러시아가 경기 경착륙을 경험할 것이며, 그럴 경우 올해 예산 적자가 거의 두 배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전을 두고 선택의 기로에 설 수 있다는 지적이다.
J.P. 모건의 애널리스트들은 이번 주 고객들에게 보낸 메모에서 러시아도 미국이 일으킨 무역전쟁의 여파가 무사히 비켜가진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엘리나 리바코바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 선임 연구원은 “유가가 계속 하락하면 러시아는 압박을 느낄 것이고, 이미 압박을 느끼기 시작했다”며 “이런 상황이 계속된다면, 그들은 총과 버터를 놓고 다투는 상황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분석가들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전에 영향을 미치려면 유가가 장기간 낮은 수준을 유지해야 한다고 짚었다.
WSJ는 “현재 러시아가 북한에서 중화기를 수입하고 탱크와 장비에 필요한 강철을 자체적으로 생산하고 있다. 중국 역시 우크라이나전 내내 러시아의 경제를 지원해 왔다”면서 “이달 초 트럼프 대통령이 발표한 상호 관세 부과에서 러시아는 제외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yckim6452@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