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부산의 한 은행에서 강도 행각을 벌인 30대 A 씨와 그가 범행에 이용한 공룡 모양 장난감 물총[부산경찰청 제공]
10일 부산의 한 은행에서 강도 행각을 벌인 30대 A 씨와 그가 범행에 이용한 공룡 모양 장난감 물총[부산경찰청 제공]

[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 부산에서 대낮에 장난감 총을 들고 은행을 털려다 2분만에 제압된 30대가 구속됐다. 그는 올해 초등학교에 들어가는 아들을 둔 아빠로, 경제적으로 어려움에 시달리다 범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부산지법 동부지원 이재찬 영장 담당 판사는 강도 미수 혐의를 받는 30대 남성 A 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고 11일 밝혔다.

이 판사는 A 씨가 도주할 우려가 있다고 영장 발부 사유를 설명했다.

A 씨는 이날 오전 10시 58분께 부산 기장군 일광읍 한 은행에 들어가 강도질을 하려 한 혐의를 받고 있다.

A 씨는 목도리와 모자로 얼굴 대부분 가린 채 은행에 들어섰다. 그는 검은 비닐로 감싼 공룡 모양의 장난감 물총을 진짜 총인 것처럼 행세하면서 시민들에게 “무릎을 꿇어라”고 소리를 쳤다.

직원에게는 미리 준비해온 여행용 가방을 내밀며 5만 원권을 담으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그의 범행은 은행에 들어선 지 불과 2분만에 허무하게 끝났다. 은행 고객 중 특수부대 출신 남성이 A 씨가 한 눈을 파는 틈을 타 A 씨를 제압한 것.

경찰은 A 씨가 생활고로 인해 범행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A 씨는 5년 전 가족과 함께 서울에서 고향인 부산으로 왔으나, 새로 시작한 자영업에 실패하고 취직에도 실패해 5년 간 무직 상태였다. 공과금을 내지 못해 살던 오피스텔에서 쫓겨나는 등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올해 아들이 초등학교에 들어가게 되면서 경제적 부담은 더 가중된 것으로 보인다.

A 씨가 범행에 쓴 공룡 모양의 장난감 물총은 8세 아들의 장난감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paq@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