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0일(현지시간) 워싱턴 DC 백악관 브래디 프레스 브리핑룸에서 열린 아메리칸 항공 5342편과 워싱턴 군용 헬리콥터 간의 공중 충돌 사고 브리핑에서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AFP]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0일(현지시간) 워싱턴 DC 백악관 브래디 프레스 브리핑룸에서 열린 아메리칸 항공 5342편과 워싱턴 군용 헬리콥터 간의 공중 충돌 사고 브리핑에서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AFP]

[헤럴드경제=성연진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관세 전쟁’으로 국제 경제를 송두리째 흔들고 있다. 1일(현지시간) 최대 교역국인 캐나다·멕시코·중국을 상대로 보편 관세 부과 절차에 들어가자, 상대국들도 지체없이 반격에 나서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일(현지시간) 국제비상경제권법(IEEPA)에 따라 최대 교역국인 캐나다, 멕시코, 중국에 대한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에 따라 오는 4일부터 캐나다의 에너지 제품에 10%, 그 밖의 모든 제품에 25%의 관세가 부과된다. 멕시코에 대해서는 에너지류를 포함한 모든 제품에 25%, 중국에 대해서도 10%의 보편 관세가 매겨진다.

각 나라 정재계는 일제히 강력한 대응에 나섰다. 캐나다는 당장 ‘눈에는 눈, 이에는 이’로 대응하며 미국에 대해 25%의 추가 관세를 부여를 예고 했다. 멕시코도 자국 이익 보호를 위한 조치에 즉각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도 관세 부과에 대한 보복과 국제 법적 조치를 병행할 것이란 강력한 입장을 밝혔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캐나다, 미국에 25% 관세 부과

쥐스탱 트뤼도(왼쪽) 캐나다 총리,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연합]
쥐스탱 트뤼도(왼쪽) 캐나다 총리,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연합]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이날 밤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1억550억 캐나다 달러(약 155조6000억원) 상당의 미국산 제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또 캐나다 국민을 향해서는 “미국산 대신 자국산 제품을 구매하고, 여름휴가를 미국 말고 국내에서 보내자”며 애국심에 호소했다.

주지사들도 연방정부의 대응에 전폭적으로 협조하겠다며 연이어 자체적인 제재를 발표하고 나섰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더그 포트 온타리오주 주지사는 1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캐나다와 멕시코에 25%의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한 직후 “이제 캐나다는 반격하고, 더 강하게 반격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그는 “주지사로서 미국이 상응하는 값을 치르도록 할(dollar for dollar) 연방정부의 강력한 대응을 전폭 지원하겠다”며 “캐나다에는 주요 광물과 에너지, 전기 등 미국이 필요로 하는 자원이 많다. 우리는 이런 이점을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연방정부는 불공정하고 불법적인 관세에 맞설 모든 법적 대응도 강구해야 한다”면서 “캐나다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부과는 미국을 해치고, 미국인들을 더 가난하게 만들 뿐”이라고 말했다.

다니엘 스미스 앨버타주 주지사는 페이스북에 올린 성명에서 “이 결정은 캐나다인과 미국인 모두에게 피해를 줄 것이고, 양국 간의 중요한 관계와 동맹을 악화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스미스 주지사는 이어 “우리는 이제는 주요 고객에 지나치게 의존해서는 안 된다. 우리의 정치 및 무역 관계를 전 세계로 확장해야 한다”며 “지구상 어느 나라보다 많은 천연자원을 보유한 우리 나라의 경제적 잠재력을 발휘해야 한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보복 대응을 밝힌 이도 있었다. 팀 휴스턴 토바스코샤주 주지사는 “미국 기업의 주 정부 조달 입찰을 제한하고 기존 계약 취소 방안을 검토하겠다”면서 “3일부터 미국산 상용차의 도로 통행료를 두 배로 올리고, 4일부터 주 정부 산하 주류 공기업의 판매 목록에서 미국산 술을 제외한다”고 말했다.

아예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층이 결집한 미국의 ‘레드스테이트’(공화당 강세지역)를 타겟으로 보복할 것을 밝힌 이도 있었다. 데이비드 이비 브리티시컬럼비아주 주지사는 이들 지역에서 생산한 주류에 대해 판매 중단에 나서자고 제안했다.

쥐스탱 트뤼도 총리의 후임 후보군으로 꼽히는 마크 카니도 BBC와 인터뷰에서 “상응하는 값을 치르도록 할 대응이 준비돼 있다”고 밝혔다.

캐나다 에너지 및 천연자원부 조너선 윌킨슨 장관은 엑스(X·옛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캐나다는 관세를 발생시킬 어떤 행동도 하지 않았다”며 “우리는 항상 캐나다인의 수호자가 될 것”이라고 했다.

캐나다 상공회의소는 성명을 통해 “관세는 모든 캐나다와 미국인들의 삶에 즉각적이고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모든 비용이 급격하게 증가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캐나다 최대의 일반 노동조합인 유니포(UNIFOR)는 “트럼프가 캐나다 노동자를 상대로 경제 전쟁을 선포한 만큼 강하고 빠르게 반격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멕시코 “보복 관세 즉각 지시”…中 “WTO 제소”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이멕시코시티 대통령궁에서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AFP]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이멕시코시티 대통령궁에서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AFP]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도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부과에 대응해 미국산 제품에 보복 관세를 부과할 것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셰인바움 대통령은 이날 미국의 관세 부과 발표 후 엑스(X·옛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경제부 장관에게 멕시코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관세 및 비관세 조치를 포함, 플랜B를 시행할 것을 지시했다”고 발표했다.

그는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부과 이유로 멕시코, 캐나다 국경의 펜타닐 유입을 지목한 것을 반박했다.

셰인바움 대통령은 멕시코 정부가 범죄 조직과 동맹을 맺고 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을 ‘중상모략’이라며 “그런 동맹이 있다면 바로 이런 범죄 조직에 고성능 무기를 판매하는 미국의 총기 상점일 것”이라고 꼬집었다.

지난 2019년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에서 만난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 [로이터]
지난 2019년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에서 만난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 [로이터]

중국 역시 트럼프 대통령의 10% 관세 부과에 보복과 국제법적 조치를 병행하겠다고 밝혔다.

중국 상무부 대변인은 2일 담화문을 통해 “미국의 일방적인 추가 관세 조치는 세계무역기구(WTO) 규칙을 심각하게 위반한 것”이라며 “미국의 잘못된 처사에 대해 중국은 WTO에 제소할 것이고, 상응한 반격(反制) 조치를 취해 자기 권익을 굳게 수호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미국이 거론한 펜타닐 문제를 두고도 “미국이 객관·이성적으로 자신의 펜타닐 등 문제를 바라보고 처리할 것이지, 걸핏하면 관세 수단으로 타국을 위협하지 않기를 희망한다”고 전했다.

3국 “트럼프 대통령과 대화 원한다”

다만 세 나라는 미국을 향해 협상에 나설 것을 내비쳤다.

트뤼도 총리는 “우리는 긴장 고조를 추구하지 않는다”며 트럼프 대통령과의 대화를 원한다고 했고, 셰인바움 대통령도 “멕시코는 대립은 원치 않는다”면서 “미국이 불법 마약 거래를 막고 싶다면 협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중국은 미국이 잘못된 처사를 바로잡고, 중미 마약 금지 협력에 어렵게 온 좋은 국면을 지켜 중미 관계의 안정적이고 건강하며 지속 가능한 발전을 추동하기를 촉구한다”고 했다.

관세가 발표되는 4일까지 대화로 풀어낼 여지가 남아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6일 불법 이민자 송환 문제를 둘러싸고 콜롬비아에 고율 관세를 부과했다가 협력 약속을 받아내자 9시간 만에 보류한 바 있다.


yjsun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