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 집무실에서 이탈리아의 조르자 멜로니 총리와 만나 연설하고 있다. [AP]](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5/04/21/news-p.v1.20250421.3f40b658718c4783acbfc0c73cc4c0eb_P1.png)
[헤럴드경제=신주희 기자] 미중 무역전쟁 확산이 글로벌 반도체 업계의 실적에 직격탄을 가하기 시작했다. 대(對) 중국 반도체 수출 통제 강화로 반도체 기업들이 손실폭을 빠르게 조정하고 나섰다.
21일 투자 업계에 따르면 세계 1위 반도체 장비 기업인 네덜란드 ASML은 최근 예상보다 부진한 수주 실적을 내놓았다. ASML이 발표한 올해 1분기 수주액은 39억4000만유로(약 6조3000억원)로 블룸버그가 집계한 시장 전망치 평균 48억2000만 유로에 못 미쳤다. 또 ASML은 올해 2분기 매출총이익률을 50∼53%로 전망하며 관세 영향의 불확실성을 고려해 전망치 폭을 평소보다 크게 잡았다.
이와 관련 크리스토프 푸케 ASML 최고경영자(CEO)는 실적 발표에서 “최근 관세 발표로 거시적 환경의 불확실성이 커졌고 상황은 한동안 역동적으로 유지될 것”이라고 밝혔다.
ASML은 첨단 반도체 양산에 필수인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독점 생산하는 업체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포함한 글로벌 주요 반도체 기업들이 ASML 장비의 주요 고객사다. ASML 실적이 반도체 업황의 바로미터로 꼽히는 이유다. 특히 ASML의 수주 실적은 곧 반도체 기업의 설비 투자 지표라고 할 수 있다.
최근에는 기술 수요뿐 아니라 관세 불확실성 같은 지정학적 리스크 확대 되면서 반도체 설비 투자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뿐만 아니라 ASML도 네덜란드에서 최종 조립한 장비를 미국에 수출하거나, 미국에서 생산하는 일부 품목에 필요한 부품 등을 수입할 때 관세 영향권에 놓일 수 있다.
미국이 중국을 겨냥해 반도체 수출 제재 수위를 높이자 미국 반도체 업체들도 직격탄을 맞고 있다. 최근 미국 행정부는 엔비디아의 수출전용 AI 칩 H20을 새로운 중국 수출 허가 품목으로 포함하면서 수출 장벽을 높였다.
엔비디아는 이번 규제 강화로 중국 수출이 사실상 어려워지면서 회계연도 1분기(2∼4월)에 발생할 손실을 55억 달러(약 7조8000억원)로 예상했다.
올해 1분기 미국의 수출 규제 강화를 앞두고 알리바바와 텐센트 등 중국 IT 기업들의 칩 주문이 급증했기에 엔비디아 입장에서는 난처한 상황이다.
엔비디아의 대항마로 꼽히는 AMD도 AI 칩 MI308이 중국 수출 허가 품목이 되면서 수출길이 막혀 8억달러(약 1조1000억원)의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추산했다.
이 같은 트럼프 행정부의 대중국 반도체 수출 규제 강화 여파로 업황 전망이 어두워지면서 최근 엔비디아를 필두로 반도체주 주가는 큰 폭으로 하락했다.
이미 1분기 실적이 나온 반도체 업체들은 대체로 호실적을 발표했으나, 관세를 피해 1분기에 수요가 몰린 영향이 커 2분기 실적 향방은 불투명한 상태다.
세계 1위 파운드리 업체인 대만 TSMC의 올해 1분기 순이익은 3616억 대만달러(약 15조7000억원)로 작년 동기보다 60% 급증했다. 블룸버그 예상치 3468억 대만달러도 웃도는 실적이다.
미국발 관세 폭탄에 대한 우려로 미국에서 고성능 반도체에 대한 재고 비축 수요가 증가한 결과 TSMC가 예상보다 좋은 실적을 냈다고 블룸버그는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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