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최초 부산기술창업투자원 서종군 원장 인터뷰>
창업, 기술검증, 시장 진입, 투자 유치 등 원스톱 지원
창업자와 투자자 등 투자 기반 집적 환경 구축
2030년 아시아 창업도시 10위권 목표

[헤럴드경제(부산)=조아서 기자] 부산에 기술창업을 원스톱으로 지원하는 전문기관이 처음으로 문을 열었다. 지난 2월 설립된 부산기술창업투자원(부산창투원)은 4월 출범식을 열고 본격적인 업무에 착수했다. 이 기관은 요식업이나 프랜차이즈 창업과 같은 일반 창업이 아닌, ICT·바이오·AI 등 기술 기반 창업을 전문적으로 지원하며 창업부터 투자, 스케일업까지 전 과정을 하나로 연결하는 체계를 갖췄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지난 16일 부산 해운대구 우동 부산창투원에서 만난 서종군 초대원장은 “기술력 있는 스타트업이 지역에서 뿌리내리고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게 우리 역할”이라고 말했다. 서 원장은 연세대 행정학과를 졸업, KDI정책대학원 자산관리경영학 과정을 거쳐 금융위원회, 정책금융공사, 한국성장금융 등에서 30여년간 투자와 창업 정책을 담당해 온 전문가다.
현재 부산의 기술창업 비중은 전체 창업 중 약 5.2%에 불과하며, 벤처투자 비중은 전국의 2.8%에 그친다. 기술 인프라, 전문 인력, 투자 생태계 모두 수도권에 비해 열악한 상황이다. 서 원장은 “이 구조를 바꾸기 위해선 산업 구조, 지원 체계, 투자 환경, 인재 육성이라는 네 가지 축이 함께 작동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산창투원이 내건 목표는 명확하다. 2030년까지 기술창업 비중을 6.4%로, 벤처투자 비중을 4.9%로 끌어올리는 한편, 창업융합공간을 현재 172개에서 500개로 늘릴 계획이다. 이를 통해 부산을 ‘아시아 창업도시 10위권’에 진입시키겠다는 구상이다. 서 원장은 단기적인 창업 붐을 유도하기보다, 구조적이고 장기적인 체질 개선에 방점을 찍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부산창투원의 운영 방향 역시 뚜렷하다. 기술 기반 창업기업이 기술검증부터 시장 실증, 투자 유치, 글로벌 진출까지 전 주기를 끊김이 없이 지원받도록 설계된 체계적 지원 시스템이 핵심이다. 특히 예비·초기·도약 단계로 나눈 맞춤형 창업 패키지를 통해 각 기업의 성장 단계에 따라 필요한 자원을 제공한다. 창업에 ‘타이밍’이 중요한 만큼, 누구든 언제든 문을 두드릴 수 있도록 ‘창업온(ON) 패키지’를 신설해 상시 개방형 구조로 운영되고 있다는 점도 눈에 띈다.
부산창투원이 전국 최초의 지자체 산하 기술창업 전문 기관인 만큼, 기존 기관과의 차별화 전략도 뚜렷하다. 부산창조경제혁신센터, 부산경제진흥원 등이 초기 창업 단계에 초점을 맞췄다면, 부산창투원은 기술검증부터 스케일업, 투자 유치에 이르는 ‘실행 중심’ 단계를 책임진다.
자금 조달이 어려운 지역 창업기업에는 이같이 성장을 가속하는 투자 가능성을 높인 설계가 절실하다는 점은 부산창투원의 첫 사업을 통해 이미 입증됐다. 투자자 주도의 현장 밀착형 보육 구조를 도입한 ‘부산창업패키지 지원사업’은 지난달 부산창투원이 주도한 첫 사업으로, 평균 경쟁률 7.6대 1을 기록하며 현장의 호응을 얻었다.
특히 이 사업은 단순 보육을 넘어 투자자에게 ‘부산 기업 육성 계획’을 제출하게 하는 ‘책임형 액셀러레이팅’ 구조로 설계됐다는 점이 특징이다.
서 원장은 “창업기업이 성장하면서 지역에 남을 수 있으려면 단순 지원을 넘는 집적 효과가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판교 테크노밸리나 서울 가산디지털단지처럼 기술 기업, 투자자, 미디어, 파트너가 물리적으로 모여 있어야 시너지가 생기는데, 현재 부산은 창업 인프라가 흩어져 있어 공동 작업과 협력이 어렵다는 것이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부산창투원은 민간 벤처캐피털(VC), 액셀러레이터(AC)들이 실제 부산에 상주하면서 활동하도록 펀드 출자 구조를 설계하고 있다. 부산시가 후순위 출자를 맡고 민간 자본을 유치해 2030년까지 2조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는 지역 안에서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쉽 확보는 물론, 수도권으로의 기술 유출을 막는 장치될 전망이다.
부산창투원이 그리는 ‘글로벌 스타트업 허브 부산’ 역시 지역 안에서 해외시장과 직접 연결되는 생태계 조성, 부산을 아시아 창업 교류의 실질적인 중심지로 성장시키겠다는 구상이 담겨 있다.
서 원장은 “FLY ASIA, 슬러시디(Slush’D) 같은 국제 창업 행사를 발판으로 해외 유망 창업팀을 부산으로 유치하고, 반대로 부산 기업의 해외 진출도 적극 도울 것”이라며 “기술 기반 창업은 단순히 일자리 창출의 수단이 아니라, 산업을 재편하고 도시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핵심 축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기존 창업 지원은 마치 복지 예산을 뿌리듯 하는 데 그쳤다면, 부산창투원은 기술력 있는 기업이 유니콘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공공 주도의 펀드 조성과 민간 투자 연계를 통해 실질적인 성장 사다리를 만드는 데 집중한다”고 덧붙였다.
부산창투원의 조직 구성은 이 같은 운영 방향을 뒷받침한다. 부산경제진흥원, 부산테크노파크 등에서 기술창업 지원 경험이 있는 인력으로 구성된 창업지원팀, 투자 심사와 펀드 조성 경험을 갖춘 전문가로 구성된 투자팀, 그리고 글로벌 협력팀이 삼각 편대를 이룬다. 총 35명의 인력이 배치됐고, 민간 투자 생태계와의 연계도 강화할 예정이다.
서 원장은 “창업은 단기 성과를 내기 어려운 만큼 인내심을 갖고 지켜봐 주면 좋겠다”며 “창업자들이 부산에서 기술로 시작하고, 성장하며, 세계로 나아갈 수 있도록 도시가 동반자가 되어주는 시스템을 만들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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