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조정 진행 중, 전직원 18% 감축 목표

권고사직 거부시 직무변경·대기발령 안내에

직원들은 “강제성, 압박 느꼈다” 호소

대기발령 시 PC 치우고, 휴대폰 사용도 제한

[천재교과서 홈페이지 캡처]
[천재교과서 홈페이지 캡처]

[헤럴드경제=박지영 기자] 대규모 권고사직을 진행하고 있는 천재교과서가 퇴직에 합의하지 않으면 물류창고 등으로 전환배치를 추진하고 있다. 권고사직과 직무 변경을 모두 거부하면 대기발령 가능성도 언급하자, 대상 직원들은 상당한 압박감을 느낀 것으로 전해졌다. 대기발령되면 PC와 휴대폰 사용이 제한되고 사용 여부를 체크해 인사위원회를 열어 인사상 불이익을 줄 수 있단 경고도 있었다는 증언이 나왔다.

17일 헤럴드경제 취재에 따르면 천재교육 관계사 천재교과서는 지난달 21일부터 대규모 구조조정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내부에서는 전체 직원의 절반 가량(700여명)이 감축 목표라는 얘기가 파다했으나 회사 측은 “전체 직원의 18%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사측의 대응이 도마에 올랐다. 천재교과서 전·현직자에 따르면, 인사팀은 지난 4월 11일까지 권고사직에 대한 의사를 밝혀달라고 요구했으며 권고사직을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영업·물류창고·인쇄업으로 직무를 바꿔야 한다고 안내했다고 한다.

만약 직무 변경에 동의하지 않을 경우 3개월 대기발령을 내릴 예정이라는 안내도 있었다. 천재교육은 “당사자 본인과의 합의를 전제로 진행하고 있다. 무조건도 아니고 강제도 아니다. 또 전환 배치뿐만 아니라 니즈가 맞는 경우 관계사 전적도 상당수 진행되고 있다”고 해명했으나 일선 직원들은 인사팀과 통화하며 강제성·압박감을 느꼈다고 전했다. 대기발령 시에는 PC, 휴대전화 등 사용이 제한되며 한 달간 사용 여부를 체크해 페널티를 적용한다는 이야기 때문이었다. 인사위원회를 열어 정직·감봉 등 징계를 내릴 수도 있다는 ‘경고성 안내’도 있었다고 한다.

퇴사한 A씨는 “영업이익이 경영악화 수준으로 떨어지지 않았는데도 대규모 사직을 진행하는 게 법적으로 문제가 없을 수 있냐”며 “경영 실패를 1~5년차 이내의 저연차를 잘라서 메우려고 한다”고 비판했다.

천재교육 측은 올해 교육부가 AI 교과서 도입을 전면 도입에서 자율 선택으로 선회하면서 경영상 어려움이 생겨 인력 효율화나 사업 축소를 논의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 회사는 자사 AI교과서 ‘밀크티’의 지난해 당기순손실액만 204억원, 최근 3년으로 따지면 손실이 461억원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노무사는 천재교과서의 권고사직 강요가 법에 저촉될 수 있는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임창근 노동법률사무소 필립 노무사는 “사측이 회생신청을 해야하는 등 급박한 상황이 있다면 구조조정의 사유가 될 수 있겠지만 객관적으로 시급성이 증명되지 못하는 상황에서 다수의 근로자들에게 권고사직을 강요하며 대기발령을 내겠다고 하는 건 근로기준법 23조에 저촉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직장갑질 119 최승현 노무사는 “권고사직을 받아들이지 않을 시 불이익을 주는 것은 근로계약에 맞지 않고 대기발령 시 PC, 휴대폰 사용 등을 금지하는 등 일을 할 수 있는 환경을 갖추지 못하게 하는 건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천재교과서 관계자는 “대기발령 상태에서는 업무를 시킬 수 없기 때문에 PC가 불필요해 회수한 것이며 대기시간 중에는 가급적 휴대전화 사용을 자제하도록 한 것이다. 휴게시간에는 자유롭게 휴대폰 사용이 가능하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천재교과서의 밀크티 사업은 손실이 막대할 정도로 어렵고, 생존을 위해서 인력 효율화 작업을 진행할 수밖에 없다”며 “(천재교과서 뿐 아니라) 웅진씽크빅, 비상교육, 아이스크림에듀 등 교육 관련 회사 상당수가 인력 구조조정을 진행했거나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go@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