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언·폭행 다음날 지도학생, 극단선택 시도

해임 처분에 불복 소송 “도제식 교육 특수성”

1심 이어 2심도 패소…“인격 침해, 해임 정당”

Gemini를 활용해 생성한 이미지. 이미지와 기사는 직접 관련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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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안세연 기자] 박사과정 지도학생에게 “너는 일용 잡직이나 해라”, “능력이 없다”며 폭언을 해 극단적 선택을 시도하게 한 대학 교수를 해임한 것은 정당하다는 판결이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나왔다. 해당 교수는 “도제식 교육의 특수성 아래 연구지도 과정에서 나온 피드백에 불과하다”며 불복 소송을 냈지만 패소했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행정 10-3부(부장 원종찬)는 한 사립대학에 근무하던 A교수가 “해임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낸 2심 소송을 지난달 말 1심과 같이 A교수 측 패소로 판결했다. 법원은 “A교수가 학위논문 지도의 중단을 언급하며 인격을 비하해 극단적 선택을 시도하게 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법원이 인정한 사실관계에 따르면 A교수는 지난 2022년 2월께 지도학생에게 연구용역 수행에 대해 논의하며 폭언했다. 당시 그는 “입만 갖고 사는 놈”, “일용직이나 해라”, “X도 아니다”라는 등의 말을 했다. 이어 “까라면 까라”며 “내 말에 토 달지 마”라며 복종을 요구하거나 학위논문 지도의 중단을 언급했다.

A교수는 또 지도학생을 야단치며 A4용지를 찢어 종이와 펜을 피해자에게 던지기도 했다. 이어 지도학생이 법인카드 처리를 위해 카드 사진을 요청하자 강하게 질책한 것으로 조사됐다. 다음 날에도 A교수는 지도학생에게 “변명 보내지 마라”는 등 질책했다. 결국 지도학생은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다.

자살 의심 신고를 받은 경찰관이 지도학생의 자택을 방문한 덕분에 지도학생은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이후 이어진 인권센터 조사에서 A교수는 자신의 잘못을 축소하고자 시도했다. A교수는 지도학생이 제출한 진술서 내용을 9차례에 걸쳐 수정하게 하는 등 조사를 방해하고, 비밀유지 서약도 어긴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대학 징계위원회는 지난 2023년 6월, A교수를 해임 징계처분했다. A교수는 소청 심사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지난해 7월, 법원에 소송을 냈다. 재판 과정에서 A교수 측은 “피해자에게 문제가 된 발언을 한 사실은 있다”면서도 “상황을 고려할 때 정신적·정서적 폭력으로 보긴 어렵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은 A교수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1심은 지난해 7월, 해임 처분이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1심 재판부는 “A교수가 피해자에게 화를 내거나 질책하게 된 경위, 상황과 맥락을 고려하더라도 정당한 지적을 넘어서 인격을 폄훼하는 발언을 한 것”이라며 “이러한 발언 또는 행위는 피해자에 대한 정신적·정서적 폭력 또는 인격 침해행위로서 교원의 품위유지의무를 어긴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해임 처분은 정당하다며 “A교수가 피해자의 인격을 폄훼하는 발언을 수차례 한 점, 피해자가 진술서를 수차례 수정하도록 요구하며 신고 내용과 진행상황을 제3자에게 알리는 등 학생들의 피해 호소에 공감하지 못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비위 정도가 무겁다”고 밝혔다.

A교수가 1심 판결에 대해 불복해 항소했지만 2심의 판단도 같았다.

2심 재판부도 “단순한 교육적 목적의 질책 또는 순간적이고 우발적인 표현에 불과하다고 보기 어렵다”며 “지도교수와 학생의 관계를 고려할 때 피해자가 일부 대화에서 웃거나 수긍하는 반응을 보였다는 사정만으로 해당 발언의 모욕성이나 위압성이 부정된다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약 6개월에 걸쳐 지도학생인 피해자의 능력과 지위를 직접 폄훼하는 심한 언사를 반복했다”며 “구체적인 업무지도의 범위를 벗어나 때로는 1시간이 넘도록 일방적으로 질책했다”고 밝혔다.

2심은 “그럼에도 A교수는 지금까지 자신의 책임을 축소하고 있다”며 “피해의 정도, 학생 보호 및 교원 사회에 대한 국민적 신뢰의 회복 등을 고려하면 해임 처분으로 달성하려는 공익이 A교수가 입게 되는 불이익과 비교했을 때 결코 작다고 볼 수 없다”고 결론 내렸다.

이 판결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A교수가 불복해 상고하면서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


notstron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