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발표된 2025년 유엔 세계행복보고서는 한국의 행복지수 순위가 지난해보다 6등급이 하락해 세계 147개국 중 58위라고 밝혔다. OECD 회원국 중에서 최하위에 속한다. 소득수준과 수출규모 등으로 세계 10위 안팎인 경제대국 한국의 위상에 걸맞지 않은 행복 순위인 것이다.

‘행복’이란 양적인 경제지표 뿐아니라 삶의 질을 나타내는 다양한 지표들에 의해 측정된다. 국민총생산(GDP)과 국민소득(GNP)보다도 국민행복지수(GNH·Gross National Happiness)가 중요하다. 사회적 신뢰와 상부상조, 기대수명, 선택의 자유, 너그러움, 구매력 기준의 국민소득, 빈부격차, 부정부패의 정도 등이 GNH를 결정한다.

GNH가 바로 ESG 실천과 직결돼 있다는 것을 인식하는 정책당국자는 별로 많지 않다. 정치인들이 사회적 신뢰, 상부상조, 너그러움을 실천하면 대화와 협치가 발전하고 극단적 대립 갈등이 사라질 것이다. 경쟁주의 교육에 압박받는 미래세대에게 인성과 사회성을 함양시키는 참교육을 이끌 수 있을 것이다. ESG 수행 주체들의 그 실천 수준이 시민들의 실질적 행복을 좌우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기업, 대학, 병원 등의 ESG 수준이 시민행복의 기본 바탕이다.

한국의 ESG는 초기에 기업이 중심 대상으로 인식되면서, 새로운 규제라는 시각으로 경제계에서 거부반응이 일기도 했다. 기업이 ESG 역량을 키우지 않으면 국제 경제 무대에서 경쟁력을 잃어 장기적으로 더 손해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유럽에서는 이미 기업의 ESG 평가지표에 따라 투자와 상품 수입 등을 심사하도록 제도화했다. 한국 기업이 글로벌 투자운용사나 수입업체와 교역을 하려면 ESG 평가서를 제출해야 한다. 과거 인권문제가 무역장벽 노릇을 했다면 오늘날엔 ESG 평가가 글로벌 경제의 새로운 핵심 기준으로 자리잡았다.

한국 ESG는 이제 기업 대상에서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 공공영역으로 무게 중심이 옮겨진 단계에 왔다. 기업 대상 ESG는 국제표준기구(ISO)가 2010년 기업의 7대 사회적 책무를 규정한 ISO 26000의 실천이 그 핵심내용이었다. 그 후 2019년 애플, 아마존, 월마트와 같은 글로벌 대기업 CEO 18명의 기업가회의(Business Roundtable)가 주창한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도 논의되고 있다.

한국 ESG의 발전과정에 가장 크게 영향을 끼친 것은 유엔이 발표한 공식문서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2015년 제70차 유엔 총회는 ESG실천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17개항을 의결해 발표했다. 제1목표 ‘빈곤 종식’과 제2목표 ‘기아 종식, 지속가능한 농업 장려’에서부터 제16목표 ‘정의롭고 평화롭고 포용적인 사회 촉진’과 제17목표 ‘목표들을 달성하기 위한 파트너십’에 이르기까지 인류 공통의 삶의 기준을 담았다.

2022년 ‘지속가능발전 기본법’이 제정된 것도 유엔과 국제사회의 ESG 수준에 발맞추기 위한 것이다. 이 기본법에 따라 대통령 직속 자문기구로 지속가능발전 국가위원회가 출범했다. 그 지속가능발전 국가위원회가 과연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궁금하기만 하다.

김재홍 서울미디어대학원대 석좌교수·ESG실천국민연대 상임의장(전 서울디지털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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