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기업들, 잇달아 가이던스 제시 포기

관세 불확실성으로 애널리스트 이익 전망도 어려워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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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김우영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전방위적인 관세 공격이 시장에 불확실성 안개를 짙게 드리우고 있다. 이로 인해 글로벌 기업들이 자체 실적 전망(가이던스)을 포기하면서 금융투자업계도 혼란을 지켜보는 처지가 되고 있다.

1분기 실적시즌은 기업들의 연초 성적도 중요하지만 기업 스스로 그해 영업환경을 어떻게 보는지 제시하는 가이던스가 더 주목을 받는다.

하지만 지난 9일 미 최대 항공사 델타가 2025년 가이던스 제시를 철회한데 이어 프론티어그룹, 벨루스쿠라, 디아지오 등이 잇달아 가이던스를 내놓지 않았다.

최대 유통기업 월마트는 연간 가이던스는 유지했지만 이익에 대한 경고를 내놓는 식으로 고충을 드러냈다. 영국의 완구업체 캐릭터그룹도 가이던스를 포기하는 등 미국 외 지역에서도 기업들의 자체 연간 전망은 어려운 상황이다.

많은 최고경영자(CEO)들은 가이던스를 제시하지 않는 것을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토로하고 있다. 미국 제과업체 호스티스 브랜드의 CEO를 지닌 앤디 캘러핸은 “(CEO직을 수행하던) 6년 중 딱 한 번 가이던스를 중단한 적이 있는데 그때가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이라며 “불확실성이 이 정도라면 잘못된 가이던스를 내놓는 것보단 아예 중단하는 것이 낫다”고 말했다.

기업들이 가이던스를 내놓지 않으면서 증권사 애널리스트들도 곤란한 처지가 됐다. 애널리스트들이 기업 이익을 추정하는데 가장 기본적이고 기초적인 정보가 바로 기업의 공식 전망치이기 때문이다. 이를 근거로 나름의 논리와 전망, 추정 등을 거쳐 적정주가를 추정하고 투자의견을 내놓는다. 때문에 기업 가이던스의 실종은 애널리스트들에겐 출발점이 사라진 것과 같은 충격이다.

수비타 수브라마니안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연구원은 “기업들이 실적 가이던스를 줄줄이 중단하면서 애널리스트 추정치도 신뢰도가 떨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 같은 어려움은 국내 증권사 애널리스트들도 마찬가지다. 반도체와 자동차 등 핵심 산업이 모두 관세 영향에 민감한 탓에 섣불리 이익 전망을 조정하거나 목표주가 및 투자의견을 제시하기 어려워진 것이다.

실제 지난 8일 삼성전자가 1분기 실적을 내놓은 뒤 분석 보고서를 내놓은 16개 증권사 가운데 목표주가를 변경한 곳은 iM증권 단 하나 뿐이다. 하지만 그마저도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부과로 인한 경제 위기가 일반적인 경기 둔화에 그칠 것인지 아니면 경제 위기까지 갈지에 따라 향후 삼성전자의 최저점 주가는 달라질 것”이라면서 “당분간 적극적인 매매보다는 고관세 부과의 영향과 경기선행지수 변화에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문제는 이처럼 애널리스트들이 손을 놓으면서 주가수익비율(PER·Price Earnings Ratio) 같은 전통적인 시장지표들이 왜곡될 수 있단 것이다. 주가(Price)는 요동을 치는데 이익(Earning) 추정치는 그대로이다보니 PER이 하락해 밸류에이션 매력이 있는 것처럼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증권사 고위관계자는 “중국을 향한 100%가 넘는 관세는 누구도 경험해본 적이 없는 것은 물론 상상조차 힘든 수치”라며 시장지표의 기계적 적용은 위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투자3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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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wy@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