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이노텍 ‘FC-BGA’ 드림팩토리

축구장 3배 면적서 ‘터치리스’ 생산

작업자 손길 최소화로 품질 극대화

경북 구미에 위치한 LG이노텍 ‘드림 팩토리’에서 자동로봇(AMR)이 고성능 반도체 기판 FC-BGA 자재를 운반하고 있으며(위쪽) 거대한 로봇 팔이 생산된 FC-BGA 기판 제품을 검사대로 옮기면 인공지능(AI) 비전 시스템이 불량 여부를 30초 안에 판독하고 있다.   [LG이노텍 제공]
경북 구미에 위치한 LG이노텍 ‘드림 팩토리’에서 자동로봇(AMR)이 고성능 반도체 기판 FC-BGA 자재를 운반하고 있으며(위쪽) 거대한 로봇 팔이 생산된 FC-BGA 기판 제품을 검사대로 옮기면 인공지능(AI) 비전 시스템이 불량 여부를 30초 안에 판독하고 있다. [LG이노텍 제공]

“FC-BGA(플립칩 볼 그리드어레이) 후발주자로서 우리만의 무기가 필요했습니다. 그것이 바로 이곳 구미 ‘드림 팩토리’입니다.”

LG이노텍은 17일 경북 구미에 위치한 ‘드림 팩토리’를 언론에 처음 공개했다. 면적만 축구장 3배가 넘는 2만6000㎡ 규모의 드림 팩토리는 LG이노텍이 차세대 먹거리로 키우고 있는 고성능 반도체 기판 ‘FC-BGA’의 생산거점이다. FC-BGA는 인공지능(AI) 열풍을 타고 고성능 반도체를 찾는 수요가 급증하면서 덩달아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LG이노텍은 FC-BGA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내다보고 2022년 사업 진출을 선언했다.

지난해 2월부터 본격 양산을 시작한 드림 팩토리는 LG이노텍의 30년 기판 업력에 더해 LG AI 연구원의 AI 역량과 생산기술원의 로봇 솔루션 등 LG그룹의 최첨단 기술이 총 집약된 생산시설이다.

▶‘이물질과의 싸움’…작업자 손길 최소화, 로봇·AI로 품질 사수=약 1시간에 걸쳐 생산라인을 둘러보는 동안 작업자들을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생산장비의 가동 상태를 PC 모니터로 점검하는 5~6명의 직원만 간간이 눈에 띌 뿐이었다. 대신 자율주행 로봇이 각종 설비들 사이로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공장 안에서 각종 자재와 생산 제품을 실어나르는 것은 사람이 아닌 수십대의 운반 로봇이 담당한다.

도금을 하기 전 반도체 기판 패널에 붙은 보호 필름을 벗겨내는 작업도 기존에는 사람이 했지만 LG이노텍은 두 개의 로봇 팔로 대체했다. 덕분에 작업시간 단축은 물론 제품에 스크래치나 먼지가 발생하는 것을 막아 불량률을 낮췄다. 박준수 LG이노텍 FS생산팀장은 “품질을 극대화하기 위해 절대 사람이 터치를 하지 않도록 모든 설비를 구성했다”고 설명했다.

제품의 불량 여부를 검사하는 것도 사람이 아닌 AI가 담당한다. 성인 남성의 키를 훌쩍 뛰어넘는 거대한 로봇 팔이 이제 막 생산된 FC-BGA 제품을 검사대 위에 올려놓으면 AI가 30초 안에 불량 여부를 판독했다.

▶단기간 수율 극대화로 ‘후발주자’ 꼬리표 떼기 총력=이처럼 LG이노텍이 드림 팩토리 전반에 걸쳐 사람의 손길을 배제한 ‘터치리스(touchless)’ 생산방식을 구현한 것은 FC-BGA가 아주 미세한 변수만으로도 불량이 날 수 있는 고난도 제품이기 때문이다.

FC-BGA 후발주자인 LG이노텍은 선도 기업들을 빠르게 따라잡으려면 단기간에 수율(결함 없는 합격품 비율)을 극대화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보고 있다. 강민석 LG이노텍 기판소재사업부장(부사장)은 “FC-BGA의 업계 평균 수율은 90%이지만 고난도 제품은 50%까지 떨어질 수 있다”며 “사람이 곧 수율 저하의 원인이기 때문에 자동화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사람의 손이 많이 관여하는 공장보다 자동화한 드림 팩토리가 향후 경쟁사 대비 높은 수율을 달성할 수 있는 신무기가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LG이노텍은 현재 글로벌 빅테크 기업 두 곳으로부터 PC용 FC-BGA 수주를 받아 양산 중이다. 내년에는 고난도 제품인 서버용 FC-BGA 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서버용 FC-BGA는 PC용보다 기술 난도가 높지만 그만큼 수익성도 높다.

LG이노텍은 내후년부터 FC-BGA 사업에서 수익이 발생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2030년까지 조 단위 매출 사업으로 키운다는 계획이다. 강 부사장은 “2~3년 내 일본 선도업체의 수준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구미=김현일 기자


joz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