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성모병원 주지현 교수 연구팀

40대 루푸스 환자 국내 첫 임상

면역항암제 카트 세포치료제 투여

연구·임상 융합으로 신속한 치료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은 면역항암제 중 하나인 CAR-T 세포치료제를 전신성 홍반 루푸스 환자에 국내 처음으로 투여하는 임상연구를 시작했다. 왼쪽부터 윤재호 서울성모병원 혈액내과 교수, 전신성 홍반 루푸스 환자, 주지현· 이봉우 서울성모병원 류마티스내과 교수  [서울성모병원 제공]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은 면역항암제 중 하나인 CAR-T 세포치료제를 전신성 홍반 루푸스 환자에 국내 처음으로 투여하는 임상연구를 시작했다. 왼쪽부터 윤재호 서울성모병원 혈액내과 교수, 전신성 홍반 루푸스 환자, 주지현· 이봉우 서울성모병원 류마티스내과 교수 [서울성모병원 제공]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이 난치성 자가면역질환 완치에 도전한다. 40년 전 국내 최초로 류마티스 진료를 시작했던 서울성모병원이 면역항암제 중 하나인 CAR-T(카트) 세포치료제를 전신성 홍반 루푸스 환자에 국내 첫 투여하는 임상연구에 돌입했다.

16일 서울성모병원에 따르면 이 병원 류마티스센터의 주지현·이봉우(류마티스내과), 혈액병원의 윤재호(혈액내과) 교수 연구팀은 표준 치료에 반응하지 않아 다른 치료 수단이 없는 40대 여성 루푸스 환자에 지난 3월 CAR-T 치료제를 투여했다.

주 교수는 가톨릭대 가톨릭중앙의료원(CMC) 기초의학사업추진단(단장 민창기 서울성모병원 혈액내과 교수) 산하의 첨단세포치료사업단장도 역임 중이다 .

이번 연구는 보건복지부로부터 1기 인증 연구중심병원으로 선정된 서울성모병원의 중점 연구분야 중 하나인 ‘난치성 자가면역’과 ‘세포치료’ 분야의 긴밀한 협업으로 이루어 낸 결과물이다.

2009년 임신 중 전신 부종과 단백뇨가 확인, 전신성 홍반 루푸스로 진단됐던 이 환자는 출산 후 고용량 스테로이드와 수차례 면역억제제 치료를 시행했지만 증상이 없어지지 않았고, 오히려 부작용으로 무혈성 골괴사가 발생하기도 했다. 방치할 경우 신장 손상이 가속화돼 혈액투석이 필요한 말기신부전으로 진행될 위험이 컸다.

주치의인 주 교수는 최근 해외에서 CAR-T 세포제의 치료 적응증이 자가면역질환으로 확대되고 있다는 의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루푸스 환자의 치료목적 임상시험용 의약품 임상시험을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승인받고 진행하게 됐다. 서울성모병원 혈액병원과 긴밀한 다학제 진료도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류마티스질환과 혈액질환은 대상 질환군이 달라 이제까지 협진이나 공동 치료 사례는 많지 않다. 그러나 혈액병원의 다양한 CAR-T 세포 치료 경험은 루푸스 환자의 CAR-T 치료 과정에서도 큰 도움이 됐다.

지난 3월 투여 이후 지난 14일 외래진료 결과, 환자는 급성 부작용 발생 없이 일상생활 유지가 가능했으며 면역억제제를 중단해도 루푸스 관련 지표들이 호전되는 양상을 보였다.

루푸스는 대표적인 만성 자가면역질환이다. 외부에서 침입한 병원균으로부터 몸을 지키는 면역체계가 오히려 자기 자신을 공격하면서 발생한다. 피부 발진이 늑대에 물린 자국처럼 보인다고 라틴어로 늑대라는 뜻의 루푸스가 질환명이다. 발병 원인이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고, 증상도 다양하다.

발생 초기는 발열, 전신 쇠약감, 우울증, 극심한 피로감, 체중 감소가 나타나고, 코 위쪽을 중심으로 나비 모양의 피부 발진이 일어나거나 손이나 손목 관절염을 앓기도 한다. 루푸스 환자 중 절반은 신장 기능 저하가 발생한다.

신장 등 주요 장기 손상을 일으킨 경우 강력한 치료가 필요하다. 약제의 단독 치료보다 병합요법이 환자의 예후에 효과적이라는 연구에 따라 적극적인 면역억제제 사용이 시작되고 있다.

CAR-T 세포 치료제는 환자 혈액에서 T세포(면역세포)를 채취한 뒤 암세포의 특정 항원을 인지하는 키메릭 항원 수용체가 발현될 수 있도록 유전적으로 편집을 해 다시 환자의 몸에 주입하는 면역항암제다. 현재까지 CAR-T세포 치료제는 백혈병, 림프종 등 혈액암 치료에 적용 중이다.

최근 해외에서는 기존 치료에 효과를 보이지 않는 루푸스 환자에 CAR-T 치료제를 투여, 루푸스 증상이 호전됐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되기도 하였다.

주 교수는 “루푸스 환자 중 일부 환자는 폐·심장·신장·뇌 같은 주요 장기에 루푸스가 침범해 생명이 위험할 수 있다”며 “이번 임상을 시작으로 기존 약제에 반응하지 않아 다른 치료 방법이 없는 난치성 루푸스 환자가 완치될 수 있도록 연구를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김상수 기자


dlcw@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