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소현 소보건축사사무소 소장 인터뷰
초당.화, 강원도건축문화상 우수상 수상
서교동 대수선 및 증축 프로젝트도 진행
“설계 과정서 내외부 공간 연계 고민해”
![소보건축사사무소가 설계한 강원도 강릉시 ‘초당.화’ 모습. [노경 작가]](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5/04/16/news-p.v1.20250416.b24c7ea4a7ce4fa9b7c874cf319b45ad_P1.png)
[헤럴드경제=신혜원 기자] “건축주분이 기존에 운영하던 식당에서 식사를 해봤거든요. 굉장히 건강하고 편안한 맛이었어요. 이런 느낌을 고려해 식당을 찾으시는 분들이 음식에 집중할 수 있도록 배경이 되는 건축을 계획했습니다. 식당 건물이 음식을 돋보이게 하게끔 내부와 외부는 화이트톤으로 색이 들어가지 않게 했죠.”
건축사사무소를 차린 지 1년여 지난 시점, 메일이 한 통 왔다. 강원도 강릉에 지을 한식당 건물을 설계해달라는 내용이었다. 원하는 식당 규모나 구성 등 평면도가 담긴 엑셀 파일을 함께 보낸 건축주는 식당을 방문한 사람들이 식사 후 쉬어갈 공간이 있는 건축물을 원했다. 건축주와 수많은 대화를 거쳐 중정을 품은 흰색 외관의 건축물 ‘초당.화’가 탄생했다.
![지난 8일 전소현 소보건축사사무소 소장이 헤럴드경제와 인터뷰하고 있다. [대한건축사협회 제공]](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5/04/16/news-p.v1.20250416.d771a5c886274f9caddcbbe686b6124d_P1.png)
2023년 강원도건축문화제 건축문화상 우수상을 수상한 초당.화는 얼핏 보면 식당보다는 미술관, 박물관 같은 외관이다. 건축물 자체가 식당의 간판이 된 초당.화를 전소현 소장과 신현보 소장이 2019년 힘을 합쳐 설립한 소보건축사사무소가 설계했다. 최근 서울 종로구의 한옥 사무실에서 만난 전 소장은 초당.화에 대해 “건축주분이 원래도 식당을 운영하셨던 분이셔서 개선됐으면 좋을 점들을 너무 잘 파악하고 계셨다”며 “직접 평면을 짜서 의뢰하는 경우는 드문데 시작부터 재밌었던 프로젝트”라고 회상했다.
강원도 강릉시 초당동 대로변에 자리한 초당.화는 대지면적 820㎡(약 248평), 건축면적 359㎡(약 109평) 규모의 근린생활시설이다. 3개의 네모반듯한 건물이 방문객들을 맞아주고 그 사이에는 외부공간과 내부공간을 연계하는 중정이 마련돼 있다. 식당을 찾은 손님들은 중정을 바라보며 식사할 수 있도록 내부공간을 배치했다.
전 소장은 “관광지로 유명한 강릉은 관광객들이 보통 바다나 산을 보러 가는데 초당.화가 위치한 땅은 그러한 뷰포인트가 전혀 없었다”며 “초당 음식점거리 큰 길가에 위치해 있다 보니 저희가 뷰포인트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으로 건물 내로 중정을 깊게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바깥에서 보면 그냥 건축물 3개가 있다고 느껴지겠지만 안쪽으로 진입하면 중정 공간이 나타나게끔 계획해 정원 또한 식사의 배경이 될 수 있도록 했다”고 덧붙였다.
![소보건축사사무소가 설계한 강원도 강릉시 ‘초당.화’ 내부공간 모습. [노경 작가]](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5/04/16/news-p.v1.20250416.fa08fc58b09d4192b2791bb474aa984c_P1.png)
사실 식당을 운영하는 주인 입장에서 초당.화는 그리 실용적인 구조는 아니다. 여유 공간이 많고 주방과 홀까지의 동선은 길게 설계됐다. 그러나 건축주와 운영의 효율성보다 건축물의 가치를 높이는 데 공감대가 형성돼 이 같은 결과물이 나왔다.
전 소장은 “주방부터 홀까지의 동선이 굉장히 긴 구조라서 서빙을 생각하면 비효율적인 부분이 있다”며 “그러한 점을 (건축주가) 인지하면서도 공간 자체가 식당의 가치를 높여줄 것이라는 저희의 판단을 지지해준 덕분에 설계대로 지을 수 있었다”고 했다.
![소보건축사사무소가 설계한 강원도 강릉시 ‘초당.화’ 외관. [노경 작가]](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5/04/16/news-p.v1.20250416.9c4d3c85c43243e6ad16db8be03cd5bc_P1.png)
초당.화에는 ‘건축의 본질과 공공성에 대해 고민하는 건축집단’이라는 소보건축사사무소의 모토도 반영됐다. 전 소장은 “건축물이 지어지고 나면 불특정 다수에게 노출이 되고 길가의 풍경을 만드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모든 건물은 공공성을 갖고 있고 주변을 고려해 설계해야 된다는 생각을 늘 한다”며 “초당.화 역시 상업성을 갖는 건물이지만 벽을 세워서 안에 들어온 사람만 느끼는 정원이 아니라 밖에서도 안쪽이 얼핏 들여다보이고 건물로 들어와 보고 싶은 그런 느낌을 줄 수 있도록 노력했다”고 말했다.
공공성에 대한 고민이 묻어나는 소보건축사사무소의 또다른 대표작은 지난해 마무리된 대수선 및 증축 프로젝트 ‘HIDE 198’이다. 서울 마포구 서교동의 한 골목가 226㎡(약 68평) 규모 대지에 올라선 2층 단독주택을 3층 근린생활시설로 변모시켰다. 건축주의 의뢰로 프로젝트를 처음 시작했을 당시에는 건물을 신축하는 것으로 설계까지 마쳤지만 원자잿값·인건비 상승으로 인한 공사비 급등, 지적현황 등 현실적 한계로 대수선 및 일부 증축으로 방향을 틀게 됐다.
![서울 마포구 서교동 대수선 및 증축 프로젝트 ‘HIDE 198’ 외관. [이충건 작가]](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5/04/16/news-p.v1.20250416.3ece4f1e96604a7086b6e951424bd209_P1.png)
초당.화와 마찬가지로 HIDE 198 또한 중정을 통해 건물에 개방감을 줬다. ㄷ자형 평면을 가지고 있던 단독주택은 거리로는 벽으로 닫혀있는 대신 안쪽에 마당을 갖추고 있었다. 기존에는 마당이 동선의 일부가 됐지만 대수선 과정에서 이를 각 층에서 바라보기 좋은 중정으로 조성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 판단했다.
전 소장은 “기존의 마당이 갖고 있던 느낌을 유지하고 싶어서 이쪽을 최대한 개방해 빛을 들이는 요소로 활용했다”며 “신축일 경우 건물의 최대 면적, 최대 용적률을 채우게 될 수밖에 없지만 건축물을 유지하면서 증축하다보니 살릴 수 있는 요소들이 건물의 가치를 더 높여줄 수 있는 방향이 됐다”고 했다.
기존의 요소들을 남기면서도 새롭게 더해진 요소는 건축적 재료를 다르게 활용해 구분될 수 있도록 했다. 새로 증축된 부분의 외관은 콘크리트벽이 아닌 금속 판넬을 이용했고, 내부에 신설된 기둥들도 기존 구조물과 색상을 다르게 입혔다.
전 소장은 “대수선 프로젝트의 경우 기존 건축물을 아예 드러내지 않게 하는 경우도 있지만 저희는 최대한 기존의 기억을 남기고 싶었다”며 “골조를 다 유지하면서도 새로 덧붙여진 부분들은 감추지 않고 드러냈다”고 말했다.
![서울 마포구 서교동 대수선 및 증축 프로젝트 ‘HIDE 198’ 모습. [이충건 작가]](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5/04/16/news-p.v1.20250416.0910fb4372384d0fbad492bb819730d8_P1.png)
초당.화도, HIDE 198도 개방감을 부여한 공간을 갖추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설계 과정에서 외부 공간과 내부 공간의 연계에 대한 고민을 깊게 하는 소보건축사사무소는 작게라도 열려 있는 공간을 통해 외부와 내부의 단절이 나타나지 않는 건축을 지향한다.
전 소장은 “저희가 한옥 사무실을 좋아하고 계속 사용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라며 “주방으로 가려면 툇마루로 나가 외기를 접한 다음에 실내로 이동하고 서재로 넘어갈 때도 마찬가지인데 저는 그런 작은 불편함들이 오히려 삶을 더 풍부하게 해주지 않나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뭐든지 효율을 따져 설계하는 것이 필요할 때도 있지만 생활의 불편함이 있더라도 외부로 나갔다 들어올 수 있는 그런 공간이 주는 매력이 있다”고 말했다.
설립 7년차를 맞은 소보건축사사무소는 이 같은 민간 프로젝트 외에도 다양한 공공 프로젝트들에 도전 중이다. ‘마포평생학습관 도서관 리모델링’, ‘영등포여고 유휴공간 개선사업’, ‘꿈을 담은 놀이교실 사업’ 등이 대표적이다.
전 소장은 “학교 건축가로 활동하고 있어 초중고 유휴 공간들을 활용해 학생들의 휴게공간으로 만드는 인테리어성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라며 “영등포여고의 경우 중정형 학교여서 어두운 편이었고 사물함으로 막혀있어 복도가 칙칙했는데 창을 전면 개방하고 아이들이 머물고 싶어하는 공간으로 조정을 했다”고 했다. 이어 “개인 주택은 준공하면 자주 가볼 기회가 없지만 공공 프로젝트 준공작들은 한 번씩 방문했을 때 쉬어가는 분들이 많은 걸 보면 보람있다”고 말했다.
그간 소보건축사사무소는 인테리어 등 리모델링 작업 위주로 공공 프로젝트를 진행해왔지만 앞으로는 건축물 전체를 설계하는 것이 목표다.
![신현보(왼쪽)·전소현 소보건축사사무소 공동소장. [소보건축사사무소 제공]](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5/04/16/news-p.v1.20250416.2ef8271672d74177b899e96025f64e12_P1.jpg)
전 소장은 “민간 개별 프로젝트들은 근린생활시설이라고 해도 이용하는 사람은 제한적이기 마련인데 공공 프로젝트는 다양한 연령의 불특정 다수가 이용하는 공간”이라며 “저희가 제안해볼 수 있는 개방공간도 훨씬 풍부할 수 있고 그 속에서 설계의 다양성을 추구할 수 있다는 점이 공공 프로젝트에 지속적으로 도전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공공과 민간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건축적 스펙트럼을 넓혀가고 있는 전 소장의 장기적 비전은 명료하다. 한번 의뢰했던 건축주의 머릿속에 다시금 떠오르는 ‘또 찾고 싶은 건축가’가 되는 것이다.
아울러 협업의 가치를 이루고자 신현보 소장과 소보건축사사무소를 설립했던 초심을 잃지 않고 이어가는 것이 장기적 과제라고 말했다. 전 소장은 “지금은 직원이 많지 않은 상황이지만 조금 더 규모가 커져서 여러 디자이너들과 긴밀한 소통을 통해 건축 가치를 탐구해가고 싶다”고 했다.
hwshi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