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환경계획(UNEP)에 따르면, 지구상의 총 생물종은 약 3000만종으로 추정됩니다. 그러나 인구증가와 야생동식물의 남획, 각종 개발 및 환경오염 등으로 자연서식지의 파괴에 따라 매년 2만5000종에서 5만종의 생물이 멸종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생물종의 감소는 이용가능한 생물자원의 감소뿐만 아니라 먹이사슬을 단절시켜 생태계의 파괴를 가속화합니다. 올해는 1995년 1월 1일 국내에서 생물다양성협약이 발효된 지 30년이 됩니다. 동식물을 아우르는 종다양성에 대한 인식을 높이기 위해 우리 주변에서 쉽게 접하지만 알지 못했던 신기한 생태 이야기를 ‘에코피디아(환경eco+백과사전encyclopedia)’란을 통해 국립생태원 연구원들로부터 들어봅니다.[편집자주]

1년 24절기 중에 ‘경칩’이라고 많이 들어보셨을 겁니다. 보통 3월 초쯤으로 이미 한달이 훌쩍 지났습니다. 경칩에는 겨울잠 자던 동물들이 깨어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개구리가 특히 많이 언급되죠. 실제로 한국산개구리, 큰산개구리, 계곡산개구리 같은 종류는 겨울잠에서 깨어나 활동을 시작합니다.
그런데 주변에서 개구리 울음소리가 들리나요? 이 시기에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개굴개굴’하고 우는 청개구리나 논에서 자주 보이는 참개구리, 등에 금색 줄무늬가 있는 금개구리는 안 보입니다. 이 친구들은 경칩 때도 아직 땅속에서 겨울잠을 자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들은 따뜻한 봄비가 내리고 날씨가 풀리는 4월이 돼서야 땅 밖으로 나옵니다. 마치 늦잠을 자는 것처럼 보이죠. 같은 개구리인데 깨어나는 시기가 다른 이유는 왜일까요? 이는 개구리 종별로 생존 전략과 연관이 있습니다.
어떤 개구리는 경칩 무렵에 깨어나 알을 낳고, 알에서 올챙이가 되면 다른 동물들에게 잡아먹힐 위험을 줄일 수 있습니다. 이때는 다른 동물들도 막 깨어나기 시작하는 단계라 포식자가 비교적 적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 시기에 알을 낳는 것이 항상 유리한 것은 아닙니다. 꽃샘추위로 인해 낳은 알들이 얼어죽을 위험도 있고, 물이 너무 차가워서 4~5월에 낳은 알보다 올챙이가 되는 데 더 오랜 시간이 걸립니다. 따뜻한 물 환경에서는 알과 올챙이 모두 더 빨리 성장할 수 있습니다.
늦게 알을 낳으면 잡아먹힐 위험은 늘어나지만, 알과 올챙이처럼 약한 시기를 더 짧게 보낼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결국 개구리들은 각자 살아가는 환경과 신체 조건에 맞춰 최적의 생존 전략을 택하는 것입니다.
꽃이 피고 날씨가 따뜻해지는 요즘 땅속에서 겨울잠을 자던 청개구리, 참개구리, 금개구리들이 따뜻한 봄기운을 느끼며 슬슬 깨어나 활동을 시작할 겁니다. 이 시기는 개구리들에게 마치 두 번째 경칩과 같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앞으로 ‘개굴개굴’ 우는 개구리 소리가 들린다면 “아, 드디어 늦잠꾸러기 개구리들이 깨어났구나, 기나긴 겨울을 무사히 지내고 건강하게 일어났구나~” 하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청개구리[국립생태원 제공]](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5/04/20/news-p.v1.20250412.096701dd55ac4f10b0ab43d949b539df_P1.jpg)
장민호 국립생태원 선임연구원
hanira@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