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교착 지속, 경제성과·재정건전성 악화”

美신정부 보편관세→수출 둔화, 성장률에 반영

2026년 소비·설비·건설투자 개선, 2.1% 성장

[헤럴드경제=양영경 기자]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가 6일 한국의 국가 신용등급을 ‘AA-’로, 신용등급 전망은 ‘안정적’(Stable)으로 유지했다. 계엄·탄핵 사태로 국내 정치적 불확실성이 커진 가운데서도 국가 신용등급을 내리지 않았다.

피치는 2012년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A+’에서 ‘AA-’로 상향 조정한 뒤 계속 같은 등급을 유지하고 있다.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 원/달러 환율이 표시돼 있다. [연합]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 원/달러 환율이 표시돼 있다. [연합]

피치는 이날 “이번 결정은 견고한 대외건전성, 안정적인 거시경제 성과, 수출 부문의 역동성과 함께 지정학적 리스크, 고령화에 따른 구조적 문제 등을 종합적으로 반영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피치는 한국의 정치적 불확실성이 앞으로 수개월간 지속될 수 있다고 보면서도, 우리 경제와 국가 시스템에 실질적인 영향은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정치적 교착상태가 장기간 지속되면 정책 결정의 효율성, 경제 성과, 재정건전성 등이 악화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피치는 다른 AA 등급 국가 수준으로 지정학적 위험이 완화되고 중기적으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의 하향 경로를 유지한다면, 향후 한국 신용등급이 상향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치적 교착 장기화에 따라 경제·재정정책 효과성이 훼손되고 GDP 대비 정부부채의 비율이 현저하게 상승한다면 하향 조정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경제를 심각하게 악화시킬 정도의 지정학적 리스크도 하방 요인으로 꼽았다.

올해 경제성장률은 2.0%→1.7%로 내려잡아

한국의 올해 경제 성장률은 1.7%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앞서 발표한 전망치(2.0%)보다 0.3%포인트 내린 수치다.

피치는 전망치를 조정한 배경에 대해 ▷정치적 불확실성에 따른 심리 위축 ▷미국 신정부 보편관세 부과에 따른 수출 둔화 우려 등을 언급했다. 다만, 2026년부터는 소비와 설비·건설투자 개선에 힘입어 성장률이 2.1%로 회복될 것으로 전망했다.

재정 측면에서는 지속적인 재정수입 회복과 지출 통제 노력에 따라 2024년(GDP 대비 -1.7%)에 비해 2025년에는 재정수지가 개선(-1.0%)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러면서도 올해 정치 상황으로 향후 재정 전망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아졌다고 평가하고, 고령화 지출 등으로 정부부채가 지속적으로 늘어나면 신용등급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드러냈다.

한국의 가계 부채에 대해서는 점진적으로 개선되고 있다는 평가를 내놨다. 고금리 장기화에도 금융시장 관련 리스크는 제한적이며,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관련 리스크 역시 정부의 선제적인 정책대응과 구조조정 노력에 힘입어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고 봤다.

정부 “韓경제 흔들림 없는 신뢰 재확인”

피치는 올해 한국의 경상수지 흑자는 GDP 대비 4.5% 수준으로 예측했다. 지속적인 경상수지 흑자와 GDP 대비 23%(피치 자체추정)에 달하는 순대외자산은 견고한 대외건전성을 뒷받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최근 강달러 현상 등에 따른 원화 약세에도 강력한 정책 대응에 힘입어 자본 유출 리스크가 완화되었다고 분석했다.

대북 리스크에 대해서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 실험, 대남 적대 발언 등이 지속하면서 긴장이 고조되고 남북 관계가 복잡해지고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특히 최근 북러 관계가 긴밀해지면서 북한의 국제적 고립이 완화되는 동시에 북한에 대한 외교적 접근이 어려워지고 있다고 언급했다.

기획재정부는 이날 피치의 발표에 대해 “한국 경제에 대한 흔들림 없는 신뢰를 재확인했다”면서 “지난해 12월 이후 정치적 불확실성이 확대된 상황에서 이번 결과가 발표됨에 따라 한국의 대외신인도에 대한 해외투자자들의 불안도 상당 부분 해소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해 12월 피치·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무디스 등 글로벌 신용평가사 고위급 인사와 면담을 각각 두 차례 실시하고 한국의 정치적 상황과 정책 대응 방향에 대해 적극 설명했다. 지난달 범정부 국가신용등급 공동대응 협의회 등을 출범하는 등 대외신인도 관리 총력전을 펼친 바 있다.


y2k@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