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 통상정책을 제일선에서 이끌 미 무역대표부(USTR) 예비 수장이 자국 기업을 겨냥한 각국 정부의 온라인 플랫폼 기업 독과점 규제를 “용납할 수 없다”고 밝혔다. 제이미슨 그리어 USTR 대표 지명자는 6일(현지시간) 미 상원 인사청문회에서 ‘유럽연합(EU)과 한국 등 여러 국가가 특별한 요건이나 세금으로 미국 기술 기업을 겨냥하는 조치를 진전시키면서 자국 및 중국 기업에는 그것을 면제하는 것에 맞설 필요가 있느냐’는 질문에 “나는 다시 그렇게 해야 한다고 믿는다”며 한 발언이다. 전날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미국이 유럽에 관세를 부과하면 미 빅테크(대형 기술기업)에 직접 보복조치를 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중국 인공지능(AI) 딥시크의 충격이 확산되는 가운데 미국 관세 전쟁과 연계된 플랫폼기업 규제 갈등이 전면화되며 글로벌 정보기술업계 경쟁이 새 국면을 맞은 것이다.
그리어가 답변한 공화당 의원의 질문엔 EU와 함께 한국이 콕 집어 언급됐다. 미 상공회의소는 한국의 ‘플랫폼 공정경쟁촉진법’(플랫폼법) 입법을 공개적으로 반대해왔는데, 그리어 역시 같은 목소리를 내왔다. 공정거래위원회는 플랫폼법 대신 기존 공정거래법 개정으로 입장을 선회했지만 USTR은 향후 한국 측의 어떤 규제 움직임에 대해서도 강하게 문제제기할 것으로 보인다. 또 그리어 지명자는 유럽의 디지털서비스세에 맞서기 위해 ‘무역법 301조’의 활용 가능성을 언급했는데, 이는 미 기업 관련 규제에 대해 보복성 관세 등으로 맞설 수 있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트럼프 정부의 출범과 함께 글로벌 기술 업계는 ‘충격’ 수준의 연쇄적인 지각 변동 양상을 보이고 있다. 미국이 대규모 데이터센터와 전력망공급을 위한 5000억달러 투입 ‘스타게이트 프로젝트’를 발표했고, 중국은 독자적인 생성형 AI 딥시크를 내놓으며 업계를 흔들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뿐 아니라 기존에 공화당이나 트럼프에 부정적이던 제프 베이조스(아마존), 팀 쿡(애플), 마크 저커버그(메타) 등 미 빅테크 거물들이 새 정부에 밀착하고 있다. 트럼프 정부는 그리어를 비롯한 규제 반대론자를 주요 기관 수장으로 대거 발탁했다.
우리도 전향적인 입법과 획기적인 정책이 필요하다. 당장 스타게이트와 딥시크의 사례는 AI를 위한 대규모 인프라 구축과 연구개발 및 인재양성 필요성을 웅변하고 있다. 또 주요 정부·민간 기관들이 중국의 무차별 정보 수집 우려에 딥시크 사용을 금지했는데, 개인들의 광범한 사용을 막기엔 역부족이다. 이를 포함해 대형 플랫폼기업의 윤리·보안·경쟁에 대한 새로운 기준과 현명한 규제 법안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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