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영 차일파일 미루다

현역병 입영 통지 받자 소송

법원서 각하…“우울증 심한 것으로 보이지 않아”

사진은 참고용 이미지. [게티이미지뱅크]
사진은 참고용 이미지. [게티이미지뱅크]

[헤럴드경제=안세연 기자] 온라인 게임 ‘LoL(리그 오브 레전드)’ 프로게이머 출신 유명 코치가 현역병 판정에 불복해 소송을 냈으나 패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A씨는 우울증을 호소했으나 법원은 LoL 해설자 및 코치로 일하며 수억원대 수입을 올린 점 등을 고려해 진정성이 없다고 봤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인천지법 2행정부(부장 송종선)는 A(31)씨가 인천병무지청을 상대로 “현역병 입영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낸 소송에서 이같이 판시했다. 법원은 A씨의 소송을 각하했다.

각하란 기각과 달리 소송 요건 자체가 부적법할 때 내리는 판결이다. 권투로 치면 ‘판정패’가 아니라 ‘KO패’를 당한 것과 같다. 보통 각하를 선고하면 본안에 대한 판단은 생략된다. 다만, 법원은 A씨에겐 이례적으로 본안에 대해 판단하며 “중증의 우울증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A씨는 2013년에 LoL 프로 선수로 데뷔해 LCK(롤 챔피언스 코리아) 3회 우승의 커리어를 보유했다. 또한 LCK 최초로 4000 어시스트 달성을 기록한 유명 선수였다. 그는 2020년 12월 선수에서 은퇴한 뒤 2022년 11월까지 게임 해설자로, 2023년 1월부터 같은 해 10월까지 팀 코치로 일했다.

이후 A씨는 2024년 3월께 현역병 입영 대상인 신체등급 3급 판정을 받았다. 그는 10년 전에도 현역병 입영 판정을 받았으나 대학 재학 등을 이유로 입영을 연기했다. 이후 수년간 우울증 등을 이유로 병역 처분 변경 신청, 이의 신청 등 불복 절차를 밟으며 입영을 계속 미뤘다.

병무청은 최후의 통첩으로 “2024년 11월에 입영하라”고 통지했다. 당초 2024년 5월에 입영하라고 1차 통지했으나 A씨가 연기한 것에 따른 조치였다. A씨는 여기에도 불복해 소송을 냈다.

하지만 법원은 각하로 판결했다. 법원은 “행정소송의 대상이 되려면 ‘처분’이 있어야 한다”며 “이 사건 2차 입영 통지는 의무 이행 기일을 알려주는 통지에 불과해 처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1차 입영 통지의 취소를 구하는 형식으로 소송을 냈어야 했는데 절차에 하자가 있다는 취지였다.

법원은 “소송 요건이 적법하지 않아 각하돼야 한다”면서도 “A씨가 신체등급 3급 판정에 잘못이 있음을 이유로 병역처분에 취소를 구하므로 본안에 관해서도 판단한다”고 밝혔다.

재판부 과정에서 A씨 측은 “2021년 4월부터 우울장애로 정신과에서 지속적인 외래 및 약물치료를 받고 있음에도 증세가 낫지 않고 있다”며 “경제 활동은 물론 일상생활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으므로 현역병 처분은 위법하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A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원은 “정신과 진료는 대부분 A씨의 진술에 의존한 것으로 과장 또는 허위 진술로 인한 오진의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다”고 전제했다.

이어 “A씨는 게임 해설자 및 프로게이머 팀 코치로 일하며 2022년에 1억 9700만원의 수입을 올렸다”며 “은퇴한 뒤에도 자주 헬스장에 가서 운동을 하고, 지인과 정기적으로 만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A씨의 사회생활 및 일상생활을 고려했을 때 중증의 우울증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설명이었다.

법원은 “신체등급 판정이 이뤄진 시기는 A씨가 게임 관련 업무에 종사하지 않게 된 지 3개월이 지난 시점”이라며 “우울증의 원인이 될 수 있는 외부적 요인도 상당히 해소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어 “A씨의 우울증이 일반인이 참을 수 있는 수준을 벗어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결론 내렸다.


notstron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