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계엄 사태’ 이후 오르다 하락세로

여론조사 추세…與와 오차범위 내 접전

“걱정할 일 아냐” → “간과 안돼” 지적

‘尹구속기소’에 조기대선론 불붙는 상황

안이한 접근 경계론… “추세를 읽어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 참석해 인사를 하고 있다. 이상섭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 참석해 인사를 하고 있다. 이상섭 기자

[헤럴드경제=안대용 기자]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나타나는 정당 지지도 추세에 대해 더불어민주당은 표면적으로 “걱정할 일 아니다”란 반응을 나타내왔다.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정국이 이어지고, 윤 대통령 체포와 구속수사 상황으로 여권 지지층이 결집한 것일 뿐 민주당이 심각한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것은 아니란 반응이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헌정사상 처음으로 현직 대통령이 구속기소돼 ‘조기대선론’이 점점 더 불붙는 상황에서 정당 지지도 추세에 나타난 의미를 가볍게만 봐선 안 된다는 지적이 당 내부에서 속속 나온다. 윤 대통령이 다른 혐의도 아닌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받고 있는데도 정작 민주당의 지지율이 하락세를 나타낸 것에 대한 반성이 우선적으로 필요하다는 것이다. 특히 올해 상반기 중 대선이 치러질 수도 있는 상황에서, 자성이나 성찰없이 안이하게 접근하는 것은 차기 대선 준비에 위험한 생각이란 지적이다.

[리얼미터 제공]
[리얼미터 제공]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 23~24일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00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1월 4주차 정당 지지도 조사 결과 국민의힘은 45.4%, 민주당은 41.7%로 각각 집계된 것으로 27일 나타났다.(신뢰수준 95%, 표본오차 ±3.1%p)

리얼미터의 직전 조사(1월 3주차)에서 국민의힘 46.5%, 민주당 39.0%였는데 국민의힘은 1.1%포인트(p) 줄고 민주당은 2.7%p 올랐다. 양당의 지지도가 오차범위 내에 있긴 하지만, 단순 수치로만 보면 이번 조사에서도 국민의힘 지지도가 상대적으로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난 셈이다.

[리얼미터 제공]
[리얼미터 제공]

리얼미터의 최근 조사 통계를 보면 지난해 12월 3일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사태 이후 같은 해 12월 9일 첫 공개된 12월 1주차 정당 지지도 조사 결과(조사기간은 2024년 12월 5~6일) 국민의힘은 26.2%, 민주당은 47.6%였다.

이어 지난해 12월 2주차 조사에서 국민의힘 25.7%, 민주당 52.4%로 26.7%p까지 벌어졌으나 이후 국민의힘은 계속 오르고 민주당은 떨어지는 추세를 나타냈다.

올해 1월 2주차 조사에서 국민의힘 40.8%, 민주당 42.2%로 오차범위 내 접전 양상을 보였고 직전 조사(1월 3주차)에선 국민의힘 46.5%, 민주당 39.0%로 국민의힘이 오차범위 밖에서 앞서는 결과까지 나왔다.

수치만 다를 뿐 ‘비상계엄 사태 초반 국민의힘 하락·민주당 상승→이후 국민의힘 상승·민주당 하락→오차범위 내 접전’ 추세는 다른 여론조사 기관의 정당 지지도 조사에서도 나타난다.

[한국갤럽 제공]
[한국갤럽 제공]

한국갤럽이 지난 21~23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1월 4주차 정당 지지도 조사에 따르면 국민의힘은 38%, 민주당은 40%로 각각 집계된 것으로 24일 나타났다. (신뢰수준 95%, 표본오차 ±3.1%p)

한국갤럽이 내놓은 최근 정당 지지도를 보면 비상계엄 사태가 있었던 지난해 12월 1주차 조사 때 국민의힘은 27%, 민주당은 37%를 각각 기록했다. 이후 ‘탄핵정국’이 이어지면서 국민의힘은 하락하고 민주당은 상승하는 추세를 보였고 지난해 12월 3주차 조사에서 국민의힘 24%, 민주당 48%를 각각 나타내며 격차가 24%p까지 벌어졌다.

하지만 이후 올해 첫 조사였던 1월 2주차 조사에서 국민의힘 34%, 민주당 36%를 각각 나타내며 오차범위 내인 2%p 차이로 좁혀졌고, 직전 조사(1월 3주차)에선 국민의힘 39%, 민주당 36%로 오차범위 내에서 국민의힘이 앞선 수치를 나타냈었다.

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은 “추세를 읽어야 한다”며 “비상계엄 사태가 이어지는 상황인데도 여러 곳의 여론조사에서 민주당이 하락세를 나타냈던 것을 눈여겨봐야 하고, 이러한 점을 간과해선 안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이상섭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이상섭 기자

이 같은 여론조사 결과를 두고 민주당에선 ‘보수층 과표집’ 정도로 의미를 축소해왔다.

하지만 흐름이 이어지자 당내에서도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도 지난 23일 국회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최근 당 지지율’ 관련 질문에 “그것도 국민들 뜻이니 저희로선 겸허하게 수용할 수밖에 없다”고 답했다.

이 대표는 “국민들께서 우리 민주당에 더 큰 책임과 역할을 요구하고 기대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며 “더 낮은 자세로 겸허하게 책임감을 갖고 임하는 것이 우리 민주당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하게 됐다”고 했다.

당을 이끄는 이 대표가 직접 민주당 지지도와 관련해 ‘겸허한 수용’과 ‘책임감’을 언급하고 나선 것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사진은 지난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모두발언 하는 모습. 이상섭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사진은 지난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모두발언 하는 모습. 이상섭 기자

민주당은 지난주 당 차원의 ‘여론조사 검증 및 제도개선 특별위원회’를 꾸리기도 했다.

하지만 특위 명칭과 성격이 지지율 하락 추세 관련 당내 원인 분석보다는 여론조사 ‘검증’에 초점을 맞춘 것이어서, 최근 정당 지지도 하락세 관련 책임을 외부 여론조사 기관에 돌리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당내에서 제기됐다.

이에 대해 기자회견에서 관련 질문을 받은 이 대표는 “여론조사가 우리 예측과 벗어나서 나오고 있는데 우리에게 어떤 부족함이 있는지, 국민의 기대치가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 우리가 알아보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내란 우두머리, 직권남용 등 혐의를 받고 있는 윤 대통령이 헌정사상 처음으로 ‘구속기소된 현직 대통령’ 신분이 되면서, 정치권에 ‘조기대선론’이 점점 더 불붙고 있다는 점도 민주당 내부의 각성 분위기를 높이는 요인이다.

민주당의 한 재선 의원은 “헌재가 탄핵심판에서 속도를 높일 것이고, 윤 대통령에 대해 파면 결정을 하고 나면 두 달 뒤 대선”이라며 “막상 대선을 준비할 시간이 별로 없는 상황에서 당 지지도를 민감하게 생각할 필요가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27일 공개된 리얼미터 조사는 무선(97%)·유선(3%) 자동응답 방식을 통해 이뤄졌다. 응답률은 8.7%다.

24일 나온 한국갤럽 조사는 이동통신 3사 제공 무선전화 가상번호 무작위 추출을 통한 전화조사원 인터뷰(CATI) 방식으로 실시됐다. 응답률은 16.4%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